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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어린이집 "다죽는다"..재정난·정부규제 '2중고'

이영규 입력 2013. 12. 10. 10:07 수정 2013. 12. 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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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영규 기자] #1. 인천에서 보육아 200명이 넘는 제법 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J원장. 지난 2008년 3월 사재를 털어 어린이집을 운영할 때만 해도 꿈이 있었다. 하지만 J원장은 교육비가 4년째 동결되고, 인건비와 식재료 등 부식비ㆍ운영비가 매년 오르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J원장은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2.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K원장. K원장은 올해 무상보육 정책 전면 실시 후 각종 규제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회계규칙의 경우 민간 어린이집과 국공립 어린이집에 똑같이 적용되다 보니 회계 지출 항목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공금횡령' 등 범법자 취급을 받는 다는 게 K원장의 설명이다.

#3. 경기도 시흥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L씨. L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 특성상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많다. 문제는 이들 입소 아동들이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이민자 아빠나 엄마의 나라를 방문해 한 달에 11일 이상 어린이집에 출석할 수 없을 때 보육비를 '구간결제'형태로 차등 지급받는다. 이럴 경우 어린이집은 적은 보육료를 받으면서 보육교사에게는 한 달치 봉급을 줘야 해 재정적 어려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경기도 등 수도권지역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이 올해 3월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전면 시행된 '무상보육정책'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이들은 지나친 정부 규제와 4년간 동결된 표준 보육료, 과도한 업무를 조장하는 평가인증제, 비현실적 회계규칙, 국공립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원 등으로 어린이집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단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임채민씨는 10일 "무상보육정책 실시 후 다수의 보육아동을 돌보고 있는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며 "이들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규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임씨는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만 5세 기준 22만원 보육료에 각종 운영비와 인건비 등 지원비도 별도로 지급되고 있으나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은 22만원 보육료 외에 전혀 지원이 안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간 및 가정 어린이집을 국공립 어린이집과 똑같은 수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아울러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의 실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회계규칙을 적용하다 보니 다른 비용이 지출될 경우 공금 착복과 횡령의 누명을 쓰는 경우도 많다"며 "정부가 회계규칙을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적용하면서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 원장들이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2009년 표준 보육료 산정 결과 29만2000원이 적정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후 4년간 22만원에 묶여 있다 보니 인건비, 각종 운영비, 재료비의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해 어린이집의 재정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현재 22만원밖에 안 되는 보육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아울러 "좋은 취지로 3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인증제 역시 보육아동 40인 미만 어린이집은 80여가지 서류를, 40인 이상이면 100여가지 서류가 필요해 보육교사들이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서류준비를 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뿐더러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평가인증제를 간소화하거나 유치원처럼 장학점검으로 대체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도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은 ▲유치원에 비해 열악한 근무여건(12시간 근무ㆍ無방학ㆍ주당6일)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의 '구간결제'를 통한 차등 보육료 지급 ▲원장이 벌금이상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취해지는 과도한 처벌기준 등에 대한 개선도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를 포함한 전국 어린이집연합회는 정부의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에 대한 규제와 턱없이 낮은 지원비, 보육교사 처우개선 대책을 요구하며 조만간 항의집회 및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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