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시위 금지된 국가 싱가포르 44년만의 폭동 이유는

유덕기 기자 입력 2013. 12. 14. 17:27 수정 2013. 12.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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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고질적 인구부족..외국인 노동자도, 싱가포르인도 '부글부글'-

싱가포르는 '치안국가'로 유명합니다. 안정과 질서를 위해 작은 행동부터 단속합니다. 변기 물을 안 내려도, 길에 침을 뱉어도 수백 달러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또 엄정하게 집행합니다. 그렇다보니 거리는 늘 깨끗하고 질서정연합니다. 이런 싱가포르가 지난 일요일 밤, 외국인 노동민자를 둘러싸고 전례 없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폭동을 벌인 겁니다. 지난 1969년 중국계와 말레이계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4명이 목숨을 잃은 뒤 44년만의 폭동이었습니다.

폭동은 한 30대 인도인의 죽음으로 시작됐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모여드는 '리틀 인디아'지역에서 싱가포르인 운전사가 모는 버스에 이 인도인 노동자가 치여 숨진 겁니다. AFP통신은 이 상황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외국인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전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돌과 술병, 그리고 막대를 들고 버스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폭력은 급속도로 번져 4백 명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폭동에 참여했습니다. 2시간 남짓 폭동이 이어지면서 경찰관 등 3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자동차 다섯 대가 불에 탔습니다.

이번 폭동을 두고 많은 외신 언론들은 정부가 10년 넘게 벌여온 개방적 이민정책을 폭동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경제규모 축소를 막기 위해 이민을 장려해 왔습니다. 고학력 노동자뿐만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도 대상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540만 명인 싱가포르 인구 가운데 100만 명 넘게 외국인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싱가포르인과 외국인 노동자 사이의 사회문화적 갈등 발생 여지가 있는 정책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싱가포르 국민들로부터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급격히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각종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인 저임금 노동자의 불만이 컸습니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외국인들이 차지해 일을 빼앗는다는 겁니다.

지난 2월에는 싱가포르 시민 4천 명이 도심 공원에서 정부를 상대로 더 이상 이민을 받지 말라는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폭력사태는 없었지만 시위가 사실상 금지된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였습니다. 쌓아둔 불만이 2030년까지 전 국민의 절반이 외국인이 될 것이라는 싱가포르 정부의 인구백서가 나온 직후 폭발한 겁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저임금 싱가포르인들을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일정 비율을 자국민으로 고용하게끔 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인 고용주 입장에선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비해 값비싼 싱가포르인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손해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해 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습니다. 딜레마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만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일상에서의 차별대우는 기본입니다.싱가포르 인들로부터 피해를 주는 존재라는 눈총을 받습니다. 임금차별은 말할 것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만을 키워왔다고 DPA통신은 지적했습니다. 임금차별은 지난 해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30여 년 만의 첫 파업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출신 버스기사들이 집단 파업을 벌였습니다. 싱가포르 인은 124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데, 같은 일을 하고도 자신들은 약 95만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는 계속해 경제성장을 원하지만 인구가 부족합니다. 싱가포르 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자력으로 인구수를 채우려면 현재 출산율이 두 배 더 뛰어야 합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높은 임금을 원하고, 험하지 않은 일을 하기를 원합니다.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대한 싱가포르 국민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민정책은 싱가포르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측됩니다.유덕기 기자 dky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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