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시아경제

"학부모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김봉수 입력 2013. 12. 21. 13:15 수정 2013. 12. 21. 13:15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꼽는 학부모들의 '꼴불견' 백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수도권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최근 부모에게 사정이 생겨 귀가가 늦어지는 아이들을 돌보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아이 아버지가 약속 시간을 한시간이나 지나서 잔뜩 술에 절어 나타난 것이다. 몸을 휘청대고 혀까지 꼬여 자기 한 몸 돌보기 힘든 상태인 아이 아버지 때문에 A씨는 돌보던 아이의 가방을 챙기고 콜택시를 부르는 등 애를 먹었다. A씨는 "가끔 밤늦은 시간에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물론 고주망태가 되어서 나타나는 학부모가 있다"며 "아이의 귀갓길 안전이 걱정되는 것은 물론,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도 지장이 크다. 제발 그런 학부모들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영유아 무상 보육이 확대되면서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A씨의 사례처럼 '철없는' 학부모들 때문에 어린이집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최근 펴낸 '어린이집 이용 학부모 에티켓'이라는 자료집을 보면 학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무례하고 철없는 행동들이 삽화와 함께 적시돼 있다.

우선 부모들이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보육 교사들에게 떠미는 학부모들이 있다. 아이 머리를 세 번 묶지 말고 두 번만 묶어 달라고 하는 등 아이의 용모를 챙기지 않거나, 급한 일이 있다면서 아이의 기저귀도 갈지 않은 채 데리고 와 맡기고선 발진이 났다며 화를 내고, 투정 부리는 아이에게 아침밥을 주기 힘들자 그릇째 싸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먹여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유형이다.

아이에게 너무 무관심한 학부모들도 많다. 야외 활동 및 준비물 등을 적어 보내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아이를 준비물도 없이 그냥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 아이가 열이 나서 펄펄 끓는 등 몸이 아파 집에서 쉬는 게 나은데도 취미생활ㆍ외출 등을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학부모들도 종종 있다.

또 아이가 친구의 생일 선물로 받아 온 과자를 면전에서 먹지 말라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 어른의 시각만으로 아이들을 재단하는 학부모들도 흔하다.

등원 시간이 한찬 지났는데 늦잠을 자고선 뒤늦게 아이를 데리고 와 맡기면서 "밥 남았죠? 대충 좀 먹여주세요"라고 부탁하는 학부모, 등교 차량 시간에 허구 헌날 늦어 다른 아이들을 기다리게 하는 등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어린이집 교사를 불러 세워 놓고 "학교는 제대로 나왔냐"며 이것 저것 따지고 들고 무시하는 학부모들도 많아 교사들에게 상쳐를 주고 있다. 이 경우엔 심지어 이 같은 대화를 들은 아이들마저 교사들을 무시하게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아파서 약을 먹여야 하는 아이의 경우 그냥 약을 봉지째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다. 물론 보육교사들이 잘 챙겨 먹이면 되지만, 연령에 따라 복용하는 양이 달라 혹시나 실수할 수 있으므로 1회분 약을 따로 챙겨 주의 사항을 적어 함께 보내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특히 수족구병 등 전염병이 의심되는 데도 불구하고 출근ㆍ외출ㆍ취미생활 등을 위해 증세를 숨기거나 축소시켜 그냥 등원시키려는 학부모들도 있다. 전염성 질환에 걸린 아이의 건강에도 큰 문제가 되는 태도이며, 다른 아이들에게도 옮길 수 있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바로 병원 진단 후 등원을 시키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이가 얼굴이나 몸에 긁힌 상처가 있는 등의 경우엔 다짜고짜 교사들에게 "왜 우리 아이를 때렸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삼가 해야 한다. 아이에게 "선생님이 때렸냐"라고 다그쳐 물을 경우 얼떨결에 아이들이 잘못된 대답을 하는 수가 있다. 아이의 상처 등 의문나는 점이 생겼을 때는 아직 판단력과 언어 능력이 미흡한 아이에게 묻기 보다는 교사에게 물어봐 전후 좌우 상황을 판단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자기 아이와 다른 아이가 싸웠을 때엔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잘못을 누가 했는지, 누가 더 많이 다쳤는지 등을 따져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어떤 놈이 귀한 우리 아이를 때렸냐"며 화부터 내는 행동은 아이가 보기에도 좋지 않다.

일과 중에 어린이집을 들락날락 거리며 아이를 관찰하는 학부모도 간혹 있다. 가끔은 과도한 관심이 상대방에겐 불신으로 오해될 수 있다. 선생님을 믿고 맡기는 게 아이를 위해서나 학부모를 위해서 좋다. 간혹 일과 중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같이 돌보게 됐을 때 지나치게 자기의 아이만 챙겨 눈총을 사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럴 땐 다른 아이들과 자기 아이를 동등하게 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동생을 데리고 가 여러 시간 죽치고 앉아 있으면서 가뜩이나 바쁜 교사에게 간식까지 요구하는 등 철없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이밖에 하루는 이곳, 다음날은 저곳, 그 다음날은 다른 곳 등 하원 장소를 자주 변경하는 학부모들도 종종 나타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고 있어서, 시장에서 수다를 떨고 있어서 등 어이없는 사유로 하원 장소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 아이의 신속하고 안전한 귀가를 위해선 약속된 하원 장소와 시간, 인수자 등을 지키는 게 필수다.

아이의 신상 등 궁금한 것이 있을 경우 가능한 일과 시간 내에 전화, 문자, 메신저 등으로 질문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있는 보육교사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 학부모는 다음날 아이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