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대자보 훼손·성희롱 '일베' 회원 고소한 이샛별씨 "가해자는 잘못을 인식조차 못하는 것 같아"

정대연 기자 입력 2013. 12. 23. 22:49 수정 2013. 12. 23. 22: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게시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찢어진 걸 확인한 고려대 이샛별씨(20)가 처음부터 가해자를 찾아내 처벌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사과문을 써서 공개적인 장소에 붙일 것을 요구하고 말 생각이었다. 그러나 테이프로 보수해 놓은 대자보가 또다시 훼손됐고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인증글이 올라온 걸 알게 됐다. 이 글에 달린 성희롱 댓글들까지 본 순간 이씨는 더 참을 수가 없어 경찰서를 찾았다.

이씨는 가해자를 고소하기 전, 고민을 안 했던 건 아니다. "괜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란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때 주변 사람들이 이씨를 응원해줬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는 "처음엔 그냥 넘어가려 했다"며 "좀 더 생각해보니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매번 나처럼 참고 넘어가서 비상식적인 행동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서에서 가해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남에게 피해를 줘놓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인식조차 못하는 것 같았다"며 "특히 '일베'에서는 그런 표현은 비하의 뜻이 아니라 여성을 지칭할 때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란 얘길 듣고 놀랐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글로 인해 상처를 입을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게 함부로 글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로 경찰서에 처음 가봤다. 두 차례나 불려가 조사를 받는 게 귀찮기도 했다. 이씨는 그러나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참지 말고 제대로 대응해 선례를 남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인터넷 댓글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대자보를 찢고 모욕적인 댓글을 단 가해자는 현재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그는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경찰에서 밝혔다.

이씨는 "성별, 성적 취향, 이념, 출신 지역 등이 자신과 다르다고 인신공격하는 경우가 온라인에서 빈번하다"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피해를 입었을 때 무심코 넘기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