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겨울 밥상에서 너를 만나고 싶다.. 한식대첩 우승자가 추천하는 전남 제철 재료들

벌교·장흥·목포 | 글 박경은·사진 강윤중 기자 2014. 1. 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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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케이블TV 올리브채널을 통해 방송됐던 < 한식대첩 > 은 8도의 요리 고수들이 각 지역의 명예를 걸고 서바이벌 경쟁을 벌였던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전라남도 대표 이미자(58·왼쪽 사진), 정금례(43·오른쪽)씨는 매번 맛깔스럽고 독창적인 손맛과 신선한 지역 재료로 한식 요리를 선보였다. 남도의례음식 이수자인 이들에게 물었다. 요즘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 때 맛있게 요리해 내놓고 싶은 제철 재료가 무엇인지를. 이들은 첫번째로 보성 벌교의 꼬막, 두번째로는 장흥의 매생이, 세번째로 목포의 먹갈치와 조기를 꼽았다.정금례씨는 "특별히 가공하거나 양념을 할 필요없이 살짝 데치거나 물을 넣고 끓이는 것만으로도 성찬이 되는 재료들"이라고 설명했다.

(1) 벌교 꼬막

겨울 꼬막이 남도의 맛을 대표하게 된 건 조정래의 대하소설 < 태백산맥 >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소설의 무대이자 국내 최대의 꼬막산지인 벌교 앞바다는 전국에서 나는 꼬막의 70%를 내놓는다. 냉기를 먹은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살이 꽉 들어찬 꼬막 맛의 절정기다.

소설 속에 묘사된 꼬막은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맛을 낸다. 이 같은 맛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꼬막 요리는 살짝 데쳐내는 것이다. 너무 삶으면 쫄깃하고 촉촉한 감칠맛이 사라진다. 적당히 데쳐낸 꼬막 껍데기 한쪽을 까고 앞니로 살을 발라 잡아당기듯 입안으로 살짝 들이켤 때 함께 따라오는 불그스름한 물은 '알큰하고 배릿한' 꼬막 맛을 완성해 준다.

흔히 유통되는 꼬막에는 참꼬막과 새꼬막이 있다. 겉으로 봐서도 구분이 쉽다. 참꼬막은 껍데기의 골이 깊고, 새꼬막은 훨씬 얕고 촘촘하다.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속살의 맛은 참꼬막이 뛰어나다. 게다가 참꼬막은 새꼬막에 비해 상품으로 자라는 시간도 배나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참꼬막이 훨씬 비싸다.

일반적으로 참꼬막은 특별한 양념 없이 살짝 데쳐 먹고 다른 꼬막요리를 만들 때는 새꼬막을 쓴다. 재료값의 차이도 있지만 양념을 강하게 하거나 푹 익히는 요리를 할 때 참꼬막을 쓰면 제 맛을 살리기 어렵다. 다양한 꼬막요리를 내놓는 벌교의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참꼬막은 1㎏에 1만5000원 정도이고 새꼬막은 6000~8000원 선이다. 벌교역 근처 매일시장에는 꼬막 등 해산물을 파는 상점이 많다. 데친 참꼬막을 실컷 맛보려면 시장에서 꼬막을 사다가 근처 '초장집'에 가서 삶아 달라고 하면 된다. 다모태, 벌교초장집 등 인근 초장집에서는 1인당 3000원을 받고 꼬막을 삶아준다. 밥과 기본반찬이 나오는 식사를 요청하면 1인당 5000원씩을 내면 된다. 매일시장 안에는 벌교수진수산, 고흥상회, 꼬막수산, 부일수산 등 꼬막과 해산물을 살 수 있는 상점들이 몰려 있다. 전국 어디든 택배도 해준다.

벌교 읍내에 있는 웬만한 식당에서는 꼬막정식을 먹을 수 있다. 꼬막정식을 주문하면 살짝 데친 통꼬막을 비롯해 꼬막전, 꼬막회무침, 양념꼬막, 꼬막꼬치, 꼬막된장국 등 다양한 꼬막 요리와 함께 제철 생선구이와 젓갈, 각종 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데쳐낸 꼬막을 먼저 먹은 뒤 양념꼬막, 꼬치, 전 등을 맛보다가 나중에 꼬막회무침을 밥 위에 듬뿍 얹고 비벼 먹으면 된다. 벌교역에서 직진해 부용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은 '벌교' '원조' '태백산맥' '외서댁' 등의 간판을 내건 식당촌이다. "쩌어그는 외지 사람들이나 가제"라는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처럼 부용교 앞 식당가 근처에서는 들뜬 표정의 관광객을 풀어놓는 관광버스를 쉽게 볼 수 있다.

국일식당, 제일회관, 역전식당 등은 오랫동안 유명세를 떨친 곳들이다. 현지 주민들과 시장 상인 여러 명이 추천한 곳은 벌교꼬막맛집과 고려꼬막한정식이다. 벌교꼬막맛집은 꼬막을 듬뿍 넣고 실하게 지져낸 꼬막전이 특히 맛있다. 꼬막정식은 1인분에 1만5000원으로, 어느 식당이나 값은 비슷하다.

(2) 장흥 매생이

장흥 대덕읍 내저마을의 매생이는 허영만의 만화 < 식객 > 에도 등장한다. 매생이를 넣고 끓인 (떡)국은 최고의 제철 건강식이자 해장요리다. 내저 매생이가 유명해진 것은 이 지역에서 전국 최초로 매생이 양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완도, 강진 등으로 양식지역이 확산되면서 현재 내저마을의 매생이 생산량은 예전에 비해 줄었다. 장흥군청 해양수산과는 "장흥 매생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감칠맛과 달콤한 풍미가 인근 지역에서 나는 것에 비해 2배 이상 강하다"고 설명했다.

장흥에선 12월 중순부터 매생이 채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집집마다 겨울철이면 매생이로 국이나 죽을 끓여 먹는다. 떡국이나 라면에 넣는 것도 쉬운 요리법이다. 가끔 색다른 요리로 매생이전을 부치기도 하지만 대체로 굴을 섞어 국을 끓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생이는 푹 끓이면 색이 거무튀튀해지는 듯하다가 이내 녹아서 없어진다. 이 때문에 국을 끓이는 재료 중 맨 마지막에 넣고 한번 끓어오른 뒤 불을 꺼야 한다.

장흥에 매생이 요리 전문점은 따로 없다. 일반 횟집이나 한정식집에서 매생이국을 끓여 달라고 하면 되지만 매생이가 나는 겨울철만 가능하다. 신녹원관은 남도 한정식을 푸짐하게 차려내는 맛집으로도 유명하고 대덕읍 바다횟집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 장흥토요시장의 한사랑음식점, 명희네식당 등에서는 매생이가 나지 않는 계절에는 급속냉동한 매생이로 국을 끓여준다. 떡국이나 국은 한 그릇에 6000~8000원이다.

장흥토요시장 옆 상설시장에 있는 지원수산, 여다지수산, 은하수산 등 상점들은 매생이를 비롯해 키조개, 김, 굴 등 각종 해산물을 판매한다. 전국택배도 가능하다. 3~4인분의 국을 끓일 수 있는 매생이 1재기(덩이) 값은 4500~6000원 선이다. 매생이뿐 아니라 남포마을에서 생산되는 굴과 봄철에 주로 나는 남포 바지락도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장흥의 특산품이다.

(3) 목포 먹갈치·조기

제주에서 나는 은갈치가 크고 은빛 비늘이 늠름하게 번쩍거린다면 목포 먹갈치는 덩치도 작고 색깔도 좀 어둡다. 비늘도 이리저리 벗겨져서 모양도 은갈치에 비해선 초라하고 소박하다.

정금례씨는 "제주 은갈치의 살은 좀 단단하지만 목포 먹갈치는 육질이 부드러운 데다 고소함과 담백함이 더욱 강하다"면서 "겨울철에 먹는 먹갈치가 특히 맛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먹갈치는 은갈치에 비해 살이 좀 더 촉촉하고 뼈도 무른 편이다.

갈치는 홍어, 세발낙지, 꽃게, 민어와 함께 목포가 내세우는 5미 중 하나이다. 시에서 지정한 '음식 명인'집도 여러 곳이다. 이 중 먹갈치 요리로 입소문난 곳은 명인집, 초원음식점, 선경식당, 선미식당 등이다. 갈치찜 1인분에 1만2000~1만5000원 선. 연중 생물 먹갈치만 쓴다는 명인집은 갈치찜을 시키면 한정식 코스요리가 곁들여져 나온다. 이곳에선 갈치찜이 크기에 따라 5만~9만원, 갈치구이는 1인분에 2만5000원이다. 유달산 입구 관광안내소 옆에 있는 공원뻘낙지식당도 갈치찜, 낙지, 조기 요리를 맛있게 한다.

조기는 목포에서 흔하다. 목포 위쪽인 법성포에서도 조기가 많이 잡히는데 법성포에서는 주로 굴비로 말리고 목포에선 생물을 먹는다. 산란기 직전인 봄이 제철이라고 하지만 지금도 괜찮다.

특히 지금이 1년 중에도 무가 가장 맛있을 때라 무를 넣고 끓인 조기 매운탕이나 조림이 더 깊은 맛을 낸다.

목포에서 조기는 반찬으로 흔하게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간판에 조기요리를 내건 식당을 찾기는 힘들다. 몇천원짜리 백반집부터 1인분에 몇만원하는 한정식집에서도 조기매운탕이나 찜, 구이를 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 항동시장에서 목포여객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일대에 있는 백반집 중에서는 조기반찬을 내놓는 곳들이 많다. 따로 메뉴에 없어도 반찬으로 내달라고 하면 만들어주기도 한다.

조기매운탕이 맛있는 집은 항동시장 근처 돌집식당, 목포여객터미널 앞 맛길회구이 등이다. 40년간 한자리에서 손님들을 맞았던 돌집식당은 8000원짜리 백반에 조기매운탕, 생새우무침, 고등어조림, 굴무침, 야채전, 갓김치 등 김치 4종류, 젓갈과 각종 나물들이 반찬으로 나온다. 싱싱한 조기에 무와 고춧가루를 넣고 단순하게 끓여낸 조기매운탕의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1인분에 1만5000원하는 먹갈치찜을 찾는 사람들도 이른 아침부터 줄을 잇는다.

■ 벌교

고려꼬막한정식 857-3328 / 국일식당 857-0588 / 벌교꼬막맛집 858-6161 / 역전식당 857-2073 / 제일회관 857-1672 / 고흥상회 857-6250 / 꼬막수산 857-3232 / 부일수산 858-4414 / 벌교수진수산 857-5595

■ 장흥

명희네식당 862-3369 / 바다횟집 867-2332 / 신녹원관 863-6622 / 한사랑음식점 864-7882 / 여다지수산 862-1575 은하수산 863-1488 지원수산 010-6855-8933

■ 목포

공원뻘낙지식당 242-4128 / 돌집식당 243-3586 / 맛길회구이 242-5161 / 명인집 245-8808 / 선경식당 242-5653 / 선미식당 242-0254 / 초원음식점 243-2234

< 벌교·장흥·목포 | 글 박경은·사진 강윤중 기자 ki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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