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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가족도 피하지 못한 '치매의 비극'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입력 2014. 01. 07. 17:53 수정 2014. 01. 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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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아이돌 멤버 부친, 치매 걸린 부모 살해 후 자살"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치료비용 연간 1조원 소요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간다."

인기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31·본명 박정수)의 아버지 박모(57)씨가 치매를 앓던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회적 질병'으로 분류되는 치매에 대한 관심이 촉구되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6일 오전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특의 아버지인 박모(57)씨와 할아버지(84), 할머니 천모(7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가족에 따르면 박씨는 사업실패로 인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 부모 모두 수년 전부터 심한 치매 증세를 보여, 박씨가 부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치매 유병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 중 치매환자는 54만1,000명(남성 15만6,000명ㆍ여성 38만5,000명)으로 전체 노인의 9.18%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는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유병률이 계속 상승해 2030년에는 약 120만명, 2050년에는 약 217만명으로 치매환자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치매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언제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는 환자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사회적 활동 제약은 물론 가족관계가 부정적으로 변화되면서 신체적ㆍ심리적 부담을 안게 된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장기간 간병에 매달려야 하는 가족들 역시 경제적 부담은 물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한다.

치매로 인해 살인 및 살인미수로 이어지는 가족간의 비극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한모(82)씨가 치매를 앓던 70대 아내를 15년간 돌보다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이웃들은 "한씨 부부가 평소 사이가 좋아 손을 잡고 다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북 청송에서 80대 노부부가 저수지에 차를 몰고 들어가 동반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치매를 앓던 부인을 4년간 간병하던 이모(89)씨가 아내 채모(83)씨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씨는 "내가 먼저 죽고 나면 아내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까 내가 운전이라도 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했다. 미안하다"고 유서를 남겼다.

2012년 11월에는 치매에 걸린 남편 전모(81)씨의 폭언을 못 견디고 남편을 살해하려 한 이모(71)씨가 붙잡혔다. 이씨는 살인미수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에서 "지난 수 년간 정성껏 남편을 보살폈지만 남편의 병세는 점점 악화됐다. 욕설도 퍼붓고 의처증도 심해지면서 순간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씨의 사정을 참작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국민건강보험이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치매 치료에 투입되는 비용은 연간 1조원에 가깝다. 2006년 총 진료비가 2,051억원에서 2011년 총 진료비는 9,994억으로 5년 새 5배나 급증했다. 의료기관별 의료이용 추이를 보면 요양병원에서 치매 치료를 받는 환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는데, 이는 가정 내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어려움을 반증한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회·경제적인 부담은 가중되고 있지만, 적절한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공립요양시설 등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 지원 뿐 아니라 환자 가족에 대한 관심도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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