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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못할 아기.. '나홀로 출산' 10代의 비극

입력 2014. 01. 17. 03:08 수정 2014. 01. 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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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서 낳은 뒤 6층 창문서 던져.. 2013년엔 여중생 자택서 출산-살해
입양시키면 기록 남아 막다른 선택.. 제도 보완-미혼모 상담시설 늘려야

[동아일보]

인천에 사는 A 양(17)이 부산을 찾은 것은 13일 오후. 고교 중퇴생인 A 양은 이날 남자친구 B 군(19)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내려왔다. 오후 8시 20분경 두 사람은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얼마 뒤 A 양은 아랫배에 통증을 느꼈다. 진통이었다. A 양은 출산을 코앞에 둔 만삭의 몸이었다. 태아의 아버지는 지난해 헤어진 전 남자친구(17)였다.

A 양은 B 군에게 "배가 아프니 약을 사오라"고 했다. B 군이 자리를 비운 14일 오전 5시경 A 양은 화장실에서 홀로 아이를 낳았다. 남자아이였다. 출산의 고통이 가시기도 전에 A 양은 아기를 6층 창문 밖으로 던졌다.

아기가 발견된 것은 두 사람이 모텔에서 나간 지 얼마 안 된 14일 오후 1시 10분경 모텔 주차장 천막 위였다. 태어난 직후의 모습 그대로 탯줄이 노출된 채 숨져 있었다. 숨진 신생아의 몸에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주차장 천막에 떨어진 아기가 장시간 방치돼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북부경찰서는 15일 모텔 신용카드 결제 명세서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A 양을 영아살해 등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A 양은 "갑작스럽게 아기를 낳아 이를 숨기려고 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9월에도 '나 홀로 출산'에 이은 영아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15층 화장실에서 당시 중학교 2학년생인 C 양(13)이 남자아이를 낳은 뒤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이어 숨진 아기를 종이상자에 넣은 채 15층 창밖으로 던진 것. C 양은 "배가 아파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는 데 아이가 나와 당황했고, 탯줄을 자른 뒤 아이가 계속 울어 가족에게 들킬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당시 집에는 노동일을 하는 아버지(41)가 있었지만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어머니(38)는 퇴근 전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세 미만 한부모 가정은 2000년 1405가구에서 2012년 1283가구로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나 홀로 출산' 관련 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영아 유기나 유기 치사상 등 영아 유기를 둘러싼 범죄는 2008년 64건에서 2011년 127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25건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2012년 8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이 영아 유기가 늘어나게 된 원인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이 법은 친모가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혼모의 신원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되레 '나 홀로 출산'을 부추기고 유기나 살해 같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모 수가 늘어나지 않는데도 영유아 유기가 늘어나는 것은 입양법 개정으로 입양 자체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혼모가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임신에 대한 확실한 교육과 함께 생명존중 교육도 강화하고 미혼모들이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 / 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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