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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께 고합니다"..어느 여조교의 '읍소'

강승우 입력 2014. 01. 18. 14:41 수정 2014. 01. 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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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동안 교수로부터 성추행 피해 호소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모든 것들이 힘들고 두렵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판단해 이렇게 힘겹게 글을 씁니다. 피해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고 학교에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해주세요"

'존경하는 총장님께'로 시작하는 이 글은 이 대학교 여성 조교 A씨가 작성해 지난해 12월 초께 학교 측에 전달했다.

A4용지로 11장 분량이나 되는 이 글에는 A씨가 조교로 근무하면서 수개월간 겪었지만 감추고 싶었던 내용이 고스란히 일기 형식으로 담겨있다.

평범했던 A씨에게 악몽이 시작된 건 지난해 3월 경남 창원의 한 대학교 조교로 근무를 시작하면서다.

지난해 6월 A씨가 결재를 받기 위해 찾아간 B교수의 연구실에서 나온 뒤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피가 날 정도로 양치질했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A씨는 같은달 중순부터 5개월간 학과 사무실과 교수 연구실 등에서 B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학내에서 절대 '갑'인 교수에게 1년 계약을 맺고 근무하던 여성 조교가 이를 항의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A씨는 B교수에게 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매번 허사였다.

A씨는 "B교수에게 이 문제를 따지니 '지나간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유학생활을 오래해 그 정도의 스킨십은 이해할 줄 알았다'며 저를 나무랐다"며 "나중에는 B교수가 '무기를 쥐어들었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며 대화가 끝이 났다"고 말했다.

A씨는 같은해 8월께 다른 교수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상담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A씨는 이 문제를 학교에 알려 바로 잡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총장에게 고하는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A씨는 "교내에 고충처리상담소가 있었지만 누구도 이곳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총장에게 글을 보내고 나서야 학교 측에서는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고충처리상담소에 이 내용을 접수하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진상 조사에 나서자 B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현재 법인 이사회 의결 절차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한 A씨는 지난해 11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우울증' 진단이 나와 현재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조교가 성폭행 피해를 겪은 것도 아닌데 교수를 사직서 쓰게 만드냐'는 한 여교수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피해자가 되레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상황이 더 괴롭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서 재계약은 생각할 수도 없다"면서 "다만 지금부터라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B교수는 앞서 지난 15일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굉장히 괴롭고 힘들다. 지난달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현재는 교수 신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다음 주께 B교수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k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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