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중징계.. 비판언론 찍어내기?

2014. 1. 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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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양태훈,선대식 기자]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박만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2014년 제2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 양태훈

[기사 보강 : 23일 오후 7시 10분]

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 신부를 인터뷰한 CBS < 김현정의 뉴스쇼 > 를 두고 공정성·객관성 규정을 위반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향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법정 제재인 주의 처분을 최종 확정하면, CBS는 재허가 심사 때 감점 등 불이익을 받는다.

< 김현정의 뉴스쇼 > 에 대한 주의 처분을 두고, '비판언론 찍어내기', '정치적인 편파 심의'라는 비판이 거세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라", "한미군사훈련 탓에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 등의 발언을 한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공정한 심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해 12월 JTBC 손석희 앵커의 < 뉴스9 > 이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를 다룬 뉴스 꼭지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더 많이 전달했다는 이유로 '해당 프로그램의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법정제재 처분을 내려, 큰 비판을 받았다.

'이중 잣대' 논란도 크다. 방심위는 박원순 서울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을 '종북'으로 규정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의 발언을 내보낸 TV조선 < 뉴스쇼 판 > 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수위의 행정제재인 '의견제시' 처분을 내렸다. 특히, 방심위는 명예훼손에 대해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정미홍 아나운서가 김성환 구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해, 8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날 주의 처분을 두고 CBS 쪽은 "정치적인 심의였다"고 반발했다. 언론단체 등은 방심위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박만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2014년 제2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 양태훈

여권 추천 위원들, 주의 처분 밀어붙여

주의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이날 방심위 정기회의에서 9명의 위원 중 박만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이 주의 처분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모두 여권 추천 위원들이다. 역시 여권 추천 위원인 권혁부 부위원장은 제재 수위가 더 높은 '관련자 징계'를 주장했다. 야당 추천 위원 3명이 '문제없음' 의견을 냈지만, 소용없었다.

박만 위원장은 "사회자는 공정한 시각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의사보다 박창신 신부의 주장을 긍정하고 간접적으로 지지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청취자들에게 박창신 신부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18대 대선은 국정원과 정부의 모든 기관이 합작한 부정선거다", "컴퓨터 개표조작 행위가 있었다" 등 박창신 신부 인터뷰 발언을 거론하면서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실을 방치하고 있다, 방송 심의 규정의 공정성·객관성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택곤 상임위원은 "정부에 불편한 의제를 놓고 얘기한 것 외에는 저널리즘으로서 충족된 프로세스를 담고 있다, 문제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심의가 법원에서 바뀐 게 5건이 된다"면서 "이번 < 김현정의 뉴스쇼 > 제재 역시 불행한 전례에 포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위원은 "심의의 일관성을 보여 달라, 왜 '편향된 정치 심의', '대통령 옹위 심의'가 아닌지 보여 달라"면서 "전두환 정권 때가 생각난다, 당시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말했던 유성환 전 의원은 옥고를 치렀다, 군사독재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날 심의에서는 종북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택곤 위원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권혁부 부위원장은 "NLL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택곤 위원은 "부정하면 종북이냐"고 되물었다. 또한 엄광석 위원(여권 추천)이 "박창신 원로 신부의 발언은 국기문란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떻게 '연평도 포격' 옹호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말해,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박경신 위원은 "누구 맘대로 국기를 정해서, 국기 문란이라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 김현정의 뉴스쇼 > 심의는 여야 추천 위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회의가 잠시 중단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결국 방심위는 여권 추천 인사들 뜻에 따라 주의 처분이 확정됐다.

23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언론연대, 민언련 회원들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 중징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양태훈

CBS 반발 "정치적인 심의"... 언론단체 "방심위 해체 투쟁"

CBS는 주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양병삼 CBS 시사교양제작부장은 "방심위가 알 권리 보장과 언론 자유 측면을 감안하지 않고 < 김현정의 뉴스쇼 > 가 공정성·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정치적인 심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와 상의해 대응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CBS지부 등이 함께 낸 성명에서 "방심위의 이중 잣대 횡포가 폭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언론 장악을 위한 정권의 첨병임을 자임하면서 '언론 길들이기', '언론 재갈물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면서 "반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일부 종편에는 무한한 애정을 쏟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정당성이 취약한 정권이 언론 장악에 집착했고 그럴수록 정권의 끝은 더욱 비참했다"면서 "지금 언론 장악의 첨병 노릇을 하는 현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의 행적과 말로는 그러한 역사적 교훈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방심위 해체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순혜 위원 해촉... "부당함 알리는 법적 조치할 것"

방심위는 이날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임순혜 보도교양특위위원 해촉을 결정했다. 일사천리로 이뤄진 이번 해촉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임순혜 위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서울역 이남종씨 추모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라고 적힌 피켓을 든 사진을 리트윗(공유·전파)했다. 새누리당과 보수단체 등이 임순혜 위원의 행동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방심위는 21일 임 위원의 해촉 동의 안건을 23일 정기회의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심위는 회의가 끝난 후 낸 보도자료에서 "국민이 선출한 현직 국가원수에 대해 정책 비판이나 의견제시의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저주에 가까운 내용을 리트윗함으로써 국가원수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여 다수 여론의 비난을 받아, 결과적으로 위원회의 품격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외에도 2개 대학의 석사논문 표절 의혹으로 현재 해당 대학들의 본조사가 진행되는 등 도덕성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특별위원으로서 보도교양 방송심의에 대한 자문 등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여 동의권자인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해촉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임순혜 위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임순혜 위원은 "불공정한 심의를 했다거나 불공정한 행동을 했다면 (해촉 결정을) 달게 받겠다"면서 "그러나 단순 리트윗한 글과 학자도 아닌 저에게 해당 없는 논문 표절 의혹 건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해촉은 여권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들 교감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본다, 바른 말을 하는 저를 본보기로 삼아 해촉한 것"이라면서 "변호사와 의논해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부당함을 알리는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해촉 결정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표현의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성명서에서 "실수로 단순 리트윗한 글이 해촉 사유인가"라며 "최근 편파적 언론 상황에 대해 공정심의를 주장해온 해당 위원에 대한 개인적 보복차원이 아닌지도 의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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