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도 안 모여요"..'성실한 빚쟁이'들의 나라

박소연 기자 입력 2014. 1. 24. 05:12 수정 2014. 1. 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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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수래 빚수거'②]"덜 받고 아껴도 빚 쌓여"..고비용 구조 탓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서 '평균'의 인생을 산다는 건 빚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이음동의어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도 버거운데 결혼, 출산, 주택마련, 자녀 대학 진학 등 목돈 들어가는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빚은 쌓이기만 한다. 이른바 '적자 인생'이다. 머니투데이는 '부채공화국' 대한민국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빚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짚어봤다.

[['빚수래 빚수거'②]"덜 받고 아껴도 빚 쌓여"…고비용 구조 탓]

많은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하면서도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갑오년 새해 업무가 시작되는 1월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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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돈 아껴 저금하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한 달에 100만원씩 1년이면 1200만원이다. 10년이면 1억2000만원이다. 10년을 벌어도 서울에 있는 아파트 전세도 힘들다. 적은 돈 모아서 부자 될 계획 세우지 마라. 티끌 모아 티끌이다.(월간지 1월호 '새해엔 이런 계획 절대 세우지 마라' 중)

성실히 일해도 돈이 모이기는커녕 빚만 늘어간다.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월급은 한 달에 한 번 충전됐다 카드값과 함께 빠져나가는 '숫자'일 뿐. 목돈이 필요할 땐 대출을 받은 후 휴대전화 할부금 갚듯 갚아나가는 게 일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가계의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근로환경과 사회안전망을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가 '성실한 빚쟁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성실한 빚쟁이 '워킹푸어'의 탄생

한국 사회에서 '빚'은 흔해졌다. 우리나라 전체 가계 빚은 2007년 말 630조원에서 지난해 9월 938조원, 최근 1000조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빚쟁이'도 흔해졌다. 금융감독원의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우리나라 10가구 중 7가구가 신용대출 등 금융부채나 임대보증금 등 '빚'을 지고 있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5818만원으로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연간 이자부담액도 2004년 95만원에서 252만원으로 급증했다. 가계 가처분소득의 6.1%로 OECD 평균(2.7%)보다 2.2배 높다.

문제는 대다수가 성실하게 일하면서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워킹푸어(근로빈곤층)'란 중위소득(전체 가구소득 중간값)의 50% 미만의 소득을 받는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번듯한 대기업에 종사하는 이들마저 스스로를 '워킹푸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임금상승률, 높은 주거비와 전셋값, 생활비가 '체감 빈곤율'을 높인다. 직장인 오모씨(47)는 "물려받은 게 많지 않은 경우 서울에서 집값이 전세만 해도 몇 억에 생활비도 만만치 않아 빚을 갚기도 전에 아기가 생기면 육아비, 학원비 등이 추가돼 힘들다"며 "대한민국 경제가 돈을 모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덜 받고, 못 쓰는 '빚쟁이'

빚이 생기는 원리는 간단하다. 가처분소득보다 지출액이 많으면 빚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의 대가에 비해 덜 받고 있거나 더 쓰고 있는 것일까.

OECD의 '고용전망 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용근로자의 실질임금은 3만3221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의 75%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임금 격차. 2014년 한국의 최저임금(5210원)은 평균임금의 36%로, OECD 권고수준인 50%에 한참 모자라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근로빈곤층 비중은 25.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일각에선 과소비를 탓하지만 소득증가에 비해 소비는 결코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3/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가계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 소득 중 소비지출한 비율)은 72.5%로 2003년 1분기 이후 동기 최저치를 보였다. 돈을 열심히 벌어서 별로 쓰지도 못하는데 빚에 쪼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개인이 사회적 비용 떠안는 '고비용 구조'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제도 등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고 빚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점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1일 오후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1121 금융피해자 행동의 날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결혼과 주택자금, 육아, 학자금 등 사회 차원에서 감당할 비용을 개인이 오롯이 떠안는 '고비용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빚 문제'에 국가와 기업, 금융기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집'은 한국사회 빚의 제1원인이다. 결혼을 한 달 앞둔 강모씨(31·여)는 "결혼 이후 잔고가 0원일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보통 임금노동자들이 몇 년 모아서 살 수준이 아닌데다 전·월세 생활이 저렴하거나 편한 환경도 아니라 대출받아 집 사는 게 당연시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전세가격지수의 상승률은 26%에 달해 소득, 물가보다 훨씬 빠르게 올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가에서 경기 부양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이고 금융기관도 부동산 담보대출을 남발한 측면이 있다"며 "원활한 주택공급에 실패해 전세가격도 뛰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중 가계소득 비중은 2000년 69%에서 62%로 하락한 반면 기업소득은 17%에서 2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의 부를 가계로 끌어오는 것, 양질의 '일자리'가 빚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기업은 과거에 100개 만들던 일자리를 20~30개로 줄이고 간접·비고용, 하청 등을 늘리는 편법으로 수익률을 높여왔다"며 "노령기간에는 사회보험급여로 생활을 꾸려가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회보험 발전이 뒤처져 있고 임금수준도 높지 않아 한 번 빚을 지면 빚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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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soyu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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