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위기·중 경기 둔화, 'F5국' 강타

이윤주 기자 2014. 1. 2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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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5개 신흥국, 경상수지 적자에 정국 불안올해 자금 이탈 가속 가능성.. 헝가리·칠레 등 확산 우려도

아르헨티나 위기는 개별 국가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따른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G2'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부의존도가 높고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일수록 큰 영향을 받는다.

아르헨티나 금융불안으로 촉발된 신흥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27일 한국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을 크게 출렁이게 했다. 문제는 위기의 전염 여부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정정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터키·인도네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취약(Fragile) 5개국'이 당장 위험국으로 거론된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앞으로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28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테이퍼링 규모를 월 200억달러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이는 곧바로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주요 신흥국의 자금 유출로 이어져 이들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은 "미국의 통화정책은 다른 나라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이뤄져왔지만 과거와는 다르게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미국 경제가 영향받는 부분도 많다"며 "이번 회의에서 최근 아르헨티나 불안이 테이퍼링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는 신흥국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못지않은 위험요소다. 경기 둔화 가능성만으로도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올해 경착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최근 제조업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고, 경기선행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 등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 및 금융거래를 뜻하는 '그림자 금융'을 규제할 계획이어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 내 자금경색 리스크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역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확산시키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경제정책이 전 세계 경제의 방향타로 작용하면서 경제 기초여건이 빈약한 국가들이 금융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는 '취약 5개국' 외에 헝가리·칠레·폴란드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벼랑 끝(Edge) 8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상당 기간 경제침체와 정치 불안을 겪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인 동시에 외환보유액도 부족해 다른 나라로부터 빌린 빚을 갚기가 쉽지 않다. 특히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2.361리라에 거래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치적으로도 10월 브라질 대선 등 대부분이 중요한 선거 일정을 앞두고 있어 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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