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 잘 먹나요?.. 젓가락질 예절은 日 영향 타박 마세요

2014. 1. 30.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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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28)씨는 명절에 친척들과 함께 식사할 때면 마음이 불편하다. 주먹을 쥐고 손가락 사이에 젓가락을 끼워 가위질처럼 하는 서툰 젓가락질 때문이다. 어른들은 "다 큰 어른이 그게 뭐냐"며 면박을 준다. 아무리 노력해도 '올바른 젓가락질'을 익히기 어려웠다. 이번 설에도 반복될 '젓가락질 타박'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유행가 가사처럼 젓가락질 못하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걸까.

음식인류학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했다. 주 교수는 "이른바 올바른 젓가락질은 옛날 무거운 유기 젓가락을 사용하던 시절 만들어진 자세"라며 "유기 젓가락이 사라졌는데도 그 자세만 관습처럼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기 젓가락은 스테인리스 젓가락보다 두껍고 2∼3배 무겁다. 모서리도 각이 져 젓가락질을 올바로 하지 않으면 금세 손이 저리다.

'올바른 젓가락질=올바른 식사예절' 인식은 일제 강점기 이후 형성됐다고 주 교수는 주장한다. 19세기 말부터 일본인들은 한반도에 끈기 많은 자국 품종 쌀을 이식했다. 그 결과 동남아 쌀처럼 찰기가 없어 숟가락으로 떠먹는 게 편한 우리나라 토종 쌀이 사실상 사라졌다. 1910년대에는 조선총독부가 '일회용 젓가락 쓰기 운동'으로 젓가락이 더 위생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학계에선 1960∼7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젓가락 담론'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올바른 젓가락질' 인식이 굳어졌다고 본다. 당시 일본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젓가락 교정기, 심지어 '젓가락 박물관'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일본에는 젓가락질과 관련된 금기가 엄격하다. 젓가락으로 상대방을 가리키는 행위, 그릇을 젓가락으로 끌어당기는 행동 등은 큰 실례다. 두 사람이 각자의 젓가락으로 한 음식을 집어서도 안 된다. 올바른 젓가락질은 기본이다.

원래 조선시대 서민들은 젓가락보다 숟가락을 중시했다. 당시 식단은 주로 밥과 국 위주였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구한말을 겪었던 할머니와 인터뷰를 했는데 '젓가락 없이 숟가락만으로 식사했으며 김치나 깍두기는 숟가락 손잡이로 찍어 먹었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서민들에겐 숟가락이 주된 식사 도구여서 젓가락에 대한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다. 18세기 문인 이덕무(1741∼1793)가 쓴 '사소절'에는 식사예법을 다룬 부분이 있지만 젓가락질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 후기 서민 생활을 담은 풍속화에도 젓가락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글·사진=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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