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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새누리 눈에 가시된 '정상추', 마녀사냥 당하나?

입력 2014. 02. 05. 11:41 수정 2014. 02. 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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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맹공 "출처 불명 외신 확대"…정상추 "조선의 확대해석·왜곡보도, 반론도 안받아"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조선일보가 4일과 5일 연일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 네트워크(이하 정상추)'를 공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외신기사를 번역해 SNS에 공개하는 정상추가 "괴담을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주장이다. 정상추가 번역하는 외신이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언론으로 보기 어려움에도 확대포장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조선일보는 4일 < 외신으로 포장된…SNS 괴담 출처는 '검은머리 블로거' > 제하 기사를 통해 "최근 들어 이른바 외신을 인용한 출처불명의 글들이 국내 SNS '괴담' 형성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이런 글들은 '정상추'라는 이름의 단체가 페이스북을 통해 집중 전파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정상추는 자신들이 번역·전파하는 '매체'에 대해 '세계적인 권위·영향력'을 지닌 매체라고 소개하고 있다"며 정상추가 번역한 샌프란시스코 독립미디어센터(IMC)는 작년 9월 이후 게재된 글이 총 4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글로벌 보이스는 사이트의 성격이 일반 블로거들의 글을 게재하는 일종의 블로그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관련기사를 통해 정상추에 대해 "주요 활동 멤버는 미국 교민으로 추정되는 신모, 임모, 이모씨 등"이라고 규정한 뒤, 학자 발언을 인용해 "일부 글은 일반인들이 보면 발신지는 외국 같지만 실제 발원지는 국내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2월 4일자. 3면.

즉 조선일보의 주장은 '정상추'가 공신력 없는 외신, 메타블로그에 한국인(또는 교포)이 쓴 정부 비판글을 자신들의 SNS로 퍼와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5일 조선일보 최경운 특별취재부 기자의 기자수첩 < 외신 낚시질과 그 공생 세력들 > 에서 최 기자는 "정상추가 전하는 '외신'만 접하면 한국 사회는 폭압 정권에 신음하는 '수용소 군도'나 다름없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은 자유지만 왜곡된 '외신 낚시질'에 일부 지식인과 언론까지 리트윗과 인용보도를 하며 '낚이고'있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첫 번째 문제는 '확대해석'이다. 미디어오늘이 정상추가 올해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외신 번역보도를 분석한 결과 41개의 보도번역 중 레볼류션이 6건, 글로벌 보이스 6건으로 수가 많았지만 AFP, 허핑턴포스트, 이코노미스트, BBC가 2건 씩, 뉴욕타임즈, 알 자지라, 르 몽드, CNN, AP통신 등도 번역했다. 단건으로만 보면 글로벌 보이스 등의 수가 많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다. 나머지는 조선일보가 말하는 소위 '권위 있는' 매체다.

정상추의 한 운영진은 미디어오늘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가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 싫다고 '괴담 유포지'라고 표현하면 기분 좋지 않을 것"이라며 "'괴담'이나 '괴담의 유포지'라는 표현은 명확히 정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추에서 번역한 수많은 기사가 중 그 중 몇 개만 뽑아서 마치 그게 전부인양 보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상추 측은 "글로벌 보이스나 IMC, 레볼류션 뉴스 매체가 유명무실하다고 비하한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보이스는 뉴욕타임스에서 여러 번 링크된 것 적도 있고 레볼류션 뉴스도 많은 언론에서 기사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IMC 기사는 미국 10대 뉴스사이트인 토픽스에서 정식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 조선일보 2월 4일자. 3면.

두 번째 문제는 '왜곡'이다. 조선일보는 정상추가 "미국 교민으로 추정되는 몇몇 사람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정상수 측은 "현재 영어는 약 10여분이 번역을 해 주시고 있고, 독일어, 불어, 일본어, 중국어는 1~2분이 번역을 해 주고 있다"며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캐나다 등 세계 여러 곳에서, 학생부터 전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번역에 참여해 주고 있고 약 20명 내외의 분들이 홍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추는 "최근 많은 분들이 회원을 가입해 주셔서, 현재 페이스북 그룹에는 580 명 정도 회원이 있고 그들이 지역에 구분 없이 뉴스를 공유해서 홍보해 주고 있다"며 "또한 온·오프라인으로 미국, 한국에 있는 다른 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정상추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느슨한 형태의 두레 방식으로 각자 영역에서 정상추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론도 받지 않았다. 정상추 운영진은 "조선일보가 특별취재를 하면서 어떻게 우리에게 연락을 안 주셨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체불명의 단체도 아니며, 정상추가 주도한 작년 여름 보스톤 시위는 CNN iReport 정식기사로도 실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경운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정상추의 페북 계정에 나온 입장(프로필 내용)을 실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 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신에 대한 판단 기준에 따라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기사를 번역해 유통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다는 것을 두고 '괴담' 운운하는 것 자체가 SNS에 대한 조선일보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정상추는 박근혜 대통령의 파리 순방 당시 공공부문 해외 개방을 약속한 박 대통령이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르 몽드의 기사를 번역해 언론이 하지 못한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언론은 박 대통령이 파리 연설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내용만 보도할 뿐 왜 기립박수를 받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최경운 기자 기자수첩 내용처럼 "현실을 외면하는 '유사 언론'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정치공작에 대해 보도하지 않거나 교묘하게 왜곡해 온 조선일보에서 정상추 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낸 것"이라며 "정상추 네티즌들의 진실을 위한 활동이 눈의 가시 같았기 때문에 그곳을 지목해서 기사를 다룬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처장은 조선일보가 일부 외신이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몇몇 종합일간지나 방송사들의 우월감의 단면"이라며 "해외의 경우 몇몇 기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특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정상추도 그런 곳을 발굴해 소개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사실이라 해도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의도를 위해 왜곡한 측면이 있다"며 "국정원 사건 등과 관련해 물타기를 위한 전략적 출발이라는 악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2월 5일자. 10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상추에 대한 마녀사냥이 조선일보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상추라는 정체불명 단체가 정체불명 블로거들을 마치 권위 있는 외신매체인 것처럼 속여 SNS상에서 거짓괴담을 생산하고 유포시키고 있다"며 "정상추 정체가 무엇인지 철저히 규명되고 마땅히 대응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5일자 최경운 기자의 기자수첩 표현을 빌려 'SNS 정화운동'에 조선일보와 새누리당이 "정치적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정말 큰 문제다. 정부·여당과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사회 모순을 지적하는 SNS는 '괴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SNS는 국정원만이 이용할 수 있는 소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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