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타 지역 전보 안돼.. 현직교사가 임용시험 또 봐"

김지원 기자 2014. 2.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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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임용고시, 현직 재응시 비율 10~40% 달해시·도 간 전보 '바늘구멍'.. 신규 임용 적체 심화

강원도의 고교 교사인 ㄱ씨(34)는 결혼 후 4년째 '세 집 살림' 중이다. 남편은 대전, 두 아이는 청주 외가에서 산다. 남편과는 주말마다 청주에서 만난다. ㄱ씨는 근무지 이전 신청을 하다 번번이 순위가 밀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충북·대전지역 임용시험을 번갈아 치렀지만 떨어졌다. 그는 "처음에 임신 중에 공부하다 무리해 병까지 얻었다"며 "아직 아이가 어려 친정에 맡길 수 있지만 시험에 빨리 붙거나, 교직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무지 이동을 위해 임용시험에 다시 도전하는 현직교사의 사례는 ㄱ씨뿐만은 아니다.

경향신문이 시·도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지역 초등교사 임용시험엔 현직교사 710명이 응시해 143명이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시자의 33.4%, 합격자의 14.4%가 현직이었다. 대전에선 현직교사 138명(전체의 36.7%)이 응시해 41명(18.6%)이 합격했다. 울산에선 응시자의 39.9%(59명), 합격자의 24.2%(24명)가, 경기도에선 응시자의 10.3%(368명), 합격자의 9.1%(153명)가 현직이었다. 초등 임용시험 응시자의 10~40%, 합격자의 9~24%가 현직교사인 셈이다.

교사들이 임용시험에 재응시하는 이유는 별거 부부이거나, 긴급한 이유가 생겨도 타 지역 전보가 구조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3년 이상 떨어져 사는 부부교사들의 대대적인 교류가 이뤄졌고, 노무현 정부에선 해마다 증원되는 교사정원 중 20%를 '일방전입'으로 활용해 교사 이동의 숨통을 터줬다. 그러나 2008년 8월 교육부 장관의 시·도 간 교원전보계획권이 폐지된 후 시·도 간 교류 업무는 교육청 업무로 넘어갔다. 한 해 두 차례 하던 시·도 간 교류도 2008년부터 3월 한 차례로 줄고, 일방 전출은 사실상 세종시 전출을 제외하면 막혔다. 한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는 1 대 1 교환이 원칙이다 보니 대상 지역에 빈자리(T.O)가 존재하는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열악하다. 올해 서울로 전입할 수 있는 교사는 184명이지만, 전국에서 오려는 희망자는 1129명으로 파악됐다. 거의 7 대 1 수준이다. 인천에서 대구로 가고 싶어하는 중등교사는 15명이지만 대구에서 인천으로 가려는 교사는 1명뿐이다.

중등교사는 벽이 더 막혀 있다. 임용시험도 교과목별로 보고, 교환교사 숫자도 교과목별로 제한받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올해 중등교사 임용시험 응시자의 1~4%, 합격자의 2~6%만 현직교사인 것도 희망자는 많지만 길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전남지역 중학교 교사 ㄷ씨(37)는 "다섯 살, 두 살 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서울 사는 남편과는 7년간 떨어져 있지만, 비인기지역인 전남에 오려는 서울 교사가 없어 자포자기 상태"라며 "전보 순번이 빨라지도록 육아휴가도 쓰지 않고 버텼지만 지금은 임용시험밖에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타 지역 전보를 희망하는 교사들의 모임인 다음 카페 '타 시·도 전출교사망'의 가입자는 1만7000여명에 이른다. 중등교사 손모씨(41)는 "교사들이 전보와 관련한 정보를 주고받자는 차원에서 만든 공간"이라고 말했다. 길도 막혀 있지만, 지역 간 정보 공유도 교사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도록 현실이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지역 간 교사 이동통로가 협소해지면서 그 후유증은 신규 임용시험 준비생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2014년 기준 서울 초등 임용시험의 경우 현직교사들이 응시하지 않았을 경우 경쟁률은 2.79 대 1에서 2.53 대 1로 낮아진다. 대전 초등 임용시험의 경우 경쟁률은 1.70 대 1에서 1.32 대 1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학 졸업 후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박모씨(25)는 "현직교사들의 지원율이 계속 증가한다면 사범대생들의 임용시험 합격률이 낮아져 임용 적체가 심화될 수도 있다"며 "일정 조건하에서 전보권을 보장토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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