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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고소율 ↓.. '꽃뱀' 사라졌나?

입력 2014. 02. 24. 19:16 수정 2014. 02. 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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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급증 불구 고소사건은 한 자릿수 하락2013년 6월 친고죄·반의사불벌죄 폐지 이후 크게 줄어합의 관계없이 끝까지 수사.. 악의적 이용 힘들어져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악몽같은 일을 겪었다.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술자리 끝에 모텔에 간 것이 화근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여성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그를 떠밀고 뛰쳐나갔다.

이튿날 A씨는 성폭행 혐의로 고소됐다. A씨는 "억울하다"며 강변했지만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뛸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결국 합의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건네고서야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이른바 꽃뱀에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며 수사기관에 접수된 고소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형법이 개정되면서 A씨처럼 악의적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성폭력 수사 제도가 악용되던 부작용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수사기관에 접수된 성범죄 사건은 1만6549건(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이를 주요 수사 단서별로 분류하면 ▲피해자 신고가 38.7%(6404건)로 가장 많았고 ▲탐문·정보 15.4%(2546건)▲여죄 9.9%(1640건)▲고소 9.7%(1601건) 등 순이었다. 이 가운데 고소 사건은 전년 동기대비 5.9%포인트(314건) 감소했다.

최근 3년간 고소 사건의 평균 비율이 10%대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한자리 수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발생 통계가 급증하는 터라 눈길을 끈다.

성범죄 민원이 준 것은 지난해 6월 폐지된 성범죄의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수사에 착수하거나 혐의를 입증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여성계가 지적해온 것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는 원인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무고한 고소를 조장하는 배경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가해자로 지목되면 '조용하고 신속한' 사건 종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이를 노린 무고 사범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성폭행 기소율은 48.7%(2012년)에 불과했고, 불기소 사건 중 64.4%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수사 도중에 합의 등으로 종결된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법 개정 이후 성범죄 수사는 합의에 관계없이 끝까지 진행되게 됐다. 악의적 목적에 악용될 소지가 현저히 줄었고, 이 과정에서 자칫 무고죄가 밝혀질 위험 부담도 생겼다는 분석이다. 검찰과 법원도 최근 성범죄와 관련된 무고 사범에게 엄중한 처벌을 하고 있다.

형사 및 의료사건 전문인 윤태중 변호사는 "종전 같으면 억울하더라도 2000만∼3000만원 선에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합의금 줄 돈으로 변호인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다툰다"고 전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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