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부싫어 감옥갈래" 철부지 고3 소원대로 '철창행'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차라리 전과자가 되겠다며 길거리에서 처음 본 여성을 상대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뒤 재판에 넘겨져 결국 소원대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종근)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상해 혐의로 기소된 황모(20·당시 19세)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황씨는 지난해 5월 오전 1시쯤 귀가하던 중 집근처 건물로 들어가는 A씨(27·여)를 발견하고 무작정 뒤따라 갔다. 손에는 마침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흉기가 들려있는 채였다. 황씨는 순식간에 A씨 멱살을 잡고 따라오라고 위협했으나 A씨가 "이러지말라, 남자친구가 밖에 있다"며 저항하자 흉기를 휘둘러 A씨의 머리와 팔, 다리 부분을 수차례 찔렀다.
황씨는 A씨를 화장실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얼마 뒤 A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황씨에게 상해 뿐만 아니라 강간미수 혐의도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황씨가 피해자의 옷깃을 흔들고 얼굴을 A씨 입술 쪽에 댄 사실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강간하려던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결국 황씨는 흉기를 이용해 A씨를 다치게 한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황씨의 범행은 경위와 수법이 무차별적이고, 반사회적인 점,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황씨가)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법정에서 "당시 고3 수험생이었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커 차라리 전과자가 되면 공부를 안 해도 될 것으로 생각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coming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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