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사관생도 1기 지금은..] 워킹맘 여성 장교들, 출산·육아·가정은 '또 하나의 전쟁터'

2014. 3. 1. 01: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 미안, 훈련 때문에 늦었어. 많이 기다렸지?"

지난 26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을 마치고 밤 10시쯤 귀가한 해군본부 정훈공보실 정원주(35) 소령은 두 팔을 벌리고 엄마에게 달려드는 딸(6)을 힘껏 안아줬다. 정 소령은 함상 훈련기간 집을 떠나야 할 때 시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을 제외하곤 줄곧 자신이 아이를 키워왔지만 딸에게 늘 죄책감을 느낀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고 부부 군인으로 부임지가 달라 아빠와 떨어져 살아온 시간이 적지 않아서다. 정 소령은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고집스레 함께하고 있지만 고충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출산과 육아는 사관학교 출신 여성 장교들에게는 더 무거운 과제다. 다른 일하는 여성 '위킹맘'들과 마찬가지로 가정은 위로와 힘을 주는 공간이지만 또 하나의 전쟁터이기도 하다. 여군들은 다른 워킹맘들이 격지 않아도 되는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순환근무와 보직이동 등으로 인한 잦은 거주지 이동과 길게는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검열과 훈련, 비상대기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출근시간도 다른 직종에 비해 이른 편이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문을 열기 전 출근해야 한다. 가까이에 친정부모나 시댁이 있으면 아이를 맡기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늘 누군가 도와줄 이를 찾아야 하는 절박감에 시달리곤 한다. 아예 친청부모나 시댁에서 아이를 키워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육사 여생도 1기 출신 최혜선(35) 소령도 7살 아들을 시댁에 맡겨 놓고 있다.

군은 여군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나섰다. 우선 군 어린이집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관사가 100세대 이상인 부대에만 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있는 규정을 개정해 전방지역은 아동이 15명 이상이 되면 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집 운영시간도 늘린다. 해군은 24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도 개설할 예정이다. 군 관사 내에 공동육아나눔터를 만들어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군인 가족 가운데 '아이돌보미'를 양성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진급 등을 감안해 육아휴직을 포기하는 여군들을 위해 셋째 아이부터는 휴직기간 전부를 진급최저복무기간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임신 여군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임신 여군은 산부인과로 30분 내 이동이 가능한 지역에 배치하고 4개월째부터는 과도한 훈련을 받지 않도록 했다. 지휘관이 직접 임신 여군들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현재 16곳에 불과한 군병원 산부인과도 늘리고, 산부인과 설립이 어려운 지역에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방문해 진료하는 '취약지 순회진료'도 실시할 예정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 쿠키뉴스(kuki@kmib.co.kr)/전화:02-781-9711

인기기사

  • 현오석 경제부총리 "철도에 경쟁체제 도입"
  • 초등학교 여교사 노린 범인, 전기수리공 옷 입고
  • "넘어졌다고 자살했단다, 한국은 대체 뭐하냐" 한탄 잇따라
  • 오늘은 구름 많고 포근… 3·1절은 남부지방부터 빗방울
  • "와~ 안현수 벤츠車" 러시아 메달리스트에 화끈한 선물
  • "갤노트2가 0원?" 2·28대란 인터넷 술렁… 스마트폰 분실하면 큰일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