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反러 시위 선봉에 섰던 우크라이나 극우집단, 다시 골칫거리로

이준우 기자 2014. 3.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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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해 끝까지 무장할 것이다. 당신들이 우리가 가진 총을 뺏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

지난달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 속엔 AK-47 소총을 멘 남성 다섯이 카메라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대부분 키 180㎝ 이상의 건장한 체격인 그들은 한쪽 어깨엔 탄띠를 메고 허리엔 칼을 찼다.

동영상 주인공들은 스스로를 '라이트 섹터(Right Sector·우파)'라 칭하는 군사집단 소속 대원들이다. 라이트섹터의 규모는 총 2000~3000명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10대 후반~20대 초반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에 반대하며 극단적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원래 '삼지창' '우크라이나 애국단' '하얀 망치'라 불리는 극우집단들의 일원이었다. 세 집단은 주로 토종 우크라이나계 남성들로 이뤄졌으며, 우크라이나의 완전 독립을 위해 러시아계 인구의 대외 추방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친러시아 정책을 펴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대항해 반정부 시위 열기가 고조되면서 이 집단들은 라이트 섹터로 본격 규합했다. 반러시아의 선봉에 선 이들은 밤새 순찰을 하며 시위대 20만명을 지켰다. 지난달 시위대가 정부 관공서를 점거할 때도 선두에 섰다. 골칫거리였던 극우 세력은 순식간에 '우크라이나의 영웅'이 됐다.

하지만 영웅은 다시 골칫거리가 됐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 정부와 타협, 관공서 점거를 풀며 물러나기 시작하자 '대화는 곧 투항'이라며 소총을 들고 거리로 나서 우크라이나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들이 촉발한 과격 시위는 경찰과의 무력 충돌로 이어져 18일부터 20일까지 총 1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유혈사태는 결과적으로 야누코비치의 퇴진을 불러왔지만, 러시아의 군사개입 명분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라이트섹터에 대한 국민 여론도 순식간에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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