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집작부인가, 교사인가' 교육청 과장, 여교사 성추행 의혹

2014. 3. 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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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경기도교육청에 낸 감사청구서 내용.

ⓒ 윤근혁

"중년 남성이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중략) 여교사 자리를 재배치함. (우리는) 술시중을 드는 듯한 분위기. 옆에 있는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린 상태에서 손을 거두지 않고 1∼2분간 대화를 하거나, 심지어 스커트 아래 살을 주물럭주물럭 거리기까지 하였음. 어린 여교사를 매춘부 다루 듯 이야기 해 당황." - 경기도교육청이 접수한 감사청구서 내용

경기도 A초등학교 여교사들이 "학교 교장이 어린 여교사들을 동원해 교육청 간부에게 술 시중을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교사 가운데 한 명은 지난 2월 21일 경기도교육청에 감사청구서를 냈다.

피해 교사 "교사 하대하고 매춘부 다루 듯"

하지만 성추행 의혹을 받는 당시 경기도의 한 교육지원청 B과장(현재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장)과 '술시중 동원' 의혹을 받는 C교장은 "비정형 장학 차원에서 마련한 자리이며 성추행이나 술시중 동원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면서 반박했다.

5일 입수한 감사청구서를 보면 사건은 A초 교장은 이 학교 여교사 6명에게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해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회식이 벌어진 때는 2011년 12월 2일 오후 6시께부터다. 하지만 이 자리를 만든 해당 교장은 오후 8시께 뒤늦게 나타났다고 한다.

감사청구서는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교장은 나타나지 않았고, 정체를 모르는 한 중년 남성이 테이블로 왔다"고 나온다.

"그 중년 남성은 자신이 ○○교육지원청 과장이라고 소개를 함. 자기 마음대로 가장 어린 본인과 다른 여교사를 자신의 옆에 앉게끔 (자리를) 재배치를 함."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자리에 앉은 B과장은 여교사들에게 잔 돌리기 식으로 술을 많이 마시게 했다. 이에 대해 감사청구서 제출 교사는 "이유도 모른 채 불려나온 이 모임이 마치 중년 남성의 술시중을 드는 듯한 분위기"라고 적었다.

감사청구서에는 '성추행'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적혀 있다.

"옆에 있는 본인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등을 쓰다듬는 등 스킨십을 함. 게다가 손을 올린 상태에서 손을 거두지 않고 1∼2분간 다른 사람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거나 심지어 스커트 아래의 살을 주물럭주물럭 거리기까지 하였음."

피해 교사는 정색을 하며 B과장을 째려보았지만 석연찮은 상황은 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청구서에는 "B과장이 어린 여교사의 손을 자신의 양손에 잡고 '역시 젊은 것들이 뜨겁다'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감사청구서 제출 교사는 "교사를 하대하고 마치 어린 여교사를 매춘부 다루듯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러웠고 모멸감이 들었다"고 적었다.

청구서에 따르면 이 자리를 주선한 C교장이 술자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8시쯤. 감사청구서를 보면 C교장이 합석한 뒤에도 위험한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B과장이) 다음에는 1박2일로 방을 잡고 밤새도록 못다한 이야기를 계속하자고 함. 그러면서 C교장에게 '방 정도는 교장 선생님이 잡아주실 수 있죠?'라고 요구함. C교장은 소속 직원을 구출하기는커녕 '네 그럼요. 제가 그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 하죠'라고 대답함."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경기도교육청에 낸 감사청구서 내용.

ⓒ 윤근혁

감사청구서는 이날 술자리가 생긴 배경 설명도 적혀 있다.

"누군가 (B과장에게) '이 자리에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냐'고 묻자 B과장은 'C교장에게 A초에 가게 되면 이렇게 젊은 선생님들과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고 했음."

감사청구서 제출 교사는 "이날 술값을 B과장이 내는 모습을 보며 마치 술집에 와서 어린 여자들과 놀고 화대를 지급하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나빴다"면서 "이후 '나이든 아저씨에게 술이나 따라주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인가' '나의 정체성은 술집 작부인가 교사인가' 혼란을 겪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B과장과 C교장 "성추행이나 술시중 동원, 있을 수 없는 일"

이 교사는 뒤늦게 감사를 청구한 배경에 대해 "2년 3개월이 지났지만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고, 나에게는 그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면서 "그들이 교육계에서 승승장구하며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것 자체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그동안 상전으로 있었던 C교장이 보복하거나 취조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술자리에 동석했던 또다른 여교사도 "당시 교장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청 과장이 갑자기 와서 술잔을 돌리며 술을 먹인 기억이 난다"면서 "B과장이 스스로 우리 학교 교장에게 부탁한 자리라는 점을 시인한 것과 '나중에 1박2일 방을 잡고 만나자'는 말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교사는 "B과장이 여교사 허벅지를 만지는 모습은 탁자 밑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알지 못했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B과장과 C교장은 같은 교육대학 출신이면서 한 학교에서 나란히 교장·교감으로 근무하는 등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둘은 모두 여교사들의 증언 내용 대부분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회식은 "비정형 장학 차원에서 마련한 교육을 위한 자리였다"는 것이다.

C교장은 "미리 교사들에게 교육청 과장이 회식자리에 나온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린 선생님들이라 교육청 과장이 온다고 하면 부담을 가질까봐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사실 밝혀져도 중징계는 어려울 듯

이 교장은 또 "비정형 장학 차원에서 내가 먼저 교육청 과장에게 제안해 교육과정 계획 등을 배우도록 한 것이지, 술시중을 하라고 여교사들을 동원한 것은 아니다"면서 "'1박2일 방을 잡으라'는 말도 없었고 이를 허락한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B과장도 "당시 비정형 장학 차원에서 내가 낸 책에 대해 설명했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성추행은 없었다"면서 "만약 스스로 매춘부 같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니냐.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공개된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C교장이 부탁해서 나간 것이었고, '1박2일 방을 잡자'는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감사청구서를 접수한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은 빠르면 이번 주 안에 두 교장에 대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청 관계자는 "징계 시효 2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주의, 경고 등 행정처분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 교육희망 > (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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