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의 유럽여행기]로마 문명과 과학의 힘

김홍선 2014. 3. 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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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00년전 로마 판테온·수도교, 건축물에서 정밀한 과학적 분석

[머니투데이 김홍선][편집자주] 필자는 23년간 IT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벤처 기업가로, 전문경영인으로서 종사한 IT 전문가다. '누가 미래를 가질 것인가?'라는 저서도 출간했다. 그는 최근 7년간 몸 담았던 안랩의 CEO를 그만 두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인생의 2막을 준비하면서 그는 최근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여행이야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고, 또 전문가들의 여행기도 많다. IT 경영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행의 단상은 어떨까. 바쁜 일상으로 출장 외에 여유있는 여행을 꿈꿀 수 없는 CEO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쯤으로 시리즈를 연재한다. 여행경로는 로마에서 시작해 나폴리-피렌체-베니스-밀라노-파리까지. 20일간의 여정이다.

[ < 13 > 2000년전 로마 판테온·수도교, 건축물에서 정밀한 과학적 분석]

밖에서 본 판테온 /사진=김홍선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은 퀴즈가 나왔다고 한다.

"로마에 있는 판테온(Pantheon) 천장에는 원형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만일 비가 온다면, 건물 안으로 비가 들어갈까요? 만일 들어간다면 빗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판테온은 '모든 신에게 바치는 신전'이라는 의미로서, 다신교 국가다운 개념의 건축물이다. '팍스 로마나' 시대를 연 아우구스투스의 오른팔인 아그리파가 집정관일 때 지은 후, 화재로 무너진 것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재건했다. 무엇보다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로마 시대 건축물로서 유명하다.

직접 본 판테온은 충격적이다. 마치 커다란 공 같은 형태 즉 구(球)가 가상으로 있는 것 같고, 이를 둥글게 둘러싼 돔 형식이다. 어떻게 기둥도 없이 이 거대한 돔이 오랜 세월 서 있을까? 더 놀라운 것은 천장 중앙에 오쿨루스(Oculus)라고 하는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 서로 받쳐 주면서 서 있는 돔 자체도 신기한데, 아예 그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있다니!

판테온 천장 /사진=김홍선

그러고 보니, 이 구멍만이 유일하게 밖을 볼 수 있는 창이다. 해와 달의 빛을 받아들이는 의미가 있고, 제사를 지내면서 연기를 빼낼 곳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다. 그래도, 전문적 식견이 없는 나의 눈에는 고도의 과학적 설계와 공학적 기술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빗물이 흘러 내려가도록 설계된 판테온 바닥 /사진=김홍선

앞서 TV 프로그램의 정답은 이 건물의 용도에 숨겨져 있다.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기에 뜨거운 연기가 올라왔을 것이고, 그 압력 때문에 비는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물론 불을 피우지 않으면 비가 안으로 들어가겠지만, 그때에는 비가 절로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하늘에서 천장을 통해 비가 떨어지는 광경이 신비롭다고 한다.

과학적 분석의 산물, 로마 수도교

한편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시리즈 중의 한 권을 로마의 인프라에 대해서만 할애하고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는 가도, 다리, 수도, 의료, 교육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끊임없이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해서 시스템화하는 로마 문명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도로 인프라 덕택에 이동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과거에 영동고속도로는 대관령의 꾸불꾸불한 길을 통과해야 하므로, 직선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터널 몇 개만 지나면 바로 강릉이 나온다. 산을 끼고 도는 게 아니라, 아예 높은 곳에서 터널을 뚫어 버린 것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 여건상 이러한 방식은 아주 효과적이다. 그 밑에서 고속 도로를 올려다보면 기술의 힘이 느껴진다.

로마 수도교 /사진=김홍선

그런데, 이미 2000년 전에 로마 문명에서는 높은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였다. 시민이 사용할 물이라서 더욱 주의해서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결과 위생이 우선이라, 물은 고이면 안 된다. 결국, 물이 계속 흐르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해야 하는데, 어떤 경사 각도로 설계해야 물이 고이지 않고 계속 흘러갈 수 있겠는가? 게다가 수도교가 서 있는 지형은 천차만별이다.

로마 수도교는 이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차질없이 물이 공급되도록 했다. 정밀한 과학적 분석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도교를 통해 공공장소, 목욕탕, 시민의 생활 현장에 깨끗한 물이 배분되었다. 현재는 수도교가 끊어져서 갱도의 단면도 뚜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수도교 유적지 현장에서 여러 수도교가 로마로 향하고 있었을 장관을 상상만 해도, 로마 문명의 힘과 활기가 느껴진다.

로마 시민에게 안녕과 편리를 가져다준 수도교는 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용도폐기 되어갔다. 전쟁 중에 파괴되기도 했지만, 체계적인 유지 보수도 제대로 안 되었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에는 또 다른 일화로서, 야만족이 수도의 갱도를 통해 침입하는 것을 걱정했다고 적고 있다.

수도교 갱도 단면 /사진=김홍선↑

사실 시내로 향하고 있는 수도교는 로마를 침입하려는 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수단이겠는가? 이 길을 따라가면 로마가 나올 것이요, 갱도를 통하면 성벽도 넘어가지 않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좋은 의도로 만든 기술은 악의에 의해서 역으로 사용될 수 있나 보다.

IT 인프라에서도 그런 현상을 볼 수 있다. 검색 서비스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찾기 위한 도구다. 그런데 바로 그 편리함은 해커도 잘 알고 적극 활용한다. 이를테면 대상으로 하는 내부 임직원의 인적 사항이 필요하면, 단순 검색을 통해서도 인터넷과 SNS에 나타난 신상, 가족, 및 각종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이버 공격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구글(Google)'이라는 IT 보안 전문가 게리 맥그러(Gary McGraw)의 표현은 의미심장하다.

로마의 대표적 건축물인 판테온, 그리고 대표적 인프라인 수도교. 모두 철저한 과학적 분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목적은 공공의 안녕과 평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동체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의 우수성이 밑바탕이 되어야 했다. 백성을 긍휼하게 여긴 세종대왕의 치세 기간은 과학이 융성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삶의 질은 과학 기술의 역량에 달려있다. 로마에서 그런 평범한 역사적 사실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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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홍선 redhipp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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