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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추행 피해母가 가해자 선처 호소한 까닭은?

노수정 입력 2014. 03. 16. 11:16 수정 2014. 03. 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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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노수정 기자 = 지난 14일 오전 11시 수원지법 형사108호 법정.8살 난 아들의 성기를 만진 70대 노인을 성추행범으로 고소한 30대 여성이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여성은 "성범죄에 대한 법이 강화돼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재판장의 거듭된 설명에도 "고소를 취하해도 정말 안 되냐"면서 미안해 하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지난해 정부가 아동 성범죄 가해자에게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준할 정도로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도록 법 개정을 한 이후 자주 볼 수 있게 된 법정 풍경이다.

현행법상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선 가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동 성범죄 근절을 위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과도기에 있는 만큼 비교적 가벼운 추행에도 일률적으로 무거운 형벌을 내리는 것은 국민 법 감정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모(당시 7세)군은 지난해 5월22일 오후 5시45분께 태권도학원에 가기 위해 화성시 한 아파트단지 내 벤치에 앉아 학원차를 기다리던 중 신모(72)씨를 만났다.

신씨는 김군 옆에 앉아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옷 위로 김군의 성기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겁에 질린 아들에게서 피해사실을 들은 김군의 엄마는 곧장 경찰에 신고하고 고소장도 썼다.

김군은 경찰에서 "할아버지가 고추를 꽉 잡아서 눌렀다"며 말했으나 당시 CCTV 화면이 워낙 흐릿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피해자인 김군의 진술이 유일했다.

검찰은 이날 신씨에게 법정형보다는 낮은 징역 4년에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15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구형했다. "피해자의 구체적 진술이 있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에 비춰 순간적 실수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이유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와 "칠십 평생 이런 일이 처음이고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신씨 앞에서 재판부도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 재판장인 이영한 부장판사는 "지난해부터 이런 재판만 4~5번째"라며 "피해자 측이 선처를 호소하는 상황에서도 법에 따라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재판부로서도 마음이 무겁다"라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신씨에게 "주변에 친구들이 있다면 앞으로 비슷한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얘기해 주고 특히 여자아이는 절대 멀리하라. 세상이 무서워졌다"고 조언했다.

이 재판부는 지난해 술에 취해 치마 길이가 짧다며 여중생을 훈계하다 허벅지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수원지역 한 변호사는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법을 만들었지만 제자리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검찰도 기계적으로만 구형할 것이 아니라 법 감정과 상식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일 열린다.

ns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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