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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비판 낙서가 재물손괴? 국가보안법 위반?

입력 2014. 03. 25. 11:55 수정 2014. 03. 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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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비판하는 낙서에 공안수사인력 투입 등 과잉수사 민간인 대상 광범위한 수사자료요청으로 인권침해 논란도 일어

박근혜 정부 비판하는 낙서에 공안수사인력 투입 등 과잉수사

민간인 대상 광범위한 수사자료요청으로 인권침해 논란도 일어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박씨 성의 독재자가…", "12·19 부정선거는 박근ㅎ. 자유의 적에게 자유는 없다."

한 사람이 위와 같은 글을 공공장소에 적었다면 죄가 될까.

더구나 정권 비판 낙서를 한 곳이 대부분 거리낙서(Graffiti·그라피티)가 그려진 시민 낙서공간이어서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낙서에 공안수사인력을 투입하고, 용의자 특정을 위해 광범위한 민간인 자료를 구청에 요구해 '과잉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 공공장소 정권비판 낙서에 경찰 대대적 수사 착수

지난 1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설현장, 가톨릭 센터, 충장로 등 16곳에 현 정권을 비판한 내용의 낙서가 발견됐다.

빨간색 페인트를 스프레이로 뿌려 쓴 대부분의 낙서는 발견된 즉시 해당 건축물이나 시설의 관리자가 덧칠하거나 지워서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이 현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낙서현장의 CCTV 화면을 확보한 경찰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화면을 확보, 탐문을 벌였다.

CCTV 캡처 화면 속 인물이 평소 기초생활수급증을 가지고 다닌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범위를 좁혀 용의자를 추적했다.

광주지역 5개 구청에 30~50대 남성 기초생활수급자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해 3천여명의 신상자료와 사진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이 낙서 용의자 한 명을 잡기위해 기초생활수급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정권 비판하면 공안사범?…과잉수사 비판 일어

낙서 발견 당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비판하는 광주 시국회의 명의의 유인물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관할 경찰서인 광주 동부경찰서 외에 광주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함께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25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용의자가 낙서한 내용이 대부분 현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비판한 내용인 탓에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점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안수사대가 사건 초기부터 관할 경찰서와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관할 경찰서는 국가보안법혐의가 아니면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방침을 정했으나 재물손괴죄의 주된 수사부서인 형사과가 아닌 집회·시위사범들을 수사하는 지능팀에 사건을 맡겼다.

간혹 공공장소에서 발견되곤 하는 낙서사건이지만 '정권비판' 내용인 탓에 공안수사 인력을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의견을 밝힌 낙서를 두고 경찰이 과민대응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낙서의 내용만 놓고 보면 전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점이 없는 정권비판 내용인데 이를 두고 낙서를 한 세력 등을 미리 유추해 공안몰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낙서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에 낙서했다고 재물손괴죄 적용?

경찰은 해당 낙서자를 붙잡으면 일단 '재물손괴죄'를 적용해 입건할 방침이다.

재죄물손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신고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서자가 낙서한 공간은 사유지인 광주 동구 구 가톨릭센터 부지 공사현장과 공공장소인 충장로 골목 등 2곳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신축 부지의 외벽에 집중됐다.

철제 조립식 담으로 세워진 문화전당 공사현장 외벽은 처음 만들어질 당시부터 시민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고 그릴 수 있는 낙서(Graffiti·그라피티)의 공간으로 기획, 조성됐다.

이런 이유로 현재 해당 공간에는 무수히 많은 시민의 낙서가 적혀 있다.

정권 비판 내용의 낙서가 발견되자 관리 당국은 낙서의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진한 색깔의 페인트로 덧칠해버렸다.

낙서의 공간에 낙서를 한 이를 재물손괴죄로 처벌한다는 경찰의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민 박모(23)씨는 "그런 논리라면 '섹스'라는 등 아이들 장난 낙서도 모두 붙잡아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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