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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자살 장애인부부..과잉수사 의혹

입력 2014. 03. 31. 17:20 수정 2014. 03. 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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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 상담내용 공개..대부분 학교폭력·왕따

(안동=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중학생 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자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장애인 부부 사건은 수사기관과 상담센터가 딸에 대한 상담내용을 확대 해석한데서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 안동경찰서는 3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지난 22일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된 장애인 A(46)씨 부부의 큰딸(15)이 지난해 9월 초 A4 용지 2장 분량으로 작성한 상담 서류를 공개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수사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상담사가 딸의 이야기만 듣고 본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서류는 왕따 피해를 호소하던 큰딸이 학교에서 자살을 기도한 뒤 교육청 위(Wee)센터의 상담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것이다.

경찰은 이 서류에 나온 성추행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아버지 A씨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A씨는 당시 "딸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스킨십은 있었지만 추행은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문제는 큰딸의 진술 대부분이 아버지의 추행보다 오히려 학교 폭력과 왕따, 가난 등에 대해 비관하는 것이었다.

큰딸은 상담 과정에서 "지난번 학교폭력을 117에 신고했더니 오히려 나보고 '반성해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 현실이다…태어날 때부터 가난하게 태어나서 나는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지…이 세상에 움직이는 생물 중 제일 나쁜 것이 인간이고 거기다가 나는 공부도 못한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수사기관과 상담센터 측이 상담 내용 중 성추행 부분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사건화하면서 이를 억울하게 생각한 A씨 부부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운식 안동경찰서 수사과장은 "아이 입장에서는 아빠가 엄마의 가슴을 만지는 것도 성추행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도 "딸을 상대로 아버지에 대한 처벌의사를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한결같이 답변해 입건 처리했다"고 말했다.

큰딸이 다녔던 학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자살을 기도했을 때 본인이 가정형편을 비롯한 여러가지 우울해할 만한 이유를 나열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상담과 수사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부분은 빠지고 추행만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현재의 시스템은 학생으로부터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진술이 나오면 곧바로 관련 기관에 신고하고 처벌하도록 돼 있어 지나치게 민감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d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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