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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여전히 한겨울'..흔들리는 상아탑

입력 2014. 04. 05. 07:03 수정 2014. 04. 0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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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대학가는 아직 한겨울이다.

서울 주요 대학들에서 '성희롱'과 '부당해고 의혹', '수업거부' 등 연달아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아탑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 (사진=서울대 정문)

◈ 교수는 성희롱, 시간강사는 부당해고

포문을 연 것은 대한민국 최고 지성인들이 모인 서울대학교.

지난 1월 음악대학 성악과 박모(49) 교수는 학력위조 의혹에 휩싸였다. 프랑스 파리 크레테이(Creteil)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는 그의 이력과 다르게 국립음악원 측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 교수는 이후 불법과외·성희롱 의혹 등으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이는 서울대 측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고3 입시생들을 대상으로 회당 수백만 원의 불법 고액 과외교습을 행했다. 뿐만 아니라 여제자 A(22) 씨에게 노골적으로 가슴 노출을 요구했으며 이같은 피해자가 다른 서울대생을 포함해 복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교수는 지난 1일 직위해제됐다.

그런가하면 이화여자대학교의 한 시간강사는 프랑스어 시험 도중 학생에게 영어 시험지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11년 간 이화여대에서 교편을 잡은 남봉순(49·여) 씨는 지난해 6월 교양 과목인 '프랑스어Ⅰ'기말고사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생소한 요구를 받았다. 외국에 체류했었던 한국 국적의 학생이 영어 시험지를 달라고 한 것.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불문과에서는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과 재외한국인 학생에게 비공식적으로 영어 시험지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영어 시험지가 필요할 정도로 한국어를 못하는 수준도 아니었고, 사전에 담당 강사로부터 학생의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 남 씨의 주장이다.

이후 열린 교수회의에서 남 씨의 해고가 결정됐고, 남 씨는 현재 불문과 교수들을 부정시험, 성적조작, 부당해고, 시간 강사에 대한 인권 유린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하지만 이화여대 측은 남 씨가 '일부 사실만을 왜곡했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 학교에 맞서는 학생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건국대 로스쿨)은 '수업거부'까지 불사하는 학생들의 강력 반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로스쿨 학생들이 이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다름아닌 학교 측의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 결정 때문.

지난 2일 학생회에 따르면 건국대는 로스쿨 개원 초기, 3년 간 약 83억 원을 지원하고 장학금 지급률을 75%로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년 간 35억 원만을 지원했고 올해 장학금 지급률을 40% 낮췄을 뿐아니라 등록금까지 9.8% 인상했다는 것이 학생회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건국대 측은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놨다. 2009년부터 5년 간 52억 8천만 원을 지원했고, '개원 후 3년 간' 약속을 2년 더 연장해 장학금 지급률 75%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서일대학교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학교측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침묵 집회를 갖고 있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사립 전문대인 서일대학교에는 예체능 계열 학과에 대한 통폐합 바람이 불어 닥쳤다.

지난달 21일 서일대가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침에 따라 문예창작과, 연극과, 사회체육 골프과 등을 폐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3일 연극과 학생들은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장례 퍼포먼스 시위를 벌였고, 문예창작과 학생들은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침묵시위를 했다. 예술을 취업률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

시위에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폐과 소식을 퍼뜨렸다.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서일대는 통폐합 쪽으로 방향을 돌린 상황이다.

이와 관련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의 한 교수는 "예전에는 예술을 위해서 인권을 포기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인권이 우선되는 시대다. (서울대 사건의 경우) 교수들이 이런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데 옛날식 도제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같은 예술계열이라도 음악의 경우 계보에서 쫓겨나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권위주의가 더 남아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 해고건에 대해서는 "시간 강사의 경우 계약 기간이 있는데 기간 도중 잘린 것이 아니라면 (통상) '부당해고'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학과에서 영어 시험지를 공식적으로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학생이 한국어 공부를 해야지, 강사가 원칙대로 한 행동이 비난받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같은 전공의 교수가 바라보는 서일대 통폐합 문제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대학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된다. 하지만 예술 분야에 취업률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나중에는 대학 정원보다 입학 정원이 줄기 때문에 교육부 측에서 입학 정원을 줄이는 정책을 내놨고, 전국 대학들이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지 않는 학과는 통폐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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