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관광 잔재 '요정' 아직도 세금혜택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한옥풍 건물. 이곳은 서울에서 이름난 이른바 '요정'이다. 여성 접대부 수십명이 고용된 이 업소는 1999년 유흥음식점으로 허가받고 1.5층 규모로 영업을 시작해 지난해 4층 규모(1650㎡)로 확장했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하지만 이 요정은 관광유흥음식점으로 업태가 변경되면서 취득·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40년 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들어진 관련법 때문이다. 현재 이 요정은 지방세 1억5100만원을 탈루해 지난 2일부터 영업이 정지된 상태다.
1975년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정책의 하나로 만들어진 요정에 대한 지방세 감면 혜택은 세제 취지와 형평성에 어긋나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10일 식품위생법과 지방세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요정에는 일반 유흥주점에 비해 취득세는 19분의 1, 재산세는 5분의 1 수준이 부과된다. 예전부터 '한국형 요정'이라는 업태 규정이 있었다가, 1975년 관광기본법과 관광사업법이 마련되면서 본격적으로 혜택 등의 규정이 마련됐다.
유흥주점은 본래 지방세법 제13조의 '과밀억제권역 안 취득 등 중과' 규정에 따라 고율의 취득세와 재산세를 내야 하지만 관광유흥음식점으로 선정되면 해당 규정이 면제된다. 관광유흥음식점은 연면적 200㎡(특별시 330㎡) 이상으로, 관광객의 수용에 적합한 다양한 방을 두고 실내는 고유의 한국적 분위기를 풍길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 서화·문갑·나전칠기 등으로 장식, 노랫소리가 외부로 들리지 않도록 방음장치를 갖출 것 등의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970년대 당시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유흥음식점이라는 역할을 기대하고 세제 혜택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관광유흥음식점 수는 83개(서울 18개)이다.
세제 혜택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은 기생관광의 잔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연세대 연구교수)은 "요정은 국가에 의해 양성됐다. 1970년대 미군 철수론이 나오자 정권이 요정산업을 대체 외화벌이 사업으로 간주해 국가등록증제도, 종사자 통금면제 등의 혜택을 줬다"며 "국가가 국민의 성을 파는 것으로 당시에도 비판이 많았던 정책"이라고 밝혔다.
손원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제 지원 취지가 합당하지 않다"며 "옛 규정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생긴 것으로 한시바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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