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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 안타까운 사연들] "달아나" 등떠민 선생님.. 돌아보니 안계셔

정경화 기자 입력 2014. 04. 18. 03:04 수정 2014. 04. 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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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침몰 직전의 세월호에서는 교사가 마지막까지 선내에 남아 학생들을 구하느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지고, 그의 제자는 다섯 살 아이를 품에 안고 극적으로 탈출한 사실이 17일 알려졌다.

주인공은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교사인 남윤철(35·사진)씨와 같은 반 학생인 박호진(17)군이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남씨는 선체(船體)가 급격히 기울어진 16일 오전 10시쯤 선실 비상구 근처에 있었다. 하지만 남씨는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구명조끼를 챙겨주고 "빨리 빠져나가라"고 말해주는 등 대피를 도왔다.

6반 학생 안민수(17)군은 "안내 방송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고 가만히 있었는데, 방 안에 물이 차오르자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를 대피시켰다"며 "진작 탈출하려고 했으면 선생님까지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같은 반 한희민(16)군은 "물이 허리쯤까지 차올랐는데도 우리를 챙기고 있는 담임 선생님을 봤다"면서 "물이 키를 넘어서면서 정신없이 빠져나오고 나서 돌아보니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씨는 17일 오전 9시 20분 여객선 주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같은 반 박호진(17)군도 탈출 당시 "선생님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구조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대신 박군은 부모 모두 실종되고 홀로 생존한 권지연(5)양을 품에 안고 탈출했다. 4층 어린이방에서 쓰러진 자판기에 몸이 끼인 채 울고 있던 권양을 다른 학생이 구해 유아용 구명조끼를 입혔고, 또 다른 남성 승객이 권양을 데리고 나와 박군에게 맡겼다. 박군은 90도 이상 기울어진 세월호의 난간을 필사적으로 붙들고 "애기요, 여기 애기 있어요" 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당시 해경이 찍은 동영상에는 권양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운 뒤에 세월호를 탈출하는 박군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박군은 "나도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부모를 찾으며 울고 있는 아이를 두고 먼저 나올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박군 역시 친구가 흔들어 깨워준 덕분에 선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박군은 "나를 깨웠던 친구가 실종돼 제일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입원 치료 중인 박군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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