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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은 어떻게 시작됐나?"..실종자 가족의 48시간 (종합)

입력 2014. 04. 20. 17:04 수정 2014. 04. 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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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 | 진도(전남)=김수지·김미겸·김효은기자] "제 딸은 다리를 다쳤습니다. 몸이 불편한데….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우리끼리 싸울 시간이 없다고요."

지난 19일 자정, 진도실내체육관. 한 실종자 학생의 아버지가 다른 학부모를 설득했다. 지금 중요한 건 수중 촬영이 아니라는 것. 그럴 시간에 잠수사 1명이라도 더 내려보내자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다수의 학부모 생각은 달랐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못믿겠잖아요. 벌써 3일이 지났습니다. 한데 우리 애들이 어디있는지 조차 몰라요. 정말 수색을 하는 겁니까? 제 눈으로 봐야겠어요."

또 다른 아버지가 말을 보탰다.

"지금 정부가 얼마나 말을 많이 바꿨습니까? 그러니깐 우리가 직접 확인합시다. 물이 얼마나 빠른지, 앞이 얼마나 안보이는지…. 방송사 장비를 빌려서 수중촬영을 합시다."

19일 새벽 3시 40분, 그렇게 수중촬영이 진행됐다. 학부모 대표는 수색 작업을 확인하기위해 '맹골수도'로 향했다.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그들의 불신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디스패치'가 세월호가 침몰한 현장을 찾았다.

◆ "내 눈으로 봐야 믿겠다"

19일 오전 11시. 새벽에 찍은 수중 촬영분이 공개됐다. 정조 시간이었지만 시야는 흐렸다. 부유물들이 빠른 물살에 여기저기 휩쓸렸다. 잠수사는 입수 15분만에 선체에 도달했다. 하지만 객실 진입에는 실패, 10여 분만에 수색을 중단해야 했다.

오해는 풀렸을까. 불신만 더 쌓였다. 문제의 핵심은 72시간이었다.

"사고가 나고 72시간이 지났는데…. 배만 만지고 들어온거야?"

가족들은 오열했다. 차가운 바다 속, 3일째 갇혀 있을 딸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냐"고 따져 물었다. 해경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해경의 말을 믿지 않았다.

"도대체 왜 객실로 진입하질 못하는 겁니까?"

"(바다에서) 30분 밖에 못있으면,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지."

"민간에서는 시신을 봤다는데, 왜 해경은 못보는거야?"

"당신 자식이 바다에 있어도 그렇게 할거야?"

실종자 가족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해경의 해명은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72시간, 밤낮이 6번 바뀌는 동안 무엇을 했냐고 질타했다. '일부러 찾지 않는다'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왔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울고 또 울었다.

◆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주위에서 연락이 옵니다. 딸을 찾았냐고 묻습니다. 대규모 수색이 진행중이니까, 곧 좋은 소식이 올거라 위로합니다. 밖에서 알고 있는 것과 이곳(진도체육관) 상황은 전혀 달라요. 지금 보셨죠? 객실 진입도 못했다잖아요."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의 수색을 '이벤트'로 규정했다. 정치쇼라는 주장. 심지어 언론이 동원됐다고 믿고 있다. 대규모 구조작전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야말로 '보여주기'라는 것. 방송과 실상의 간극차 때문이다.

"찍으면 뭐해. 내보내지도 않을거잖아. 다 나가라니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들의 실망이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다수의 언론은 "해군 특수부대 350명 투입(16일), 민관군 합동잠수팀 512명 작업(17일), 전문 잠수인력 512명 수색작업(18일)"이라는 식의 브리핑 자료를 그대로 받아 읊었다.

한 아버지는 경찰 발표 및 언론 보도가 전부 엉터리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방송만 보면 이미 우리 애들을 구하고도 남을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그러니깐 여기 사람들은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겁니다. 왜 직접 눈으로 보려고 하겠습니까? 600명이 들어갔다는데 1명도 찾질 못하니까, 그러는 겁니다."

◆ "무엇이 수색을 힘들게 만들까?"

정부의 발표, 그리고 언론 보도가 틀린 건 아니다. 민관군(민간, 해경, 해군)이 대규모 합동 잠수팀을 꾸린 건 사실이다. 다만, 오해의 소지는 다분했다. 실종자 가족이 괴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단어 사용에 오류가 있었다.

우선 '투입'과 '대기'의 차이다. 이를 위해선 구조수색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디스패치'는 해경 특수구조단 관계자와 수중환경협회, 특전동지회 관계자 등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나누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 해역은 국내에서 2번째로 물길이 거세다. 물살이 평균 시속이 10km/h를 오간다. 유속이 빠르면 부유물의 이동이 많다. 시야 확보가 어렵다. 때문에 하루 4차례 정조 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정조 시간이 다른 해역에 비해 짧다는 것. 30~40분 사이에 끝난다. 보통 잠수사는 1회 입수에 30분 정도 작업을 한다. 하루로 환산하면, 잠수사가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120~160분. 4~5차례 정도다.

물론 500명의 잠수사가 동시에 투입된다면, 하루에 2,000회 수색도 가능하다. 그러나 유속이 강한 지역의 경우 유도로프(가이드 라인) 설치가 필수. 19일 현재 선체를 향한 생명줄은 3개에 불과했다.

◆ "실제 수색? 하루 4회, 30명 내외"

특수구조단 관계자는 "만약 정조 시간이 길면 최대 2교대가 가능하다. 그런 조건이면 더 많은 잠수사가 들어갈 수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선 하루 3~4차례 입수가 최선이다. 그것도 날이 좋을 때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정조 시간은 30분이다. 가이드 라인은 3개(19일 기준). 정조 때 들어갈 수 있는 잠수사는 2인 1조 기준으로 6명이다. 정조는 하루 4번, 하루 동안 30명이 채 못들어간다. 만약 UDT와 SSU 등이 1회 2차례를 시도하면 그 수는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확인한 현장 상황도 그랬다. 수색작업에 투입된 잠수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16일에는 배의 형태를 파악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17일에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해경, 해군, 민간이 조를 짰지만, 민간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민간협회 관계자는 "현장 수백 명의 다이버가 있어도 그들 모두 수색에 뛰어들 수 없다"면서 "해경이 발표하는 투입이란, 대기 인원가지 포함한 것 같다. 산술적으로 하루에 최대 30명이 수색하기도 힘든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물론 500명은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대기'를 한 것이다. 한 가족은 "정부도, 해경도, 말만 거창하다"면서 "우린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다. 국민에게 보여주기가 아닌 우리에게 알려달라"고 한탄했다.

◆ "미확인 보도, 불신이 싹튼다"

다시, 19일 자정. 실종자 가족이 직접 수중촬영을 주장한 이유는 또 있다.

"민간 잠수사들은 선내에서 우리 애들을 봤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왜 경찰은 못봤다고 합니까. 못구하는 겁니까. 안구하는 겁니까. 우리 애가 얼마나 추울까. 담요라도 덮어주고 싶은데…."

실종자 가족들은 엇갈리는 보도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8일과 19일, '생존자를 발견했다', '선내에 진입했다', '시신을 찾았다'는 등의 미확인 보도가 줄을 이었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카더라' 뉴스였다.

이런 루머보도는 실종자 가족을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다. 한 학부모는 "민간이 찾았다는데 경찰은 아니라고 말한다"면서 "경찰이 일부러 안찾는 게 틀림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숨기는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무엇이 사실일까. 18일 저녁, 팽목항에서 탤런트 정동남(한국구조연합회)을 만났다. 막, 사고 해역을 다녀오는 길이라 했다. 그는 "유속이 너무 빨라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오늘도 33미터와 27미터 줄을 설치하고 진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미 진입에 성공한 게 아니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오늘만 15시간을 작업했습니다. 가이드 라인을 설치하고, 진입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아요. 유속이 상상 이상으로 빠릅니다. 진입 성공이라니요. 오보가 많아요. 그러니 밖에 있는 실종자 가족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 "실종자 가족, 2번 죽이는 낚시"

오보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 자원봉사 잠수사는 사설업체의 '장난'을 귀띔했다.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역이용하는 것입니다. 18~19일 동안에는 선내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시야가 흐려 손으로 더듬거릴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유리창 사이로 아이들을 봤다고요? 사설을 미끼로 한 브로커가 많아요."

돈을 쫓은 사설업자도 문제다. 하지만 그들, 또는 일부 네티즌이 뿌린 루머를 여과없이 내보내는 언론의 보도행태도 촌극이다. 특히 MBN이 단독으로 보도한 홍가혜 인터뷰는 실종자 가족을 2번 죽이는 '펜'이 아닌 '칼'이었다.

1분 1초가 아쉬운 현장, 자신의 이익(?)만 쫓는 행동도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초반 피해자 대표를 자처한 사람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정신이 없었다. 그 때,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한 남자가 대표를 맡겠다고 말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왔을 때 옆에서 박수를 크게 친 사람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안산시 도의원에 출마한 S였다. 그의 행동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물론 정체가 탄로난 뒤 후보 사퇴를 했다. 한 학부모는 "만약 그가 선의로 찾아 왔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면서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느낌"이라고 분노했다.

◆ "생존자, 다시 말하는 사고 당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실종자 가족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그 지푸라기를 낚시줄로 삼았다. 그 결과 정부를 못믿고, 경찰을 못믿고, 언론을 못믿고, 나아가 서로를 못믿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어쩌면 실종자 가족들의 신뢰는, 애초부터 금이 갔다. 실제로 경찰과 정부의 사고 수습은 초보 수준이었다. '디스패치'가 만난 생존자 허 모(51)씨는 "배가 기울었지만, 충분히 많은 시간이 있었다. 너무도 안타깝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8시 30분 쯤에 배에 이상을 느꼈습니다. 119에 신고를 했고, 3,4층으로 뛰어다니며 학생들에게 빨리 나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자리에 앉아 있으라'는 방송이 나오더군요. 선장이 너무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늑장대응이 문제였다. 허 씨에 따르면, 그가 119에 직접 신고한 시각은 오전 8시 30분. 1시간 뒤에 헬기 2대가 왔다. 뒤이어 해경과 민간 어선도 보였다. 그 사이 배는 점점 더 기울고 있었다.

"배에 이상을 느끼고 선내를 여러 차례 오가며 탈출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은 구조대가 왔다면…. 만약 배가 가라앉기 전에 구조대가 선내에 진입했다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 "애초부터, 불신은 시작됐다"

실종자 가족은 이런 상황을 이해할까. 사실 그들의 불신은, 첫 단추에 있다. 시작부터 늦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1분 1초가 더 아깝다. 조금만 빨랐더라면, 서로에 대한 '묻지마' 불신은 수그러들지 않았을까.

19일 오후, 강단에 선 한 아버지의 말이다.

"전 너무도 무뚝뚝한 아버지였습니다.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오늘 새벽, 침몰 지점에 갔다 왔습니다. '아들아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려고요. 지금 이 시간에 1명이라도 더 구해야 됩니다."

그리고 19일 밤, 드디어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 오후 11시 58분,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시신 3구를 발견한 것. 오전 5시 50분에는 격실 내부에서 남성 1명과 여성 2명을 더 찾았다. 이어 오전 7시 40분, 남성 9명의 시신을 추가로 건졌다.

"설마 내 새끼는 아니겠지? 아닐거야. 살아 있을거야."

시신이 발견될 때 마다 아니길 바라는 기도가 진도체육관을 메웠다. 한 실종자 아버지는 "선내 시신을 수습하는데 5일이 걸렸다. 그 5일 동안 269명은 죽어갔다. 그리고 269명의 가족도 죽어가고 있다"고 울부 짖었다.

"해경을, 그리고 정부를 비난하지만, 잠수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압니다. 그래도 우리는 실종자 가족입니다. 원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기다리는 것 밖에요…."

잠수사 구조정보, 오해와 진실

세월호 관련 기사는 마치 사고 해역의 유속처럼 빠르게 쏟아진다. 그리고 정보는 떠다니는 부유물처럼 뿌옇다. '디스패치' 역시 궁금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을까.

▶ 왜 잠수 시간은 30분 밖에 안될까. ▶ 더 좋은 장비는 없는걸까. 게다가 SNS에 떠도는 정보의 실체도 확인하고 싶었다. ▶ 산소 대신 헬륨가스를 쓰면 안될까. ▶ 다이빙벨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다음은 해경 특수구조단과 민간 잠수협회 고위 관계자의 답변이다.

우선 대한민국 해경은 80큐빅피트의 산소통을 사용한다. 이는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장비다. 특수구조단 역시 이 장비로 훈련을 한다. 물론 더 큰 용량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없다. 역대 이런 사고가 없었기에 갖출 필요성을 못 느꼈다.

구조대원은 "산소통이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유속, 시계 등 고려할 것들이 많다"면서 "80큐빅피트는 가장 효율적인 장비다. 유속이 빨라 체력 소모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대신 선내를 수색하기엔 최적이다"고 말했다.

일명 '머구리'나 '다이빙벨'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는 "민간에서 머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좀 더 오래 잠수할 수 있다. 하지만 선내에서 움직임에 한계는 있다. 다이빙벨은 의미가 없다. 조류가 있는 곳에서는 쓰기 힘들다"고 전했다.

SNS에서는 "헬륨가스가 좋은데 비싸서 안쓴다"는 이야기도 있다. 관계자는 "헬륨가스는 40m 이상 들어갈 때 사용한다"면서 "질소를 빼고 헬륨을 넣는 방식인데 지금 수심은 최대 37m다. 헬륨가스나 감압챔버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사진=김용덕·서이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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