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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사과가 진심이라면, 왜 유가족 모르게 조문했는지"

입력 2014. 05. 01. 02:13 수정 2014. 05. 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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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내내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유경근씨는 말을 이어갔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딸 예은이를 잃었지만 그는 단원고 유가족대책위에서 활동하며 눈물을 참고 있다. 또 깊은 슬픔을 견뎌가며 희망을 말하고 있다. 30일 < 오마이뉴스 > 특별생방송 '세월호 참사 15일째 - 국민은 말한다'에서 이뤄진 이 인터뷰는 유경근씨가 스스로 희망이 되어가는 기록이자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인터뷰 진행은 오연호 대표기자가 맡았다. < 편집자말 >

▲ 오마이TV 특별생방송 '세월호 참사 15일째, 국민은 말한다'

30일 서울 상암동 < 오마이뉴스 > 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15일째 국민은 말한다' 오마이TV 특별생방송에 단원고 2학년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가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유경근씨는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의 합동분향소 조문에도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단원고 유가족들에게 대통령이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으라는 뜻은 아니었다. 유씨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 달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들은 어쨌든 대통령한테, 정부한테 기대야 하잖아요."

유씨는 사과가 말로 그쳐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돌아오는 것이 말뿐인 상황은 이미 충분히 겪어봤다. 그는 바다가 삼켜버린 아이들을 하루 빨리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딸을 찾았지만, 여전히 진도 바다에서 통곡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도와달라는 이야기였다.

유가족들은 남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선 국민들의 위로와 연대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에게 미안해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유경근씨는 29일 유가족대책위가 낸 성명서에 그 내용이 들어간 까닭은 "정말 미안해야할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명명백백하게 그 원인과 책임을 따져 물어야만 아이들이 원 없이 하늘나라에서 즐겁게 뛰어놀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유가족들이 못 받아들이면 사과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 청와대

- 어제(29일) 박근혜 대통령에서 국무회의석상에서 사과를 했는데, 유족들은 공식사과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이 일을 두고 '유감'이라고 했는데요."사과를 해야 할 사람과 받을 사람이 있잖아요? 사과를 받을 사람이 못 받아들인다면, 그건 사과가 아닌 거죠. 물론 어제 제가 (대통령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는) 강경한 표현을 쓸 정도로 당시 좀 울컥하고 흥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과는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사과했는지를 명백히 짚어줘야죠. 또 그랬다면 이후에 재발되지 않거나 (문제점들이) 개선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사과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앞에 와서 머리 숙이고 무릎 꿇고 빌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팽목항과 체육관에서 말해왔던 것은 '행동을 보여달라'였습니다. 근데 모든 분들이 말만 하고, 요구하면 도망가고, (찾으면) 보이지 않고. 그곳에 상주하며 가족들과 의논해야 할 분들인데도요. 가족들이 매일 한 일은, 도대체 이 얘기를 누구한테 해야 할지 몰라서 (정부 관계자들을) 쫓아다닌 것이었어요. 그게 3일 동안 지속됐습니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과한 게 정말 진심이었다면, 어제 합동분향소에 그렇게 오시면 안됐습니다.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대통령이 온 걸 몰랐습니다. 제가 9시 5분쯤 도착해서, 거의 같은 시간에 그곳에 있었는데도 알지 못했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온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다면 이야기가 돌텐데, 유가족 대표는 물론이고 다른 부모님끼리도 한번도 '대통령이 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어요. 저는 분향 사실을 몇 시간 뒤에야 알았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움직일 때는 신변 안전 문제 등이 있어서 동선을 알리지 않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충분히 공감하고요. 그러나 정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마음을 얻어야 하는 장소인데 그렇게 왔다는 것은…. 또 방문 후에도 그 자리에 유가족 대표들이 있다는 사실을 청와대에서 분명히 알고 있었을 텐데… (청와대 쪽은) 알고 있었어요. 별도의 협조 요청이 왔으니까. 청와대에 계신 어떤 분이 대표랑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을 9시 30분쯤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왔다 가는데 못 뵈고 가서 미안하다'고 전하는 등 무언가 성의 있는 조치를 해줬다면 이해할 텐데 그런 게 없었습니다."

- 분향소를 찾은 박 대통령이 '유족으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을 위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거기 (분향할 때) 동행한 할머니는 누군지도 모르고요. 항의한 유가족들은 우연히 마주쳤을 테고, 그 할머니는 저는 유가족이 아니라 일반 조문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언론에는 '유족으로 보이는' 이라고 나와서 그날 오후에 찾아봤어요. 가족 중에 누군지, 연락 주고받은 사람은 있는지. 근데 아무도 아는 분이 없더라고요. 저는 오늘 '일반 조문객이 확실하다'는 연락을 따로 받았습니다."

"대통령과 정부한테 기대야 하는데... 성의 보여 달라"

- 그럼 유족 대표 쪽이랑은 사전 연락이나 교감도 없었고…."이렇게 얘기하면 어떤 분들은 '유족 대표가 무슨 감투를 썼냐, 대통령이 와서 보고를 해야 하는 거냐'라고 비꼬실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저희한테) 와서 머리 숙이고 무릎 꿇으라는 얘기가 아니거든요. 최소한의 성의만 보여주면… 우리들은 어쨌든 대통령한테, 정부한테 기대야 하잖아요."

- 어쨌든 청와대에선 사과를 했다고 하고, 유족들은 부족했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이면 좋겠습니까."글쎄요. 저는 그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법이든 가족들이 (그 모습을) 보고 '대통령께서 정말 가슴 아프게, 진심으로 사과한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뭐든 안 되겠습니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아직까지 나오지 못한 우리 아이들을 하루 빨리 좀 꺼내올 수 있는 시급하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주는 일입니다. 그러한 것들도 또 하나의 방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제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사고의 진상규명,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 등 크게 4가지 요구사항을 정리하셨습니다. 세 번째가 '제 자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저희 유가족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정부와 관계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였는데 어떤 심경을 담고 있는 것인가요."예은이 장례를 치르는 동안 많은 분들이 제 손을 잡고 같이 울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아… 그렇게 인사를 해주셨고요. 후… 한두 분이 말씀하실 때는 그냥 공감해주시고 같이 슬퍼해주신다고 받아들였는데, 페이스북에서나 직접 오신 분들 모두 다 미안하다고 울면서 안아주셨습니다.

그 마음이 감사하고 저도 마찬가지로 미안한데…. 정말 미안해야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미안하단 말 안 하거든요. 정말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해야 할 사람이 정말 많은데, 아직 그 누구도 얘기하는 걸 듣지 못했습니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그 사람들이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지. 왜 선량하게 자기 맡은 바 위치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던 대다수 국민 여러분들이, 이웃들이 그래야하는가.' 그래서 정부와 관계기관을 두고 말했습니다.

누구 말대로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근데 사고가 난 이후에 충분히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이 됐음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모든 귀중한 시간들을 다 흘려보냈어요. 또 (구조작업 등을) 재촉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내 권한 아니다, 나는 결정 못 한다'며 시간 버렸습니다. 구조작업을 하지도 않으면서 거짓말하고. 이거는 글쎄요, 정말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을까, 나도 그걸 방조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너무나 답답했고요. 이 아이들의 희생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그 원인과 책임을 따져 물어야만, 아이들이 원 없이 하늘나라에서 즐겁게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아요."

통곡의 팽목항으로 다시 달려가는 사람들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표 기자회견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에 마련된 유가족대책위 사무실에서 유가족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 그리고 어제 사조직이나 시민단체에서 진행 중인 성금 모금은 우리 의사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뭐라도 동참하고 싶어 할 텐데, '이건 우리 의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는데요."사실은 저희가 하지 마시라고 명령할 권한도 없고, 국민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하시는 걸 싫다고 할 이유도 없습니다. 감사한 뜻을 잘 받아서 의미 있는 데에 사용하면 되겠죠.

그런데 유가족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으셨어요. 좀 안 좋은 이야기도 듣고…. 길거리에서 모금 활동하는 이들한테 직접 '어떻게 진행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정확히 답을 안 해주고 꽁무니를 뺐다더라고요. 성금 모금을 하면, 결국 가족들에게 돈이 돌아가는 것이니 그 부분을 비꼬고 비아냥거리는 듯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그래서 더 상처를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유가족들 중에 보상이니 돈이니 얘기 꺼낸 분이 아직까지 한 명도 없어요. 그러다보니 강한 표현을 썼습니다. 유가족들은 '어떤 방식이든 간에 모아진 성금을 전달받으면 우리가 나눠갖지 않는다'에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희생됐으니 우리 아이들을 대신해서라도 다른 학생들이 잘 자라도록 쓰였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뜻이 모아졌어요. 그걸 강력하게 전달하려다보니 표현이 미숙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 유가족 대책위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벌일지 방향은 정해졌습니까."내일 팽목항에 많은 가족들이 내려갑니다. 아직도 그곳에는 아이들을 찾지 못해서… 후우… 거기에 계신 가족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분들한테 사실 전화도 못 드립니다. 미안해서. (제 자식이) 죽었지만, 어쨌든 온전한 상태에서 시신이라도 찾았다는 점이 그분들한테는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해서 연락도 못 드리는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지금 (팽목항 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제대로 (현장을) 지휘·통솔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니 그분들에게 힘을 실어드리려고요. 저희는 적어도 구조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팽목항에 남은 가족들과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모든 가족들이 함께 하고 있고, (우리에겐 실종자 수색작업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분들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같이 공감하고 싶어요. 또 그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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