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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초기 민간잠수사 구조 활동 막은 해경.. 결국 돈 때문이었나

배성재기자 입력 2014. 05. 02. 03:37 수정 2014. 05. 0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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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해난구조 비용처리·절차 도마에대형사고땐 선사를 대신 정부가 先지급하는 구조사후 정산에 시간 걸려 해경관련예산 181억인데 초기 70억 써 부담 느낀듯

전복된 배 안에 갇혀 있는 수백명을 구조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던 지난달 16일. 해경은 몰려든 민간 자원봉사 잠수사들의 현장 접근을 막아 그 배경을 놓고 각종 의혹이 증폭됐다. 여전히 논란 대상이 되고 있는 '다이빙 벨'을 비롯해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구조 장비와 인력이 속속 현장으로 몰려 들었지만, 구조당국은 소극적이고 배타적인 자세를 보여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을 답답하게 했다.

1일 우리나라 재난 구조체제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조당국의 이 같은 소극적 자세의 이면에는 해난구조 매뉴얼의 미비와 함께 수난구호법 상의 복잡한 구난구조 비용 정산체계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수난구호법에는 대형 해난사고가 발생시 우선 해양경찰청 주도로 민관 합동 구난구조에 착수하고 이후 사고의 책임을 맡은 선주가 구난구조업체와 계약해 구조 등 사업을 이어가도록 하고 있다. 사고 초기 수습 후 선주가 특정 구난구조업체와 계약을 맺게 되면, 선주와 계약된 보험회사에서 구조업체에 활동비를 지급해 우선 비용을 충당하고, 보험사 지급사유를 충족하지 못하면 선주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그 비용이 선주가 부담할 범위를 넘어서거나, 세월호 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크면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해 구호단체에 활동비를 먼저 지급한 후 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복잡한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후정산은 보험사의 보험급 지급 여부나 사고 규모에 따라 절차가 달라질 뿐 아니라 상당한 시차를 두고 구조비용이 지급되기 때문에, 대형 사고 발생시 사고초기 우선 관련 비용을 지급해야 할 해경이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런데 해경에는 해난구조에 대비한 예비비가 전혀 편성돼 있지 않다. 해경은 세월호 침몰 후 야간 수색을 위한 조명탄, 함정에 투입된 유류, 자원봉사자 식료품과 개인위생용품 등으로 70억원을 지출했다. 해경은 일단 다른 항목의 예산을 전용해 비용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인명이 제일 우선이고 구조작업에서 예산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해경의 해양안전서비스 관련 예산이 181억원인 걸 감안하면, 70억원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액수다.

전문가들도 해경이 해난사고 발생시 구난구조 비용에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는 "대형 해난사고로 해경이 예산이 부족하면 해수부에 요청하고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지급을 결정하는 구조"라며 "이처럼 결제과정이 복잡해 비용 정산에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으며, 한정된 재정에서 충당하는 것이니 만큼 비용의 100%를 돌려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예산 집행과정을 점검하지 않는 한 구조당국은 비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구조과정에서 해경이 특정한 잠수사 단체에게만 구조현장 투입을 허용하거나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과 계약한 구난업체인 언딘에게 구조활동을 주도하도록 하면서 다른 자원봉사자들을 배제한 것도 이 같은 제도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6월 작성한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에는 사고 직후 '사고 설명자료 작성원칙'에는 "사후 책임질 상황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해수부도 해양사고 앞에서 예산 부담을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자원봉사자에도 실비 못줘

생업을 접고 구조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사용한 각종 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상황이다. 수난구호법에는 구조본부의 장이 개인 또는 단체에 수난구호 업무 종사명령을 내리면 참여자들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비용을 청구하게끔 돼 있다. 그러나 자원 민간 잠수사들은 최소한의 비용을 청구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걸 알기 때문에 대부분 비용청구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세월호 구조현장에서도 민간 잠수사들이 한 번 출동하면 공기탱크 충전비 등 4만원의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구조업계 관계자는 "대형 해난사고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구호활동이 이뤄지려면 최소한 실비는 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난 구조체계에 비해 육상 재난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예비비를 편성하는 등 비교적 체제가 잘 정비돼 있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의 1% 정도인 1,513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해 재난 발생시 사후 수습 재원으로 활용한다. 또 2003년부터는 재난 대응 목적으로 재난관리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총액은 2,042억원이다.

지상규 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는 "민관 합동구조의 효율을 높이려면 사고초기 대통령이 나서 해경이 재정적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야, 해경이 적극적으로 민관 합동 구조활동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석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처럼 대규모 해난사고에 대비한 구조기금을 지금이라도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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