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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경, 희생 학생 휴대폰 메모리카드 맘대로 먼저 봤다

입력 2014. 05. 07. 08:00 수정 2014. 05. 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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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족 동의 없이 조사한 뒤 전달

"과실 감추려 불법 검열" 반발

수사상 필요하면 요청 절차 거쳐야

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침몰 당시 선실 내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움직임과 구조 상황 등을 찍은 동영상 등이 담겨져 있을 수 있는 희생 학생들의 휴대전화 메모리카드 등을 유가족의 동의 없이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해경이 늑장 구조 등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숨진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불법으로 '사전 검열'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유족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해경은 주검과 함께 인양된 학생들의 유품을 부모들에게 돌려주기 전에 휴대전화 유심(USIM)과 메모리카드 등을 빼내 저장된 내용을 살펴봤다. 여기에는 침몰사고 전후의 사진이나 동영상, 문자메시지, 메모 등이 담겨 있을 수 있다. 희생된 학생들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을 수 있는 동영상과 사진은 세월호 사고 상황을 재구성하고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하는 중요한 열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숨진 단원고 김아무개(17)양의 아버지는 "딸의 유품을 해경으로부터 전달받았는데, 휴대전화만 빼고 돌려줘 항의했더니 나중에 돌려줬다.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칩이 없어 다시 항의했더니 '수사상 필요해 분석했다'며 칩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유족은 "이는 당국이 과실을 감추기 위한 공작이다. 사고 현장과 구조 상황을 은폐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주장대로라면, 해경의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족들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 3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유가족대기실을 찾은 해경의 한 관계자는 "휴대전화 분석은 수사에 필요해 진행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반발하는 유족과 심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관계자는 "아직 희생 학생 상당수의 휴대전화가 부모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여러 명의 휴대전화 유심과 메모리카드가 제거됐다는 이야기가 있어 대책위에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휴대전화는 범죄현장이 아닌 사고현장의 유실물이다. 따라서 유실물은 유족에게 당연히 그대로 전달해줘야 한다. 설령 수사상 필요하다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거나 임의제출 형식 등을 통해서 내용물을 볼 수 있는 만큼 이런 절차가 없다면 해경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해경 쪽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날 공보담당자에게 여러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유실물 처리 과정에 대해 범정부사고대책본부와 검경합동수사본부는 다른 설명을 내놨다. 박승기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유실물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파출소에 일단 모으고 이를 검경합동수사본부로 인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경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유실물은 원칙적으로 유족 동의를 받아 수사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유족들 감정 문제도 있고 해서 동영상을 수사 자료로 사용하지는 않고, 언론에 나온 동영상 등을 사용한다. 어디서 유실물을 모아서 유족에게 전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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