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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잊지 않겠습니다" 안산 거리 가득 메운 촛불

안산|조형국·박은하 기자 입력 2014. 05. 11. 00:21 수정 2014. 05. 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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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아.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힘을 내줄래. 마지막 한 명까지 어떤 모습으로든, 엄마 아빠한테 돌아올 수 있게 너희들이 도와줘. 내 아들 김동혁, 가장 힘든 시간에 함께 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평생 너의 엄마로 살게 해 줘서 고마워. 사랑해."

10일 오후 8시 안산 단원구 안산문화광장.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김동혁군(17)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이 조용히 일렁였다. 낭독을 마친 김군의 어머니는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목을 놓아 울었다. 시민들도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추모제가 이날 오후 6시부터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렸다. 추모제에 참가한 시민 2만여명(경찰추산 1만명)은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고 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촛불을 밝혔다.

10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광장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안산에 거주하는 엄마들이 주축이 돼 만든 '엄마들의 노란손수건'은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격문을 읽었다. 대표로 무대에 오른 김경래씨(43)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조작하고 은폐하는 정부,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정부는 필요없다. 우리가 나라를 바꾸겠다. 이제 대답하라"고 요구했다. 엄마들에게도 세월호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김씨는 "친구의 아들, 직장 동료의 딸, 남편 지인의 자녀들이 하늘로 떠났다. 아직 아이를 찾지 못한 사람도 있다. 안산 사람들 주변이 모두 이렇게 이어져 있다. 내 일일 수밖에 없다"며 울먹였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권영국 변호사는 "세계 8위 무역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실종자 1명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냐"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를 바꾸고, 국가 안전을 국정 최고 목표로 삶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 참혹한 현실 앞에서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수가 꿈이었다던 이보미양(17)이 부른 '거위의 꿈'은 참여한 시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양의 언니도 합창단에 참여해 동생이 불렀던 거위의 꿈을 함께 불렀다.

생존 학생의 부모도 무대에 올랐다. 장동원씨는 "언론이 무서워 올라오기 힘들었지만 유가족 부모님들이 얘기하시는 것을 듣고 만나뵙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무대에 올랐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씨는 "8일 어버이날에 아이들이 희생자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아이들이 희생된 친구들의 모든 것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아픔이 있고, 잊지 못하겠지만 이겨낼 것이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꼭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10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광장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안산시민들도 대거 참여했다. 아내와 함께 나온 김영택씨(45·본오동)는 "진작 나왔어야 하는데 오늘 처음 와 봤다. 자녀 또래의 아이들이 사고를 당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 아파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10대 강국이라고 하고 선박수출 1위 국가라는데 해양사고 장비도 없고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며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또 대한민국이 창피하기까지 하다. 나라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화씨(30·고잔동)는 "희생자 부모님도 여기 오신다기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해서 나왔다"며 "이분들은 진상규명이나 보상 등의 문제를 두고 앞으로 정부와 딜(deal)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나오는 것이 오히려 이분들이 필요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방해가 될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기가 막힌다"며 전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순수 유가족' 발언을 비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정부와 정치권에 "모든 수단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할 것"과 "생존자·희생자·실종자 가족의 삶이 회복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 나설 것이며 추모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할 것이라 선언했다.

이날 8시 20분쯤 안산문화광장에서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은 "아이들을 살려내라"고 외치며 지하철 4호선 중앙역 앞 도로까지 약 40분 동안 행진했다. 장옥주 안산시민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슬퍼하며 우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진정한 추모는 아이들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집행위원장은 "13일 전국 범국민대책위를 발족한다. 대책위를 통해 실의에 빠진 안산을 회복하고, 제2의 세월호 참사 생기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9시30분쯤 집회를 마무리하고 자진해산했다.

유족의 슬픔을 나누는 추모행사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서울 청계광장에서도 5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대전, 제주, 강릉, 광주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가 이어졌다.

< 안산|조형국·박은하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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