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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월호 침몰, 국정원에 가장 먼저 보고됐다

박병률·박준철 기자 입력 2014. 05. 15. 06:01 수정 2017. 07. 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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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해양사고 보고 계통도’ 1차 보고 대상 명시 확인

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는 사고가 났을 때 국가정보원에 최우선적으로 1차 보고를 하도록 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세월호는 침몰하면서 해양경찰에 앞서 국정원에 먼저 보고했다.

1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를 보면 세월호는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 해운조합에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다. 해양경찰, 인천지방해양항만청,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는 그 다음 순서이다. 계통도에는 국정원 제주·인천지부의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지난해 2월25일 청해진해운이 작성했고, 해경은 이를 심사해 승인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 세월호 선박과 국정원 제주지부 및 인천지부가 바로 연결돼 있다. 계통도에는 국정원 지부의 전화번호, 세월호가 사용하는 조난비상 통신주파수(VHF 채널16, 11) 등도 표시돼 있다.

계통도에 따라 청해진해운 측은 사고 직후인 지난달 16일 오전 9시10분쯤 국정원에 문자메시지로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국정원이 초기부터 사고를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해경에 따로 연락하지 않은 것은 제주VTS(해상교통관제센터)와 진도VTS에서 사고를 먼저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해당부서가 사고로 정신이 없을 것 같아 혹시 (국정원 보고가) 누락됐을까봐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회사가 국정원에 직접 사고 사실을 보고토록 한 것은 상식에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승객 구조에 한시가 시급한 상황에서 구난구호와 큰 관계가 없는 정보기관에 먼저 보고한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정원이 대테러업무 때문에 부두나 공항에 직원을 상주시키고 있지만 해난사고 때도 다른 곳에 앞서 1차 보고를 하도록 명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제주를 오가는 또 다른 6000t급 여객선인 오하마나호는 국정원 보고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해진해운이 작성한 ‘오하마나호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사고 시 해운조합, 청해진해운 제주본점, 인천VTS와 해군2함대 상황실에 보고토록 돼 있다. 구난구호와 직접 관련된 조직에 우선 보고토록 한 것이다. 이 규정은 지난 2월7일 작성됐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왜 세월호는 국정원에 보고하는데 오하마나호는 그러지 않아도 되도록 운항관리규정을 작성했는지 모르겠다”며 “다만 해경이 심의를 했고, 문제가 없다고 하니 매뉴얼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세월호 사고 상황을 우선 보고받도록 한 것은 세월호가 전시에 군수물자와 피란민 수송을 위해 동원되는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국가보호장비 지정은 2000t급 이상 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평시에 국가가 별도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가보호장비 지정 여부는 대외비여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병률·박준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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