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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CBS소송, 잘못됐다고 판단한 세 가지 이유

입력 2014. 05. 15. 09:29 수정 2014. 05. 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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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의 미디어창] 언론사에 대한 소송. 청와대가 잘못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김창룡 인제대 교수]

청와대의 CBS 소송은 잘못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가 소송에 나섰다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논란이 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책임이 가볍지않아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언론사에 대해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법적 조치를 감행한다는 것은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신호탄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청와대의 소송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데는 적어도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리적으로 무리한 소송이라는 논란에 휘말릴 것이다. 즉 보도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본 피해자가 직접 소송을 해야 하는 '피해자 특정' 논란이 예상된다.

CBS는 4월 30일 "조문 연출 의혹에 등장하는 여성 노인이 실제로 청와대 측이 섭외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 29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을 때 박 대통령이 위로한 할머니가 청와대에 의해 섭외된 인물로, 청와대가 조문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내용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양 당사자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측으로 나타난다. 청와대측은 집단표시로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는지 CBS 보도에 의해 당사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해당사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을 때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법리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이 보도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송을 한다면 박 대통령이 해야 피해자 특정에 해당된다.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노컷뉴스

그런데 소송 당사자들이 누군가.

원고는 대통령 비서실과 김기춘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박동훈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비서관 등 4인이며, 대통령 비서실을 제외한 4인이 각 2천만 원씩 총 8천만 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이라는 막연한 집단과 그 외의 정무수석, 행정자치비서관 등 직접적 피해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4인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은 CBS에서 청와대측이라고 했을 때 소송 당사자인 원고 4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원에 가게 되면 우선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집단표시로는 명예훼손이 되지않는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

보도내용 어디롤 봐도 이들 4명에 대한 구체적 명예훼손 사실 적시를 볼 수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아무리 검찰총장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무리한 소송으로 그동안 정부에 비판적 논조를 보여온 CBS에 대한 탄압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소송을 정말 하고 싶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피해자 특정' 논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명예훼손 소송이 성립될 것이다.

둘째, 언론사 소송으로 인해 박 대통령은 소탐대실(小貪大失)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라는 법적 수단을 강구하는 초강수를 두는데 박 대통령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박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잊어서는 안될 외신보도가 하나 있다. 국내 언론은 대부분 침묵했지만 영국의 가디언, 미국의 월스트릿 저널 등이 중요한 문제로 다뤘던 내용을 상기하기 바란다. 그것은 바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부분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검찰은 신속하게 '살인죄 적용' 검토라는 화답이 보도됐다. 외신이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한 이유는 '행정부의 수반이 사법부의 영역을 침해하는 반민주적, 초법적인 발언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놀라운 사건'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대통령과 청와대가 합심하여 CBS 손보기에 나섰다면 권력의 충견이 된 검찰은 '엄정한 법집행'으로 법치를 세운다고 호들갑을 떨게 될 것이다. 이 보다 더 험난한 시대의 질곡을 견뎌온 CBS가 그런 엄포에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지만 또 다시 '역사 퇴행' '민주주의 후퇴' 등 한국사회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어찌 큰 손실이라 하지않을 수 있을까. 유족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철저한 재난대책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시간에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머리를 맞대고 소송논의나 한다는 것이 상상이 가는가? 이재오 국회의원 말을 빌리자면 "제정신인가?"

마지막으로 청와대가 사법부를 시험에 빠트리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백해무익(百害無益)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법익이 손상당했다면 소송에 나설 수 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런 권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송에 나서게 되면 한국처럼 제왕적 대통령이 군림하는 사회에서 법원이 정당한 판결을 내려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게 된다. 청와대가 소송에 이기면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라고 욕할 것이다. 반대로 청와대가 소송에 지게 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언론사의 정당한 권력감시 행위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소송은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다. 더구나 유가족측에서 먼저 '조문연출 의혹'을 제기했고 CBS는 이를 토대로 취재해서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다. 국민과 유가족을 먼저 생각한다면 이런 무리한 소송을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말려야한다. 소송을 했더라도 신속히 철회하는 것이 국민과 이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누구든 걸리면 단죄하고, 언론사를 징계하려는 저 높은 곳에서 내려와 국민과 아픔을 함께 하고 언론사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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