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야, 민지야.." 서울 도심서 다시 켜진 3만의 촛불

입력 2014. 5. 24. 20:50 수정 2014. 5. 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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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실종자 16명 이름 함께 부르며 "잊지 말자"맹세

참가자들, 집회 뒤 보신각 등 3.7㎞ 구간 행진

주말인 24일 서울 도심에서 또 다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3만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여전히 실종 상태인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6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 집회를 열었다. 집회엔 3만명 이상의 시민이 모인 것으로 주최 쪽은 추산했다.

가수 윤영배씨의 노래공연으로 시작된 집회는 가수 한선희씨의 '애들아 올라가자' 추모공연과 시민들의 발언, 단원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청소년의 편지 낭독,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골든타임 뭐했나', '우리의 슬픔 투표로 각인', '박근혜도 조사하라', '박근혜 퇴진' 등의 문구가 적힌 노란색 손팻말을 들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김영호 세월호 안산시민 공동대책위 대표는 "유가족들은 자식들과 가족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진상 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들께 잊지 말아달라고 얘기한다. 우리 국민이 이분들을 절망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권오훈 본부장은 "공영방송 KBS가 사고 초기 팩트를 보도하고 권력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했더라면 꽃다운 희생이 없었을 것이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유가족대책위 대변인인 유경근씨와 생존 단원고학생의 가족대표인 장동원씨도 함께했다. 유씨는 "아직까지도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는데 내 아이는 내 앞에 없고 난 이 자리에 있다. 아직도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대한민국도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영원히 살고싶은 나라로, 소생시켜야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앞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유씨는 이어 3만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에게 남은 16명의 실종자 이름을 같이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팽목항에서도 이름을 같이 불렀더니 다음날 (물 밖으로) 나왔다. 여러분들이 함께 이름을 부르면 이들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은화야, 민지야, 가윤아, 지현아, 현철아…." 집회 참가자들은 유씨의 선창을 따라 한 명씩 실종자들의 이름을 불렀고, 일부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나선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34조원을 국민 세금으로 걷어가는 나라에서, 구조·구난 작업에 투입된 잠수사에겐 쇠작대기 하나 들려 보낸다. 세월호 참사는 또 다시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조타수들은 말할 수 없이 무책임한 자들이다"며 소리를 높였다.

집회가 마무리된 뒤 참가자들은 광교와 보신각, 종로2가, 을지로, 서울 광장에 이르는 3.7㎞ 구간을 행진했다.

이날 청계광장의 세월호 추모집회에 앞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 오후 2시부터는 금속노조 조합원 2천여명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도부 구속과 고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에 항의하기 위해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1㎞가량을 행진해 서울광장을 거쳐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여했다.

민주노총의 '세월호 추모 시민실천 도보행진단'도 오전 9시반 서울 금천구 가산동 광명대교 북단에서 시작해 여의도, 마포를 지나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단도 홍대입구에서부터 명동을 거쳐 청계광장까지 걸었다. 세월호 청년모임의 침묵행진단과 민족문제연구청년모임의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청년행진단도 각자 행진 뒤 청계광장의 세월호 추모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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