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마이뉴스

나는 왜 동대문경찰서에서 속옷을 벗어야 했나

입력 2014. 05. 25. 18:19 수정 2014. 05. 27. 16:29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오마이뉴스 이가현 기자]

광화문에 갔더니 '성추행'

동화면세점 앞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대열이 경복궁쪽으로 이동하려다 경찰에 막혔다.

ⓒ 안홍기

알립니다

본 기사에 첨부된 '18일 광화문에서 연행되는 여성'의 사진이 기사에 등장하는 동대문서로 연행돼 속옷 탈의를 강요받은 당사자의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해당 사진을 삭제합니다. 사진에 실린 분께도 심심한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지난 18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에 참가했다가 동대문경찰서로 연행 당한 22살 대학생 이가현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경찰관에게 당한 성추행과 속옷 탈의가 수치스럽고 창피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이건 제가 창피해야 할 일이 아니라 저들이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전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연행됐습니다. 제 옆에는 남성 참가자가 있었습니다. 피켓과 국화꽃만을 들고 있던 저희에게 남자 경찰관이 우르르 달려왔습니다. 남성 참가자를 연행해가는 과정에서 한 남자 경찰관이 팔꿈치로 제 가슴을 건드렸습니다. 처음엔 그저 실수였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두어 번 더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제 가슴 위에 있는 남자 경찰관의 손이었습니다. 너무 놀랐습니다. 성추행을 당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거 성추행이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그 경찰관은 저를 힐끔 쳐다보더니 당당하게 다른 경찰관 무리 속으로 숨었습니다. 그 눈빛이 며칠이 지난 지금도 잠을 잘 때마다 생각납니다.

그 후엔 다른 여성 참가자들이 여자 경찰관에 의해 치마가 뒤집히고 스타킹이 찢어지며 연행된 것처럼 제 옷도 벗겨지고 수치심이 들 정도로 바지가 추켜올려지고 손목이 꺾인 채로 연행됐습니다. "너무 아파요!", "도망 안 갑니다!"라고 이야기했으나 끝까지 손목을 꺾었습니다.

동대문서 갔더니 '속옷 탈의하라'?

지난 18일 동화면세점 앞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대열이 경복궁쪽으로 이동하려다 경찰에 막혔다.

ⓒ 안홍기

동대문경찰서에 도착한 뒤엔 조사하는 경찰관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그런 건 나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밑에 적으라"이었습니다. 2차 조사 때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건 변호사한테나 이야기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대체 국민이 당한 범죄사실을 경찰관이 아니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까. 3차 조사 때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는 답이 되돌아왔습니다.

성추행 피해 사실을 무시한 것뿐만 아니라 본인들 역시 이를 자행했습니다. 유치장에 들어가기 전 여자 경찰관은 저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요구했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왜요?"라고 물었습니다. "속옷으로 자살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자 경찰관 뒤에는 속옷 탈의에 관한 내용이 담긴 규정문이 벽에 붙어져 있었습니다. 경찰서에 잡혀온 것은 처음인데다 경찰관의 말이니 또 규정문에도 쓰여 있으니 그래야 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입고 있었던 옷이 헐렁한 옷이 아니기에 망설여졌습니다. "그렇다면 헐렁한 옷이라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여자 경찰관은 거부했고 결국 저는 속옷을 벗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그날 동대문서에는 총 6명의 여성이 연행됐습니다. 그 중에서 4명이 경찰의 강압에 의해 속옷을 탈의했습니다. 그리고 와이어 없는 브래지어를 했던 한 여성은 네 차례나 항의한 끝에 속옷을 벗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브래지어에 있는 와이어로 자해를 할 수 있다며, 위험하다고 했답니다.

브래지어 탈의는 '위법'... 동대문서는 규정문 버젓이

그 상태로 저는 2차, 3차 추가조사를 받았습니다. 여자 경찰관은 없고 남자 경찰관들만이 대여섯 명 있는 공간에서 남자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았습니다. 같이 연행된 사람과 "속옷도 없이... 민망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경찰관의 속옷 탈의 요구가 위법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석방 후에야 대법원이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인권 존중, 권력 남용 금지 등을 위반한 것이고,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것(2013년 5월, 2013다200438)"이라고 판결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동대문 경찰서장의 사과문을 보았습니다. 피해 당사자인 저에게 미안하다는 한 통의 연락도 없이 동대문 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렸더군요. 저는 묻고 싶습니다. 그 사과문은 저에게 하는 사과입니까, 책임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올린 사과문입니까? 피해자가 직접 찾아서 봐야 하는 사과가 진정한 사과입니까? 또, 인터뷰( http://2url.kr/apJe)에서 속옷 탈의 요구는 해당 경찰관의 '실수'라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날 제가 본 규정문은 대체 무엇입니까?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