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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로 보여주자"..지방선거로 향하는 '세월호 민심'

입력 2014. 05. 26. 10:55 수정 2014. 05. 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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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손지은 기자]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 묶여있는 리본.

ⓒ 손지은

'슬퍼만 하지 않고 이제 행동하겠습니다.'

24일 오후 8시30분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 회사원 손형오(53)씨가 조문을 마친 뒤 노란리본에 추모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검은 싸인펜으로 위와 같이 또박또박 써내려간 손씨는 먼저 다녀간 이가 매달아 놓은 리본 꼬리에 자신의 리본을 묶었다. 앞서 다녀간 이의 리본에는 '반성문'이 쓰여 있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손씨는 이날 처음 분향소를 찾았다. 매주 주말마다 분향소 근처에 있는 성당을 다녔지만, 일부러 조문을 오지 않았다. 그는 "진작부터 오고 싶었지만, 자칫 조문 한 번으로 마음의 죄책감을 털어버리게 될까봐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집에서 차분히 세월호 뉴스를 보며 마음을 추스렸다는 손씨는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을 마쳤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일단 다가오는 6·4지방선거가 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참사 39일째 찾은 서울 시청 앞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이 달아 놓은 노란리본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숲은 바람이 불면 파도처럼 일렁였다. 리본 속 메시지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반성문에서 '잊지 않겠다' '행동하겠다'는 다짐으로 바뀌고 있었다.

6·4 지방선거와 다가오는 브라질월드컵으로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못한 채 잊히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세월호 피해자와 그 가족을 향한 시민들의 '응답'이었다.

"관심을 거두는 거 같아 두렵습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근처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 대자보에는 "세월호 참사가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거두는 것 같아 두렵다"라고 적혀 있다.

ⓒ 손지은

같은 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8번출구로 향하는 길목에는 익명의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대자보의 주인은 손글씨로 하얀 전지 두 장을 여백 없이 채웠다. 스스로를 '신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살 청년'이라고 소개한 화자는 "세월호 참사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거두시는 것 같아 두렵다"고 썼다. 또 어느 웹툰에서 보았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그 밑에 파란색 매직으로 물결표시를 해 두기도 했다.

'사람들은 며칠 간 슬퍼하고, 몇 주 간 이야기 하고, 몇 달 간 기억하다, 어느새 그들을 새하얗게, 혹은 새카맣게 잊어버렸다.'

길을 지나다 대자보 앞에 멈춘 여고생 두 명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1년 동안 안전교육 비용으로 54만원 썼대.""한 달 알바비보다 적대."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여고생은 같은 또래 친구들이 겪은 비극에 대해 "남 일 같지 않아 놀랍고 무서웠다"라고 전하며, "(희생자를) 불쌍하게 여기기만 하고, 이대로 잊히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여고생은 걱정스런 얼굴로 "이렇게 잊히면 똑같은 일이 또 반복될텐데…"라고 말했다.

"투표로 보여주자"

투표 독려 캠페인에 나선 유학생 손혜지(가운데)씨는 외국에서 세월호 소식을 접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고, 짧은 휴가 중에 '투표독려캠페인'을 벌였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해 정부와 정치권에 '경고'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 손지은

"5월 30일~31일에 전국 어디서나 투표 하실 수 있어요. 신분증만 있으면 돼요."

24일 오후 3시.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약 30m 떨어진 네거리에서 유학생 손혜지(25·여)씨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사전투표제'를 알리고 있었다. 여름방학 중 짬을 내 한국에 온 손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투표독려캠페인'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본가인 대전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 캠페인 소식을 듣고 각자 찾아온 일행 3명도 함께였다.

미국에서 세월호 침몰 소식을 처음 접한 손씨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 중계 사이트인 '아프리카TV'를 통해 사고 수습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부실한 초기대응과 정부 대책에 분노했지만 외국에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답답함을 느꼈다"라고 캠페인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사전투표 기간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높은 투표율로 정부와 정치권에 '경고'를 보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선택2014, 당신의 선택은?'이라고 쓰인 스티로폼 우드락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에게 "30일, 31일, 6월4일 중 투표 예정인 날에 스티커를 붙여 달라"고 요청했다. 청색 핫팬츠에 흰색 샌들은 신은 20대 여성은 '6·4지방선거'라는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스티커를 붙였다. 가던 길을 되돌아와 스티커를 붙이고 가는 젊은 부부도 있었다. 캠페인 한 시간 만에 제법 많은 스티커가 붙었다.

청소년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촛볼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푯말을 들고 있다. 푯말 안에는 투표 기호가 그려져있다.

ⓒ 손지은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오늘은 다른 오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선거에 참여해 우리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알릴 것입니다.'

17일~25일에는 '제1회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가 진행됐다. 서울·경기·인천·대구·광주에 살고 있는 만7세~18세 청소년 누구나 온라인페이지에 방문해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행사를 기획한 '1618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는 청소년 투표를 알리는 선언문에서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더 이상은 지켜보기만 할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최훈민(19)씨는 25일 < 오마이뉴스 > 와 통화에서 "일반인보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선장 지시에 따른 학생들의 피해가 큰 걸 보면서 기성세대의 말만 들으라는 교육시스템과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라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투표 마감을 10시간 앞둔 오후 2시까지 참여한 청소년은 1224여명. 선거 지역이 아닌 곳에서 참여한 학생을 포함하면 1300명을 훌쩍 넘는다. 최씨는 "언론에 많이 알려진 것도 아닌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다"라며 "청소년끼리 자발적으로 홍보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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