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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軍 '먹튀'로 기밀 무더기 유출

김태훈 기자 입력 2014. 05. 28. 09:57 수정 2014. 05. 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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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전쟁 지휘부인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의 도면이 군의 이해 못할 행각으로 유출됐다는 보도, 여러 차례 나왔었지요. 북한과 교전 사태가 벌어지면 대통령과 합참의장이 들어앉아 작전을 지휘해야 하는 군 극비 시설의 상세 도면이 군 외부 민간인의 손에 있다는 것의 보도의 주 내용이었습니다. 만의 하나 이 도면이 북한에게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2012년 완공한 합참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 판입니다.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은 군이 그 민간인에게 설계를 시킨 뒤 설계 용역비를 안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 검찰이 조사를 시작했는데 합참 지통실 도면 유출을 능가하는 기밀 유출 사실이 새롭게 줄줄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차마 입에 담기도 민감한 군 시설의 도면과 기본 설계 방안, 방호시설 도면 등이 민간인의 컴퓨터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계룡대 문서고, 합참 워 게임(war game) 센터, 정보사령부, 군 위성운용국 등 9군데의 기밀입니다. 이 민간인이 이런 기밀 서류들을 가지고 있던 이유는 합참 도면 유출 사건의 원인과 똑 같습니다. 방호시설 설계만 해주고 돈을 못 받은 이 사람이 돈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들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군 검찰이 나섰으니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 군 검찰과 이웃인 기무사가 3년 전에 같은 조사를 했었습니다. 그때는 유야무야 덮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래선 안될 겁니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 유출된 기밀들은 어떤 것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기밀이 유출된 군 시설과 기밀의 종류는 아래와 같습니다. 합참의 JWSC, 워 게임을 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기본 설계가 유출됐습니다. 군의 부위성운용국이란 시설의 도면도 군 바깥에 있습니다. 군의 위성통신을 중계하는 시설입니다. 정보사와 특전사의 주요 시설 도면도 민간인의 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계룡대 문서고의 방호 설계도 유출됐습니다. 계룡대는 육해공군 참모총장 이하 각군 최고 지휘관들이 일하는 곳입니다. 문서고는 흔히 벙커라고 불리는, 계룡대에서도 가장 극비 장소입니다.

하나같이 특급, 1급 군사시설로 관련 서류들도 모두 기밀입니다. 이런 자료들은 군의 먹튀로 피해를 본 민간인 정 모 씨뿐 아니라 관련 건설사, 법률대리인, 감정인 등도 두루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곳곳에 흩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씨는 북한의 EMP(전자기파)탄 공격에 대비해 위 시설들의 방호시설을 설계했습니다. 앞서 지난 5월 13일 취재파일에서도 전해드렸듯이 정씨는 EMP 방호시설 설계와 시공의 내로라하는 전문가입니다. 군은 정씨에게 공사를 맡길 듯이 하면서 위 시설의 EMP 방호시설 설계를 맡겼고 설계가 끝나자 정씨를 팽했습니다. 군은 당시 얼마나 바빴는지 정씨에게 설계 기본 자료로 제공한 각종 기밀 서류들을 챙기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한 군 주요시설의 EMP 방호 사업은 제대로 됐을까요?

▲ 軍 "놀랄 일 아니다"

국민들이 보기엔 깜짝 놀랄 일이지만 군 입장에서는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알고도 염치가 없어서 회수도 못하고 그냥 묻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EMP탄 방호시설 전문가인 정씨에게 돈을 못 준 것은 미안한데 중간에서 돈 챙겨간 자들을 발본색원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궁지에 몰린 군은 되레 정씨를 처벌할 궁리만 해왔습니다. 기밀이 군 밖에서 나돌고 있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군사기밀보호법으로 엄벌하겠다고 구두로 문서로 여러 차례 정씨를 협박했었습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군 간부들에게는 한마디 질문도 못하면서 억울한 민간인만 들볶고 있습니다. 군 검찰에게 부탁합니다. 이번에는 제발 진실을 밝혀 주시고, 돈에 눈이 먼 군인들을 엄벌해 주십시오.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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