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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도 읍소도 했지만..국회도 유족들엔 '거대한 벽'

입력 2014. 05. 29. 04:03 수정 2014. 05.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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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30시간째 애만 태워..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조예은 인턴기자]

↑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즉각적인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를 구성해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서 청와대로, 이제 국회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합니까" 국회에서 밤을 꼬박 샌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28일 더욱 어두워진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전날 오후 국정조사 계획서가 본회의를 넘어가는 것을 보러, "박수라도 쳐주러" 왔다가 밤샘협상에도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국정조사가 시작되지 않는 한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아예 못박아 버렸다. 여야 원내지도부를 향해서는 "세월호 선장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의원들을 향해서도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친 세월호 승무원과 다를 게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46)씨는 희생된 학생들이 숨지기 전 가족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담담히 읽어내려 갔다. 그러다 "정말 미안한 건 아빠 엄마야. 하지만 이제라도 안 미안한 아빠 엄마가 되려고 해. 지켜봐 줘. 응원해 줘. 힘을 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게"라고 울먹였다. 가족들이 머무르던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이내 눈물바다로 변해버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국회 곳곳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토론회에는 가족들도 적극 참여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답답한 마음에 패널들에게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고, 여야의원들을 붙잡고 하소연도 했다. 의원회관 중앙통로에서는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도 전개했다. '구조가 우선이다'는 어깨띠를 두르고 지나가는 의원이나 보좌관, 취재진들에게 "서명 좀 부탁드린다"고 간절히 청했다.

전날부터 각 의원실을 돌아다니면서 서명을 받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고 했다. 한 의원실에서는 희생자의 어머니에게 "당신 진짜 유족 맞느냐"고 의심했다가 확인된 뒤에는 "죄송하다"고 했고, 서명에 참여 해놓고도 뒤늦게 지우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는 게 서운함 가득한 유족들의 말이다.

이날 역시 여야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오후에는 유가족 150여명이 국회 본청 앞에서 피켓시위도 벌였다. '국정조사 뒷전이고 개밥그릇에만 관심뿐인 여야는 각성하라', '그대들이 세월호 안에 있었다면 입만 동동 떠서 구조 됐겠네. 말로 만 떠들지 말고 몸으로 움직여라' 는 내용이었다.

유가족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건 저 검은 바다 속에 갇혀 있는 우리 아이들, 희생자 16명을 꺼내주는 것이다.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거다. 그리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그게 왜 안 되냐"고 토로했다. 그러다가 "먼저 보낸 자식들의 이름을 불러보자"는 유가족 대표의 권유에 하늘로 보낸 자녀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조사 계획서에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 등의 이름을 명시하자고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의 반대가 강하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적시하자는 대안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대통령 비서실'은 되지만 직책을 정확히 명시하면 안된다고 맞섰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유가족 측은 "가족들은 법도, 절차도, 관행도 잘 모른다"면서 "다만 우리 아이들이 관행 때문에 죽었다. 관행 핑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국회에 머무른지 30시간이 흘렀다. 일부 가족들은 국회 직원용 샤워실을 빌려써야 했고, 안산의 집에 다녀올 형편이 못 돼 혈압약 등 약품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사전에 예정된 행사 탓에 머무르던 대회의장에서 소회의실로 잠깐이지만 '이사'도 해야했던 하루였다. 그랬던 가족들은 또 한 번의 밤을 국회에서 맞고 있다.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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