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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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말한다]"처음엔 너무 힘들어 TV를 껐다.. 지금은 화가 난다"

정리 | 배문규 기자 입력 2014. 05. 29. 21:44 수정 2014. 05. 2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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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부모 집담회
"물질만 좇는 어른들이 만든 참사.. 용산 사건 등 다시 보게 돼"

엄마들은 집담회 도중 자꾸 눈물을 흘렸다. 이야기도 여러 번 중단됐다. 내 아이가 배 안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스스로 물어봐도 이번 희생자들과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 5명이 지난 26일 경향신문에 모였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번 사고로 경험한 충격과 아픔을 털어놓기 위해서다.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여론무마용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실종자를 모두 찾지 못했는데, 성급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대책은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다고 봤다. 아이들의 죽음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 진정한 '치유의 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때로는 목소리가 흔들리고 목이 메었지만, 진지하게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집담회에는 전북 전주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문성만씨(51), 충남 홍성에서 노란 리본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조성미씨(49),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수진씨(43), 인천 부평의 한 초등학교에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성희씨(47),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봉사모임에서 활동하는 이은희씨(41)가 참석했다.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집담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의견을 교환한 후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희, 조성미, 문성만, 강성희, 이수진씨.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 섣부른 대책보다 진상규명이 먼저사과·눈물로는 국민들에 안정 못 줘

▲ 학교 인근에 사는 범죄자 형편없는 급식업체 등학교 안전도 불안… 재발 방지 노력이 진정한 치유의 과정

- 세월호 사고 후 40일이 넘었다. 실종자 16명이 바닷속에 남아 있다. 사고 후 개인적인 느낌이나 주변 분위기는 어떤가.

문성만 = 대학 후배 두 사람도 실종된 상태다. 개인적으로도 착잡하다. 이번 사건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재 같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으니 두려운 마음이다.

조성미 = 많이 울었다. 사고 소식을 접했는데 처음에 전원 구조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 하지만 저녁 뉴스에서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 명이라도 살아와야 하는데 오늘은 어떻게 되나, 하면서 TV를 보니 눈물이 계속 났다. 고등학생 아이가 있어 내 문제 같았다(울먹임).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TV를 껐다. 보름쯤 지나자 그때부터는 화가 났다. 왜 저렇게밖에 못할까. 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 아이도 배 안에 가만히 있었을 것 같았다.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이수진 = 사고 날 아이가 수학여행 가서 놀러 나온 지인과 차를 마셨다. 뉴스를 보고 진도에 내려간다고 했다. 당시에는 아이들을 모두 구출했다고 해서 '한국이 살 만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보라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숨진 학생들이 우리 아이 또래인 데다 우리 아이도 10월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동의서를 보냈었다. 같은 입장이다보니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분향소가 차려진 첫날부터 봉사를 하고 있다. 안산 올림픽기념관에는 큰 스크린으로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띄워놓는데, 그 앞에서 보는 것 자체가 괴롭고 힘이 든다(목이 메임).

강성희 = 4월16일을 잊을 수가 없다. 학교 운영위원회 모임이었다. 운전 중에 차를 세워놓고 모두 살아돌아오라고 기도를 했다. 회의를 하면서 비용은 더 들어도 안전을 생각해서 비행기를 탔으면 어땠을까, 안타까웠다. 운영위원들도 우리가 학생들을 위해 하는 결정이 큰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나이로는 사고를 당한 아이들과 같다. 내 새끼 같은 거다.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아무것도 못하고 울기만 하니까 남편이 뉴스를 못 보게 했다. 아직도 기사를 보면 눈물이 흐른다.

이은희 = 사고가 난 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활동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우리 아이 학교에서도 1학기 수련회나 현장학습이 전면 폐지됐다. 사고가 나니까 여러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교장선생님들이 몸을 낮춰버린다. 학교 봉사모임에서 아이들과 주기적으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를 한다. 버스로 2시간 정도 가야 한다. 근데 사고가 나자 이조차도 금지했다. 혹시 사고가 나면 목을 내놓아야 하는 분위기라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처는 답답하다.

- 사고 후 부모들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부 재촉을 덜하게 됐다거나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

문성만 = 어떻게 보면 평소 말을 잘 들은 학생들이 변을 당한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 혼란스럽다. 선생님 말을 듣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남의 자식이 아닌 내 자식이 사고를 당한 심정이다. 아이가 '어른들 잘못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본 것이 아니냐'고 물었을 때 어떻게 대답을 해야 옳은가. 기성세대 잘못은 있지만, 너는 이제까지 해오던 대로 하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으니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은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 된다.

조성미 = 정부는 국민의 재산이나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 그게 아닐 수 있구나. 우리 사회의 공공성이 여기까지 무너졌구나', 그러한 바닥을 본 느낌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보니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정부 대처는 무책임해 보였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민주화세대로서 민주화와 산업화에 나름 기여를 했다고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사고를 보며 그 결과가 이거였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세상이 과연 좋아졌는지 질문을 하게 됐다. 나 같은 경우도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다. 아이가 세월호 뉴스를 보면 슬그머니 채널을 돌리기도 했다. 아이가 질문을 하면 대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을 믿던 아이들이 배 안에서 맞닥뜨린 공포가 상상도 안된다(울먹임). '세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2~3주 전부터 촛불추모제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있다. 엄마들이 아이 손 잡고 많이 온다. 이런 일을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사건이 그냥 묻힐 것 같아서,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심정으로 다들 모이고 있다.

이수진 = 아이들에게 엄마 말 들어서 손해날 거 없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사고가 나고 아이가 '엄마, 어른들 말 들어서 피해 입는 거 보고 마음이 안 좋았어'라고 하더라. 부끄러웠다. 아이가 학교를 갈 때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갈 때도 찡했다. 남편은 이전까지 술자리가 잦다보니 집에 늦게 와서 아이와의 관계가 소원했는데 사고 이후로 아이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많이 보낸다. 그래도 아이들 답문은 '네' 정도이지만(웃음). 사건 이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강성희 = 정치에 무관심한 엄마들도 이번 사고로 큰 충격을 받았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지금 알게 모르게 수영장에 아이들을 등록시킨 엄마들이 많다. 아이들이 수영을 잘하고 물에 대한 공포심이 없었으면 탈출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미국에서 1년을 지냈을 때 괜히 선진국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안전 문제는 한국이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도 조국에 자부심을 갖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예전 씨랜드 참사 때 이민을 간 부모들 마음이 이해됐다. 시댁에서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 희망을 걸고 싶은 마음이다.

▲ 문성만 - 기업 경영…자녀- 대학생, 고3, 고1'어른들 잘못으로 피해 본 것 아니냐'자식들이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

▲ 조성미 - 참교육 충남도지부장…자녀- 고3, 중2학원 스케줄 짜주며 공부만 시켰는데내가 제대로 키우는지 회의감 들어

▲ 이수진 - 주부…자녀- 고1 , 중3아이와 소원하던 남편 사고 후 이야기 많아져일상 찾는 건 맞지만 희생 잊지 않았으면

▲ 강성희 - 초교 운영위원장…자녀- 고3, 초6정치 무관심한 엄마들 이번 사고로 충격'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 들어

▲ 이은희 - 주부…자녀- 중2, 초5, 초3초등생 수영 배우지만 고학년 때 평가 위한 것교육이 형식적 틀에서 벗어나 이뤄졌으면

- 이번 사고 수습과 구조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

문성만 = 지인이 안행부 공무원이다. 이번에 안행부 공중분해돼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4년 뒤에 흩어졌던 부처가 다시 합쳐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안행부의 역할이나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해체만 해버린 것 같다. 깊은 고민 없이 사건이 발생하니까 급하게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당장 일하는 직원들도 문제다. 아는 분도 어디로 발령날지 걱정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해체도 사건이 마무리되고 전문가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한 뒤 결정했어야 하는데 여론에 밀려서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강성희 = 해경 해체 발표를 보며 놀랐다. 전문가 토론을 통해 대처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해체 발표가 나왔다. 국민들은 해체하면 더 불안하다.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어디로 신고해야 하나 불안한 생각까지 든다. 대통령 발표에는 구체적 대안도 없고,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실시한다고 해도 이를 얼마나 파헤칠 수 있을까 불신까지 든다. 해체한 뒤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사과나 눈물로는 국민들에게 안정을 줄 수 없다.

이수진 = 항상 느끼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도로에서도 과적차량을 단속하는데 이번 사고로 드러난 부실한 선박 점검체계를 보면서 놀랐다. 점검을 하루이틀로 끝내지 말고 사전에 문제가 될 일은 아예 막아야 한다.

조성미 = 사고 수습 과정에서 나를 화나게 한 부분은 책임감의 실종이었다. 섣불리 대책을 내놓기 전에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모든 권한이 대통령이나 중앙부처에 집중돼 있고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명령만 기다린다.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있는 것 같다. 사고 후 수학여행 전면 취소도 그렇다.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눈치를 본다고 해야 할까. 교사들도 자율성 있게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친구가 특수반 교사다. 그 반 학생들은 버스 타는 법, 떡볶이 사먹는 법 등 일상생활 배우기가 더 중요하다. 그 친구가 '시내 나가서 읍사무소 찾아가는 연습을 하겠다'고 교장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리니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거부했다고 한다.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지만, 대비책을 만드는 것이 진짜 해야 할 일 아닌가.

문성만 = 공무원인 분과 이야기를 해보니 스스로 나서서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공무원들이 나서면 혼난다는 것이다. 민원인이 어려운 일이 있어서 관청에 항의를 했다고 한다. 공무원이 직접 알려주면 좋은데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다. 이분들 입장에서는 정책에 대해 알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모르면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그 공무원에게 연락해서 홍보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모두 신청을 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며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게 된다고 말했다. 도와주고 싶어도 나중에 항의가 들어오고, 위에서도 왜 쓸데없이 알려서 문제를 만드느냐며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답답했다.

- 학부모 입장에서 불안하다는 말이 많다. 평소 학교 안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강성희 =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학부형들은 학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위험이 발생해도 누가 책임을 지는지 애매하다. 학교 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준비도 부족한 것 같다. 일본에선 1955년 수학여행단을 실은 여객선이 침몰한 사고가 일어난 뒤 모든 학교에 실내수영장을 설치해 수영을 가르친다고 하더라. 단순히 수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존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은희 =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에서 수영을 배우긴 한다. 그런데 굉장히 형식적이다. 1년을 배워도 모두 하기 힘든데 하루에 2시간씩 5일 동안 배우는 게 전부다. 그러다보니 부모들은 또 사교육으로 가르치려 한다. 4학년에 평가를 받으니까 1년 전부터 수영장에 보낸다. 그런 모습을 보며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안타까웠다. 교육이 이런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날 순 없는 것일까.

조성미 = 학교 교육이 수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빚어지는 현실이다. 예체능도 편법을 동원해 일선 학교에서 축소하고, 학부모들이 이를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전에도 도교육청을 상대로 담력훈련식 교육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학부모들과 냈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그런 캠프를 보내야 할까. 생존훈련에 대한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안전교육도 공교육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애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읍내에서 제일 크지만 학교 앞에 보행로가 없다. 보상금이 없어 길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폭행범 신상공개 편지가 와서 거리를 따져보면 학교에서 1~2㎞ 안에 살고 있다. 과연 경찰이 이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확인할까. 학교에서 안전점검하려고 살펴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성희 =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이들에게 무엇이 위협이 되나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버스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학교는 현장학습 버스를 대절하면 바퀴 마모 정도부터 기사님 신원까지 꼼꼼하게 따진다. 버스가 노후돼도 연식을 속이고 올까봐 걱정인 것이다. 급식업체 선정을 위해 방문해봐도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페널티를 주고 싶어도 이름을 바꿔서 영업하면 그만이다. 교육청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점검하고 처벌을 했으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 질이 높아져야 한다. 사실 지난해 폭염이 심했는데 전기료를 아낀다며 에어컨조차 맘대로 틀지 못했다. 아이들 행복을 위해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했으면 좋겠다.

- 세월호는 배를 무리하게 개조하고, 화물을 많이 실으려고 고박도 제대로 안 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돈만 벌면 된다는 물질만능주의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문성만 = 이번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낙하산 문제가 드러났다. 서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척결한다고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소시민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보니 답답하다. 대통령이 실제로 행동을 보여줘야 국민들도 이해를 할 것이다.

조성미 = 학교에서도 자유경쟁을 강조하면서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행학습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벌어지는 일 아닌가. 뒤처지면 버리고 잘하는 애들만 끌고 간다. 문제는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주눅이 들어서 이런 부분에 대해 학교에 항의도 못하는 것이다. 교육이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지 않나. 기본적으로 학생의 성실성이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학교에서 학습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보호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다. 우리 아이도 수업에서 배제되지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늦게 피는 꽃이 성장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늦는 아이들도 기다려주고, 학부모들도 기다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기성세대가 경제발전, 부흥 이런 가치만 좇다보니 이런 사고가 발생한 건 아닐까. 기존의 물질만능주의적 가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면밀하게 숙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고로 과거 용산 참사나 밀양 송전탑 사건도 시각을 달리하게 됐다. 이전까지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실 나도 아이한테 '너 이렇게 공부 안 하면 88만원 세대로 산다'고 은근히 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는 불량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아픔에 대해서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 이 시간까지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희생자 가족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은희 = 너무 억울한 죽음이었다. 모두 살릴 수 있었는데 희생자가 나왔다.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문성만 = 정부에서 유가족과 충분한 대화를 해서 요구사항을 수용해야 한다. 이번 사건도 몇 달 뒤면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4월16일을 국가재난일로 지정해 교훈이 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강성희 =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아직 실종자 모두를 구하지도 못했는데 쉽게 잊혀지는 것 같다. 잊혀져선 안된다. 우리가 그분들의 마음을 100%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그분들 말에 귀기울여서 무얼 원하는지 들었으면 좋겠다. 무책임한 말을 하는 일부 사람들도 자제했으면 좋겠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진상규명이다. 억울한 부분을 풀어야 마음이 풀릴 것 같다.

조성미 =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막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해결해야 그분들이 그나마 마음의 짐을 덜지 않을까. 부모들은 자식을 먼저 보내면 죽는 날까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나. 아이들의 죽음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사고를 교훈 삼아 재발하지 않도록 진심으로 노력하는 것이 치유의 과정이라고 본다.

이수진 = 나도 동감한다. 분노에 차 있는 유족들에게 비난의 말은 가슴에 칼을 꽂는 거나 마찬가지다. 살아남은 가족들은 여행을 괜히 보냈다며 평생 자책할 텐데. 유가족과 친구들도 지켜봐줬으면 한다. 죄책감이라는 형벌을 견뎌야 할 살아남은 학생들도 안쓰럽다.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맞지만, 이들의 희생을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시리즈 끝 >

< 정리 |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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