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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잠수사들 "위험한 절단 방식(산소 아크 절단법)이라고 수차례 지적했는데.."

진도·목포 입력 2014. 05. 31. 02:58 수정 2014. 05. 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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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잠수사 이민섭(44)씨가 세월호 우현 4층 외벽 절개 작업에 투입된 것은 30일 오후 1시 50분이었다. 그는 선체 절개 작업을 맡은 민간업체 '88수중개발' 바지선에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가로 4.8m 세로 1.5m 출입구를 만드는 작업 중 가로 4.8m 절개는 이미 완료됐고, 세로 절개만 마무리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동료 잠수사와 함께 2인 1조로 투입된 이씨는 산소 아크 절단봉으로 선체를 절개하고 있었다. 30분쯤 뒤인 오후 2시 20분 88수중개발 바지선 작업 본부 스피커에서 '펑' 하는 충격음과 함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씨의 헬멧과 연결된 통신선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씨와 함께 입수했던 동료 잠수사도 "나도 펑하는 소리를 들었고 오른쪽 얼굴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가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지선에 있던 잠수사들이 이씨를 구하려 뛰어내렸다. 20분이 지난 2시 40분, 잠수사들이 이씨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책본부는 "이씨는 코피 등 안면부 출혈이 있었고 의식이 없었다"고 했다. 응급조치를 한 서울대병원 응급실장 서길준 교수는 "동공이 풀려 있었고 입안에 피가 고여 바로 삽관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48분, 이씨는 해경 헬기에 실려 목포 한국병원으로 옮겨졌다. 구급 활동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헬기에 있는 의료 시설이 열악해 병원으로 가는 30분 동안 손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25분 병원에 도착한 이씨는 다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10분 뒤 끝내 숨졌다.

이씨의 사인(死因)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가스 폭발로 인한 충격'이다. 목포 한국병원 박인호 원장은 "외부의 큰 압력에 의한 폐 손상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CT 촬영 결과 이씨의 폐와 뇌, 심장에 공기가 다 찬 상태였다"고 말했다.

숨진 이씨는 경력 20년의 베테랑 잠수사였고 아내와 중학생 딸 둘을 둔 가장이다. 이씨는 인천의 한 민간 잠수 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업체 대표의 추천을 받고 사고 해역에 파견됐다고 한다. 형 승엽(46)씨는 "민섭이는 일란성 쌍둥이였는데 쌍둥이 형이 오래전 사고로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전화가 와서 '세월호 현장에 간다'고 하길래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가지 말라'고 했던 게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말했다.

민간 잠수사가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하자 한 실종자 가족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우려했던 일이 또 일어나고 말았다. 고인이 된 잠수사와 가족께 우리는 또 죄인이 됐다"고 말했다.

현장의 일부 민간 잠수사들은 "산소 아크 절단법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몇 차례 제기됐는데도 작업이 강행됐다"고 말했다. 한국해양구조협회 황대식 본부장은 "전극봉을 통해 수천 도의 고온을 발생시킨 뒤 고농도·고압의 산소를 분사하는 산소 아크 절단법의 특성상, 전기분해된 수소가 선체 안쪽에 고여 있다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절개 방법을 논의했던 27일 대책회의 자리에서 소량의 폭발물을 외벽에 붙여 폭파하는 방식으로 잠수사의 안전을 확보하자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폭파'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진 일부가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는 이날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이민섭 잠수사님과 그 가족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세월호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0만 서명 운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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