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강남 2곳'도 승리..차기 대선주자 부상

2014. 6. 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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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구청장 25곳 중 22곳 이겨

"세월호 슬픔을 안고

변화 요구한 시민들의 승리"

정몽준, 네거티브 안 먹혀

아들 실언도 패배요인 작용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한다. 저의 당선은 세월호의 슬픔을 안고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 시민들의 승리다. 이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 정치가 나의 어려움을 걱정해준다는 믿음, 앞으로의 서울시정 4년을 통해 그 믿음을 심어가겠다."

당선이 확정된 5일 0시25분 종로5가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 등장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당선의 감격보다 그동안 풀어놓은 약속의 부담감이 한층 버겁게 그의 마음을 내리누르는 듯했다.

박 후보는 5일 0시30분 현재 정몽준 후보의 지역구인 동작을 포함해 강남·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3곳에서 정 후보를 앞섰다.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서초에서도 1%포인트 이내의 접전을 펼칠 정도였다. 총득표율 57.4% 대 41.7%. 완벽한 승리였다.

캠프 관계자들은 승리 요인을 "시장 재임 시절 펼친 '삶과 가치 중심의 시정'이 공감과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치적 쌓기용' 토목사업을 최소화하는 한편, 서민과 공감하고 사회적 경제로 상징되는 대안적 도시경제 모델을 구현하는 데 주력한 것이 개발·성장주의에 염증을 느낀 중산층·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의 승인을 차별화된 시정 운영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정을 잘 운영하는 것과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했다. 실제 박 후보는 올해 3~4월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일 만큼 확고한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3명이 맞붙은 새누리당 후보 경선이 흥행하면서 정 후보가 지지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결과였다.

변곡점은 세월호 참사였다. 이 사건은 성장주의·무사안일·부패로 상징되는 기존 관료 행정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면서 박 후보가 표방해온 '사람 중심 시정'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참사의 구조적 원인들이 주목받으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박원순이라면 잘할 것 같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일자리 프레임'으로 선거 국면을 주도하지 못한 정몽준 후보의 전략 실패와, 세월호 정국에 이어진 정 후보 가족들의 '미개 국민' 발언 파문도 박 후보의 상승세에 탄력을 더했다.

하지만 이번 승리가 박 후보가 펼칠 '2기 시정'과 더 큰 목표인 '대선 도전'에 탄탄대로가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가치와 철학을 펼쳐나갈 4년의 시간을 확보한 만큼 안정적이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시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조심스러웠다. 그는 "아래로부터 작은 변화를 만들어 사회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일본식 지방자치 모델이 '박원순 시정'의 핵심"이라며 "하지만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뒷받침할 정치적 기회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선주자 박원순'의 미래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웠다. 이철희 소장은 "정치권에 머물며 풍파에 시달려야 하는 경쟁자들(문재인·안철수 등)에 비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시정의 영역에 갇혀 상승 동력을 못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개혁가·행정가와 정치가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면서도 "향후 야권의 변화에 따라 정치적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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