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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부 승진 사장 해임시킨 KBS 사태 35일

입력 2014. 06. 05. 19:05 수정 2014. 06. 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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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발언서 시작돼 '외압설' 폭로전..파업에 선거방송도 파행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KBS PD 출신 첫 KBS 사장이자,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첫 사례로 조명받았던 길환영 사장이 사태 35일 만에 해임됐다. 임기 3년의 절반만 채운 상태다.

지난달 3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KBS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서 촉발된 이번 KBS 사태는 청와대와 길 사장의 보도·인사 개입 의혹으로 번지면서 일파만파 확대돼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와 KBS 양대 노조의 파업으로 이어졌다.

KBS이사회가 5일 해임제청안을 가결시켜 파국으로 치닫던 KBS사태는 일단락됐다. 사상 첫 공동파업을 벌인 KBS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조KBS본부(새노조)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19일 제작거부에 들어간 KBS기자협회는 18일 만에, 지난달 29일 파업에 돌입한 양대 노조는 8일 만에 일터로 돌아간다. 제작거부와 파업으로 뉴스를 비롯해 6·4전국동시지방선거 방송마저 파행 운영되고, 국장과 부장, 팀장 등 간부들의 잇단 보직 사퇴로 방송사 기능이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던 KBS는 이로써 정상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향후 진행될 신임사장 선임 절차에서 이른바 '낙하산 사장' 논란 등이 재현되면 또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 '세월호 발언 논란'서 시작해 외압설 폭로전 이어져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촉발된 KBS 사태는 김 국장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한 데 이어 KBS기자협회 총회(5월16일)에서 재임 시절 청와대로부터 수시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김 전 국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보도 관련 요구를 했는가 하면 길 사장도 특정 뉴스를 빼거나 축소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수없이 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KBS기자협회는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5월19일)에 돌입했고 양대 노조는 길 사장 출근저지 투쟁과 함께 파업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파업투표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으며, 보도국 부장들의 일괄 보직 사태를 시작으로 분야를 막론한 KBS 간부들의 보직사퇴가 줄을 이었다.

KBS기자협회는 방송 자유를 침해했다며 지난 3일 길환영 사장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4일에는 길 사장이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에도 부적절한 개입을 했다는 교양국 한 고참 PD의 폭로가 터져나왔다.

장 모 CP는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모두 제가 겪은 일"이라면서 '심야토론' 제작 과정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 '추적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행정소송 등 길 사장의 구체적인 개입 사례를 적시했다.

◇ "사실무근" 버티던 길환영 왜 해임됐나

길 사장은 잇달아 터져나오는 외압설과 관련해 시종일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 노조의 파업에 대해 "명백한 불법 파업"이라며 사규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내 담화, 기자협회총회 등을 통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누차 확인하며 KBS 정상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에 대한 해임제청안 처리를 위해 열린 KBS이사회에도 서면진술을 통해 선거방송과 월드컵방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사퇴의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KBS이사회는 애초 이날 해임제청안을 표결에 부쳐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9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표결을 6월5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여당 측 이사 7명과 야당 측 이사 4명으로 구성된 KBS이사회는 재적 과반수인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해임안을 가결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야당 측 이사들과 KBS노조 등은 해임에 부정적인 여당 측 이사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5일 이사회에서 해임안은 찬성 7표, 반대 4표로 통과됐다. 야당 측 이사 4명 외에 여당 측 이사가 3명이나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반대표를 던진 한 여당 측 이사는 표결 후 사임을 표명하며 이사회장을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측 이사들은 무엇보다 보도기능이 마비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위험성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4일 선거방송마저 앵커들이 가슴에 '방송독립'이라는 배지를 달고 나와 진행하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파행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잘못하다간 수백억 원을 들인 월드컵방송도 망치겠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조직 안정을 위한 첫 내부 승진 카드였지만…

1981년 KBS 공채 8기로 입사해 파리 주재 PD특파원과 대전방송 총국장 등을 거쳐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 본부장을 역임한 길 사장은 2011년 9월 당시 김인규 사장 체제하에서 부사장이 됐다.

KBS PD 출신 첫 사장이자 KBS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여러 상징성이 있었지만 노조가 그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등 출발부터 진통이 있었다.

당시 KBS이사회는 길 사장이 김인규 사장 아래서 콘텐츠본부장을 거쳐 부사장에 오른 만큼 KBS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새노조는 길 사장이 콘텐츠 본부장으로 재직 중 역사를 왜곡하고 정권편향적인 프로그램의 제작을 지휘했다고 비난하면서 사장 공모과정에서 그를 '절대 불가' 인사로 규정했다. 길 사장은 콘텐츠 본부장 재직 당시 새노조가 진행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률 88%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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