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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부승진 사장' 불공정 보도 논란에 하차

입력 2014. 06. 06. 02:02 수정 2014. 06. 0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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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사태 34일만에 길환영 해임

[서울신문]KBS PD 출신으로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한 첫 KBS 사장으로 주목받았던 길환영 사장이 임기 3년 가운데 절반만 채우고 물러나게 됐다.

길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지난달 3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으로 촉발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를 비교해 물의를 빚어 물러난 김 전 국장이 "길 사장이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으며,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고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와 길 사장의 보도·인사 개입 의혹은 일파만파로 번졌고, KBS기자협회의 제작 거부와 KBS 양대 노조의 파업으로까지 이어졌다.

KBS이사회가 5일 해임제청안을 가결시켜 파국으로 치닫던 KBS 사태는 일단락됐다. 사상 첫 공동파업을 벌인 KBS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조KBS본부(새노조)는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6일 오전 5시 업무에 복귀했다. KBS 새노조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이사회의 결정은 길 사장뿐만 아니라 앞으로 임명되는 그 어떤 사장이라도 보도나 프로그램에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사장직에서 해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공영방송 KBS의 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결정이 있기까지 내부 갈등은 극에 달했다. 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4명 등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정기이사회에서 9시간의 진통 끝에 해임안에 대한 표결을 유보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야당측 이사들은 ▲보도통제 의혹 확산에 따른 공사의 공공성과 공신력 훼손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공사 경영 실패와 재원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등의 사유로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KBS 내부에서는 "해임안 표결이 유보된 사이 길 사장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사회가 더이상 해임안 처리를 미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전 국장은 지난 3일 "길 사장의 보도 개입을 기록한 일지를 갖고 있다"며 "이사회에 출석해 의혹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이사회에서 해임안에 찬성한 이는 야당 측 이사 4명 외에도 여당 측 이사가 3명이나 가세했다. 반대표를 던진 한 여당 측 이사는 표결 후 사임을 표명하며 이사회장을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측 이사들은 보도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영방송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S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일 선거방송이 이미 제대로 나가지 못했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백억원이 투입된 월드컵 방송마저도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파업에 돌입했던 양대 노조가 8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면서 파행 운영되던 프로그램들은 정상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향후 진행될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서 이른바 '낙하산 사장' 논란 등이 재현되면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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