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향신문

[단독]"남경필 당선 실망.." 40대 앵그리맘 속마음 보니

백철 기자 입력 2014. 06. 07. 13:28 수정 2014. 06. 07. 14:08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나는 이래서 선택했다' 앵그리맘 집담회

좌담 참석자

김미경44·서울 광진구, 자녀 중1·초4, 화장품 개발

김윤경40·경기 고양시, 자녀 초4·2, 전업주부

홍명희42·서울 은평구, 자녀 중3·초2, 전업주부

최봉화44·서울 마포구, 자녀 중3, 에어로빅 강사

'앵그리맘'은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였다. 세월호 참사에 분노를 느낀 40대 엄마들을 일컫는 단어다. 40대 여성층은 동년배 남성에 비해 보수적인 층으로 알려져 있었다. 40대 여성의 60% 이상이 세월호 참사 이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지지를 보냈다. 또한 2012년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40대 여성의 55.6%가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지난 총선, 대선에서 40대는 여권에 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달랐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단체장 선거 지역에서 40대 유권자들은 야권 후보에 60% 이상 표를 몰아줬다. 경북, 울산,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40대는 야권을 선택했다.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한 대구, 경남에서도 40대는 야권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40대는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진보 후보에게 50~60%의 지지율을 보였다. 부산,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40대 여성이 진보 교육감에게 투표한 비율이 동년배 남성보다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여성 4명에게 지방선거와 앵그리맘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6월 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40대 앵그리맘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미경, 김윤경, 홍명희, 최봉화씨. / 이상훈 선임기자

사회자 세월호 사건 이후 40대 엄마들이 분노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김미경(이하 미) "중학교 동창들과 네이버 밴드 모임을 해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날부터 계속해서 상황을 공유했는데, 남녀 할 것 없이 TV 보고 울지 않았다는 애들이 없었어요. 그걸 보면서 왜 내가 이런 나라에 살아야 되는지 너무 화가 났고,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는 거예요.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성질이 나고 사회의 1%라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다 없어졌어요. 아이들과 함께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두 딸에게 굳이 한국에서 결혼하겠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안전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과의 결혼도 생각해보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예요."

홍명희(이하 홍)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세월호 참사 이후 불만이 가득차 있는 게 느껴져요. 초기 구조를 빨리 진행하지 못한 것부터 해서 현 정부에 불만이 많죠. 전에는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겠지' 생각하며 지나간 편이었는데, 이번엔 좀 다른 느낌이에요. 중학생 딸이 학교 토론수업 때 '가만히 있는 게 모범생은 아니다'라는 주제로 발제문을 준비해 갔더라고요.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세월호 참사로 상처를 입었구나 생각이 들었죠. 저 같은 경우 마트에 가면 일단 비상구부터 살피고, 두 번 가기가 무서워서 어떻게든 한번에 필요한 물건을 다 사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김윤경(이하 윤) "저도 세월호 사고를 보고 많이 안타까웠어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남일 같겠어요. 세월호 사고 이후 뭔가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꽤 보여요. 평소 수영장을 다니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 진상규명 서명용지를 들고 다니시는 분이 있어요. 저도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세월호 진상규명 촛불집회라도 한 번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최봉화(이하 최)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사건이죠. TV에서 나오는데 아예 보고 싶지가 않았어요.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아이들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어른은 없는 것 같아요. 교육청에서 수학여행을 갈 때 전교생이 한꺼번에 가지 말고 소규모로 나눠 가라고 일선 학교에 지침을 내렸음에도 지키지 않다가 참사가 벌어졌어요. 우리 개개인이 선진국 시민처럼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봉화"당선된 교육감들 현실에 맞게 안정적인 정책 폈으면"/ 이상훈 선임기자

사회자 '앵그리맘' 현상이 실제 선거 결과에는 많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윤 "제가 사는 곳이 신도시 지역이기도 하고, 우리 아이네 초등학교 엄마들은 대부분 야권 쪽으로 투표를 했어요. 선거 당일 새벽까지 남편이랑 같이 이야기하면서 결과를 지켜봤어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돼서 약간 실망을 했죠. 아무래도 나이가 많으신 분들 생각이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친척 어른들도 '누구 덕에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됐냐, 그분 딸이 대통령인데 우리가 힘을 뭉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더군요. 선거로 정권을 심판하자는 소리가 나와도 그분들은 바뀌지가 않았어요."

미 "제가 사는 곳에서는 야당이 모두 당선됐어요.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민심의 결과라고 봐요. 그런데 전체 선거 결과는 너무 박빙인 지역이 많은 거예요. 저도 남편과 선거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전히 보수적인 어르신들의 영향력이 크구나, 젊은 사람들이 조금만 더 투표를 했으면 정말 바뀌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죠."

김미경"우리사회 1%라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 다 없어져"/ 이상훈 선임기자

홍 "단체장 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분리해서 투표한 사람도 꽤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세월호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화도 많이 났어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통해 특정 정당을 찍으라는 교육을 많이 받고 자라서 익숙한 정당은 있어요. 정당이야 익숙한 쪽을 찍더라도 교육감은 아이들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거죠."

최 "엄마들 사이에 세월호 참사가 꼭 정부 탓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요. 참사 이후의 잘못된 대처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겠지만 일차적인 책임은 유병언씨나 청해진해운에 있다고 봐요. 예전에 잘못된 것들이 이어져 와서 이번 일이 터진 건데, 박근혜 대통령만 너무 욕을 먹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어요. 물론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세월호 사건에서 아무 교훈도 느끼지 않은 건 아니에요. 저도 사실 지난 대선까지는 새누리당만 쭉 찍어왔는데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당 이름만 보고 찍진 않았어요. 앞으로도 선거에 나오는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따져보고 선택할 생각이에요."

윤 "전 좀 생각이 다릅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정부가 세월호 증축을 허용하고 선령을 늘려주지 않았다면 이번 참사가 없었을 테니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는 거죠. 청해진해운만 잘못이고 왜 정부를 탓하느냐는 사람들을 보면 이번 사건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홍 "지방선거 결과가 박빙으로 나온 데에는 언론의 역할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건 초기에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선박 관련 규제가 풀린 게 참사의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그런데 50일이 지난 지금은 뉴스에 유병언 일가를 어떻게 잡고 있는지만 계속 나와요. 제 나이 또래들도 세월호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조금씩 잊어버리고 있는데, 더 나이가 드신 분들은 과연 어땠을까요."

홍명희"남 일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이젠 내 일로 느껴져"/ 이상훈 선임기자

사회자 단체장 선거와 달리 교육감은 진보성향 후보들이 많이 당선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윤 "직접 겪어보면 아는 거죠. 경기도에 살면서 몇 년간 진보 교육감을 겪어봤어요. 아이가 지금 혁신 초등학교를 다녀요. 부모들 부담 없이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고, 친환경 급식도 만족도가 매우 높아요. 게다가 젊은 교사들이 많다 보니 수업의 질에 대해서도 호평이 많아요. 김상곤 교육감 때 달라진 교육을 직접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레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을 이어받았다는 이재정 후보에게 관심이 간 거죠."

홍 "사실 저는 선거 때 좀 망설였어요.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수 교육감이 좀 더 맞을 수도 있죠.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이어져온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는 진보 교육감들의 주장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방향에 회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조희연 후보가 서울 강남·북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일반고 중심의 교육을 하겠다는데 너무 좋은 공약들이죠. 교육개혁을 하자는 심정으로 진보 교육감을 뽑은 게 아닐까 싶어요."

최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나간 엄마들이 많을 거예요. 다만 당선된 교육감들이 좀 안정적으로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3년 전 초등학교 운영위원을 하면서 무상급식을 살펴봤는데 한 끼 식사비가 1800원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때는 이게 참 현실과 맞지 않는구나, 이 돈으로 과연 영양공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많았는데 요새는 많이 개선된 것 같아요."

미 "서울지역 엄마들은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이 좀 안정적으로 이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다들 있죠. 공정택, 곽노현 교육감은 이런저런 사건으로 오래 못가고 물러났잖아요. 문용린 교육감도 많은 공약을 했지만 제대로 시작할 여유도 없었죠. 이번에는 진보 교육감 단일화가 성공해서 전국적으로 당선이 많이 됐다고 봐요. 새로운 교육감들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오락가락하지 않도록 임기 끝까지 비리없이 일해주시길 부탁드려요."

김윤경"주변 또래들 야당에 투표…어른들 생각 너무 견고"/ 이상훈 선임기자

사회자 선거가 끝난 뒤 '전교조 교육감 시대'니, 교육감 직선제를 없애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 "경기교육감에 나온 조전혁 후보가 '전교조 명단 공개'를 포스터에 내걸었죠. 그런데 사실 요새 엄마들은 전교조가 진보성향의 교사 단체라는 것은 알고 있지요, 전교조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가르친다고 해서 일부러 반대하고 하진 않아요."

미 "전교조 교육감이니 이런 게 중요한 때가 아니잖아요. 어차피 그분들도 좋은 교육 하자는 사람들인데 일부러 싫어할 이유가 없죠. 이젠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해서 될 시대가 아니에요. 과거엔 공부 잘하면 직업도 가질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란 뒤에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삼성 등 대기업들이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고 하는데 20년 뒤에도 그럴 수 있을까,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지금과 같은 교육을 받고 나서 과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많아요."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