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학생들과 함께 나왔으면 동생도 좋아했을 텐데"
제자 구하려 간 단원고 유니나 교사, 54일만에 시신으로 발견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아직 찾지 못한 학생들과 같이 나왔으면 동생도 좋아했을텐데…."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들을 구하려고 선체 아래층으로 내려갔던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 유니나(28·여·일본어) 교사가 실종 54일만인 8일 오전 안타까운 주검으로 가족에게 돌아왔다.
유 교사의 친오빠 건우(30)씨는 동생에 대해 "잠이 참 많은 동생인데 수업준비를 한다고 늦은 밤까지, 어떤 때는 밤을 새우기도 하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정말 열정적인 선생님이 됐다는 걸 느꼈다"고 회고했다.
유 교사와 동료 여교사들은 상대적으로 탈출이 쉬운 세월호 5층 객실에 있었지만 제자들을 구하려고 4층으로 내려갔다가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우씨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한 다리 건너 들었는데 당시 동생이 4층 선미 좌현쪽에 내려가 제자들과 함께 있으면서 물이 빨리 차오르니까 학생들이 대피해야 한다고 말했다더라"며 "그러다가 전화가 와서 3층에 누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내려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가족을 잘 챙기는 예쁜 동생이었다"고 생전의 유 교사 모습을 떠올렸다.
부모님의 학비 부담을 덜어 드리려고 국립대학교 사범대에 진학해 교사의 꿈을 키운 유 교사는 장학금을 받아 일본에 교환학생 자격으로 유학을 다녀왔으며 임용 시험도 한 번에 합격했다.
학창 시절 학과 학회장을 지내고 일본인 친구들과도 꾸준한 교류를 한 유 교사의 활발한 성품은 4년간 교편을 잡으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동료 교사들은 다양한 자료와 소재를 활용하는 등 수업 연구를 열심히 했고 학생들에게도 헌신적이었다고 생전의 유 교사를 평했다.
건우씨는 "지난달 13일이 생일이었는데 동생이 수학여행에서 선물을 사오겠다며 웃고 떠났다. 엄마 아빠에게 필요한 거라며 메모를 하던 모습이 훤하다"고 말하고 나서 "나는 해준 것도 없는데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며 너무 일찍 떠나버린 동생에 대한 애틋한 정을 감추지 못했다.
건우씨는 이날 "초동대처 때문에 해경 해체 등 말이 많았는데 사실 그분들이 아니면 우리는 넋 놓고 기다리는 것조차 못 한다"며 "바지선에도 가봤지만 잠수사들, 현장 관계자들이 고생 많이 하신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난처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앞에서 내색 전혀 않고 사명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마음이 참 그렇다"며 "남은 13명도 꼭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교사의 고향은 경남 진주이지만 가족들은 평소 제자들을 아꼈던 유 교사의 뜻을 기려 안산에 빈소를 차리고 장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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