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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에서 '도로 위의 세월호 사건' 있었다

입력 2014. 06. 09. 20:00 수정 2014. 06. 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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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4월 방과 후 버스 하천에 추락…과속 의심

운전자 탈출, 학부모 먼저 도착…세월호와 '닮은꼴'

통계상 국내 어린이·청소년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교통사고다. 아이들의 안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로, 1년여 전 발생한 강원도 삼척의 어린이 통학버스 전복사고를 발생 원인부터 사고 수습, 책임자 처벌, 사후 제도개선, 피해 어린이들에게 남은 트라우마까지 깊이 들여다봤다. 작은 '세월호'가 거기 숨어있었다.

"엄마, 형아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가 저기 있었으면 어땠을까. 엄마, 나도 죽었을 것 같아."

"아빠, 그때 나도 죽을 뻔했지? 난 이제 아빠 차 아니면 안 탄다."

지난 18~19일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 상마읍리. 아이들에겐 물을 수 없던 말을 부모들이 대신 전해주었다. 그러니까 기자의 질문은 '세월호 참사 소식을 자녀들도 접했는가, 반응이 있던가'였다.

9살 아이들의 풀잎만한 입에서 '죽다'가 '먹자' '놀자' 대신 쏟아졌던 모양이다. 한 아이는 지난 4월18일 오후 1시께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며 교사들 모르게 학교를 빠져나갔다. 한 아이는 "무섭다"며 시내 승강기도 타길 꺼린다. 도통 없던 일이다.

5명의 어린이가 1년여전 교통사고로 생사의 경계에 내몰린 뒤부터다. 누구도 죽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지금껏 떨고 부모들은 분노한다. (▶각주 1)

지난해 4월4일 삼척 근덕초교 통학버스(등록차량)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3.2m 아래 하천으로 추락했다. 오후 3시40분께 굉음이 울린 곳은 노곡면 하마읍 노인복지회관 삼거리. 노란색 스타렉스는 본교 방과후 통합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던 마읍분교의 장새봄(14)·가람(12)·버들(11) 남매, 권새벽(9), 강하늘(9·모두 가명) 어린이, 그리고 탑승도우미 최아무개(50)씨를 태우고 있었다.

가드레일은 폐지처럼 접혔고, 차는 수차례 충돌 끝에 우측면을 바닥삼아 드러누웠다. "떨어질 때 붕 떴"(경찰 진술)던 아이들은 차에 갇혀 울고 악썼다. 창밖으로 튕겨져나간 새봄이는 꼼짝 못한 채 울며 "살려달라" 말했다. 가장 먼저 차 밖으로 탈출한 운전사 김아무개(54·강원도교육청 기능직 8급 공무원)씨는 "좀만 참으라"고만 했다는 게 새봄의 기억이다. 피흘리는 새봄이 몸에 옷을 덮어준 이는 구급차보다 먼저 도착한 아버지였다.

새봄 어머니 최혜원(38)씨는 말했다. "사고 목격 뒤 119에도 신고한 산불감시원 이웃(이아무개씨)이 전화해 얼른 와보라는 거예요. 차를 달려 고갯길 넘으며 사고현장이 보였는데 '아! 다 죽었겠구나' 싶었어요." 새벽이 어머니 김정윤(35)씨는 "애가 살았는지만 생각하느라 당시 사고 장면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각주 2)

1년전, 아이들 태운 방과후 버스가가드레일을 받고 하천에 추락했다구급차보다 먼저 도착한 건 학부모운전사는 이미 탈출한 뒤였다경찰이 밝힌 사고원인은 졸음운전부모들은 믿지 않았다통학버스 과속을 종종 목격한 터다탑승 도우미는 "안전교육 못 받았고안전띠 불량인 차에 애들을 태웠다"학교는 쉬쉬했고 차는 폐차됐다

4월 삼척은 들꽃이 지천에서 꿈틀댄다. 아이들이 차에 갇힌 동안 떨어지는 유리조각에 다시 살갗이 찢길 때, 지나가다 차를 세운 택배기사와 산불감시원 이씨 손에 끌려 차 밖으로 겨우 나올 때, 부러진 턱뼈가 살을 뚫고 성장판까지 다친 하늘이가 세 차례 전신마취 수술을 받을 때, 뇌진탕, 턱뼈 골절, 치아 탈구 상태의 새봄이가 하늘이와 함께 20살까지 치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을 받을 때도, 아이들 뛰놀던 마읍분교부터 길 따라 풀내음이 요동했다. 누군가는 "(사고 당일은) 날씨가 너무 좋아 쑥을 뜯으려고 준비했던 날"(탑승도우미 최씨)이었으니 말이다.

세 가족은 이때만도 운전사는 '같은 피해자', 학교도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후 줄곧 거짓말하거나 무심하거나 책임 회피에만 급한 듯한 어른들을 상대로 더 날선 악을 써야 했다.

경찰이 밝힌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이다. 부모들은 다 믿지 않는다. 운전사 김씨는 사건 초반 갑자기 출연한 동물 탓을 했다. 거짓말이었다. 부모들이 따져묻던 과속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삼척경찰서 관계자는 <한겨레>에 "객관적 증거가 없고 운전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시속 59㎞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제한속도는 시속 60㎞다. 화물트럭을 운전했던 하늘이 아버지 강종웅(46)씨는 "졸았다는 기사가 속도는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불신엔 이유가 있다. 이 일대 과속이 빈번한 탓이다. 삼거리 앞 초소에서 근무하는 산불감시원 이씨는 "사람들 별로 없고 고속도로 막히면 우회하는 곳으로, 기사들이 쌩쌩, 아주 막 달리는 곳"이라고 말한다. 탑승도우미 최씨도 최초 경찰 진술에서 체감 속도를 "시속 60~65㎞"라고 말했다가 이후 "시속 75㎞"라고 했다.

새벽이는 입학한 지 딱 한달 만에 사고를 당했다. 도로가에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새벽 어머니 김씨는 입학식 때 "예전부터 통학버스 기사분이 워낙 빨리 달리니까 천천히 달리게 해달라"고 학교 쪽에 건의했다. 수사 당국은 여러 정황과 증언 가운데 '졸았다'는 운전사의 진술인 '시속 60-1㎞'만 채택했다. 한 학부모는 "얼마나 빨라야 가드레일이 180도로 휘는지 내가 직접 받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각주 3)

'안전띠'는 사인간 불신을 어른사회, 즉 국가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키웠다. 아이들도, 통학버스를 이용해본 학부모들도, 탑승도우미도 "(사고 이전부터) 안전벨트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 당시 안전띠를 맨 이는 운전사 혼자였다. 당초 고장이었다면 학교와 교육청의 관리 소홀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피해 가족은 "사고 첫날 삼척병원 응급실에 교감 선생님이 찾아와 안전벨트 얘긴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며 "수사기록상 안전띠 사진만 유독 (혈흔 등이 없이) 깨끗한데 차량 보관소에선 청소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조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아무개 근덕초 교감은 <한겨레>에 "보험처리 과정에서 (가족들이) 손해를 볼까봐 했던 말"이라며 "우리가 사고 차량이 보관된 정비소에 직접 주무관을 보내 확인한 결과 안전띠는 문제없었다"고 말했다. 삼척경찰서 관계자는 "안전띠는 주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운전사도 경찰 조사에서 "나는 착용했는데 (나머지 착용 여부는) 인솔 도우미 담당이라 신경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해 3월 채용된 탑승도우미 최씨는 "(학교에서) 도우미 안전교육을 받은 사실도 없고, 안전벨트도 확인했지만 잘 안되어 그냥 다녔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은 사건이 종결되기도 전인 5월10일 부모들 동의없이 폐차되었다. 부모들은 끝내 안전벨트 고장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처럼 세 가족의 불신이 분노가 되기까지도 금세였다. 응급 치료에 넋이 나갔던 부모들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다. 움직일 수 없던 새봄이는 구급차가, 가람·버들·새벽·하늘이는 모두 택배기사나 산불감시원이 구출해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전치 1주 치료를 받은 운전사가 가장 먼저 탈출했으나, 정작 아이들은 뒷전이었단 얘기다.

이에 산불감시원 이씨는 <한겨레>에 "기사분이 손이 떨린다며 학교번호를 못 눌렀다. 학교 쪽 신고도 내가 대신 했다"면서도 "(구출 땐) 택배기사가 많이 도왔고, 피가 묻든 말든 나도 돕고 기사도 도왔다"고 말했다.

아이들 기억에 운전사의 손길이 당초 없었는지, 지워졌는지 이유는 명확치 않다. 다만 10살 안팎의 소년소녀가 그해 5월1일 작성한 '진술서'엔 "운전자 아저씨의 형사처벌을 원합니다"가 적혀있을 뿐이다. 학교는 학교 쪽 잘못으로 인한 교통사고 입원·치료 기간을 '사고결'로 처리했다가 부모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공결'로 전환했다. 한 학부모는 "학교가 쉬쉬하며 방과후 교사에게도 애들 사고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이나, 교육장(지청장)이 병원에 오면서 음료수 하나 사오지 않은 것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운전사는 벌점으로 면허정지된 기간만큼 직위해제(1개월)되었을 뿐, 바로 다시 근덕초 통학버스를 맡았다. 학부모들이 성토하자 학교는 김씨의 역할을 탑승도우미로 바꿨다. 부모들은 절망했다. 서울에서 2010년 귀농한 최혜원씨는 "서울에서 5명 태운 통학버스가 전복되어 아이들이 죽을 뻔하고, 운전사가 같은 학교 같은 일을 한다면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사는 그해 8월 견책을 받은 뒤 현재 도내 다른 도시에서 통학버스를 운전한다. 수사 당국도 운전사를 7월 '업무상 과실에 의한 추락' 혐의로 약식기소하면서 사건을 종결지었다. (▶각주 4)

사고 뒤 교육청은 단 한 차례 관내 통학버스 기사(기능직 공무원) 25명가량을 소집해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근덕초엔 다른 운전사가 배치되었다. 하지만 별도의 통학버스 운행 수칙이나 안전 매뉴얼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고 현장도 새 가드레일로 교체되었을 뿐이다. 삼거리 과속을 자주 보았던 산불감시원 이씨는 2011년께 경찰에 충돌완충 장치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이씨가 들었던 말은 "그러면 사고가 더 납니다"였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과 학교, 교육청, 경찰, 목격자 등 사고 관계자 가운데 운전사와 탑승도우미만 끝내 <한겨레>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김씨는 "그 사건 이후로 (이제) 많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더이상 그 얘긴 하고 싶지 않다"고, 최씨는 "(취재를) 도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세 가족은 '어른들의 사회'와 1년이 지나도 화해하지 못한다. 하늘네는 "내가 폭행이라도 저질러 사건을 키우면 다시 한번 (추락 사고) 경위를 조사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고 말했다. 새벽네는 "믿음이 깨졌다. 사고 이후엔 직접 차로 아이들(올해 둘째도 1학년 입학함)을 통학시킨다. 학교 단체행사 자체가 싫어졌다"고 말한다.

새봄네도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나도 한몫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든 끝까지 악다구니 쓰며 진실을 밝히고 아이들 위해 사과도 제대로 받았어야 했는데… 내가 귀찮고 지쳐서 묻었잖아요." 세월호 가족들이 언제 국가와 화해할 수 있을지 예견조차 지금은 일러보인다.

삼척·강릉/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각주 1:

아이들 사고사의 제1 원인은 교통사고

2008~2012년 숨진 국내 어린이·청소년(0~19살) 1만7940명 가운데 5998명(33.4%)을 사고사로 잃었다. 사고사의 1·2위가 교통사고(2152명·12%)와 자살(1831명·10.2%)이다.

대한민국은 가장 안전해야 할 통학버스와 스쿨존에서도 버젓이, 수없이 아이를 잃는다. 2009~2013년 어린이 통학버스(미신고 포함) 교통사고(1415건)로 숨진 이가 43명(부상 2194명)이고, 이 중 어린이(13살 미만)만 13명(부상 408명)이다. 같은 기간 스쿨존에서만 어린이 38명을 잃었고, 3069명을 다치게 했다.

▶각주 2:

강원도에서 사고사가 많은 이유

강원도는 국내 어린이·청소년 사고사율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남 다음으로 높다. 전문가들은 응급의료와 1차 의료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농간 '생존 불평등' '안전 불평등'이 커지는 이유다. 삼척 마읍분교에서 사고가 날 경우, 근덕면에서 출발하는 구급차는 도착까지 최소 15~20분이 소요된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이날도 3시40분께 사고가 났으나 부모들이 모두 도착한 뒤인 오후 4시께 구급차가 도착했다.

학원·학교·체육시설 등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는 경찰청에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할 경우 도로교통법상 '주변차 추월 제한' 등의 특별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통학버스 두대 중 한대(49.9%)는 미신고 상태다. 강원도는 41.6%가 미신고다. 이 지역의 신고된 통학버스 사고만 지난해 5건으로, 경북과 함께 최다(각 교육청이 8월 말까지만 집계)였다. 두 지역에서 27명의 어린이가 중경상을 입었다.

▶각주 3:

통학버스 특별보호 규정

국내 어린이 통학버스(신고)에 대한 보호 규정이 비로소 법제화한 때가 1997년이다. 통학버스 정차시 주변 차량의 일시정지, 통행 중 추월금지 등의 규정을 어긴 이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단속 자체가 2009~2012년 전국 81건에 불과할 만큼 사문화했다.

이후 하차한 어린이가 안전한 장소에 도착한 것을 운전자가 확인한 뒤 출발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이 2011년 삽입됐고, 지난해 12월 모든 통학버스의 신고 의무가 포함(2015년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3월 태권도장 통학버스에서 하차하던 아이가 옷이 낀 상태로 끌려가다 숨지면서 의제로 떠오르자 경찰 단속이 2013년 1908건으로 늘고, 신고 의무제도 생겼다. 아이들이 죽음으로 제 안전을 하나씩 확보해가는 셈이다.

▶각주 4:

통학버스 운전사의 자격

캐나다는 통학버스 운전사의 자격이 엄격하다. 최대 규모인 온타리오주의 경우 △21살 이상 △시력검사·신체검사 통과 △학교버스 운전자 훈련 통과(5년 유효) △(일반면허 외) 학교버스 운전면허 시험(실기·필기) 통과 △과거 1년간 운전면허 정지나 교통법규 관련 처벌자 제외 △과거 5년간 어린이를 돌보거나 학교버스 운전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범법 행위자 제외 등을 자격으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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