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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월호 아빠', 직접 딸 추모 영상 "사랑해 영원히.."

입력 2014. 06. 11. 08:00 수정 2014. 06. 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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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리움으로 새긴 한 자 한 자…

세월호로 딸 잃은 한재창씨, 직접 추모영상 제작·공개

결혼 30돌 여행에 아내 잃은 정기상씨는 추모시 지어

사랑하는 가족은 가슴에 묻었지만 그리움만은 지울 수 없다. 세월호 사고 56일째,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편은 '망부가'를 불렀고, '딸바보' 아빠는 추모 영상을 만들었다.

 꿈에서 자꾸만 그날의 일이 되풀이됐다. 아내를 찾아 정처 없이 헤맸지만, 그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잠에서 깬 남편은 아내를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또 눈물만 쏟아냈다. 정기상(56)씨는 여전히 배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49재를 하루 앞두고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시를 '떠나는 날 아침'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얼굴 슬쩍 쳐다보니 긴 생머리 처녀 앞에 있네/ 어느새 내 짝인가 그리하여 인연이 맺어졌네/ (중략) 님에게 보낸 신호 안전하다 동그라미 수신호 / 기다린 게 잘못이라네 미리 탈출 못 시킨 게 내 탓이라오(후략)"

 그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지막 헤어질 때까지의 마음을 고스란히 시에 담았다. "처음에 아내가 있는 시골집으로 선보러 갔는데 작은 술상을 내줬어요. 둘이 앉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가 술을 한 잔 먹고 나온 게 첫 만남이었지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는데 어색해서 손도 못 잡고 떨어져서 다니고. 아내랑 나중에 그 얘기를 하면서 서로 웃고 그랬어요." 사고가 난 날은 결혼 30돌을 맞아 다시 제주도 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아내는 세월호가 가라앉고 9일 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그를 '마누라 바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에게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 크다. "내가 산 옷이 하나도 없고 아내가 골라주는 대로 매일 그렇게 입었어요." 10일 오후 정씨는 다시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멨던 배낭이 발견됐다고 금방 전화가 왔어요. 49재라서 그런지 아내 소지품이 돌아왔나 봐요."

 정씨는 지금도 입원해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며칠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니까 서러움이 북받치고 너무 서글퍼지더라고요. 너무 눈물이 나기에 내 마음을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시를 쓰게 됐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먼저 보낸 부모는 딸의 얼굴을 페이스북 동영상 ( ▷ 영상 보기 )속에 편집해 영원히 담아 놓았다. 동영상 속에서는 밝게 웃는 단원고 2학년 한세영양의 모습과 함께 아버지 한재창(43)씨가 쓴 편지가 흘러나왔다.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웠어." 이 동영상은 한씨가 편집을 마쳐 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양의 엄마는 동영상 속에서 딸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 세영이 얼굴 한번 그려보자. 잊혀지면 어쩌지. 자연스러운 눈썹과 긴 속눈썹, 높지도 낮지도 않게 매끄러운 콧날, 도톰한 선홍색 입술, 입술 밖으로 살짝 보이던 가지런한 치아. 엄마 눈엔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는 내 딸 세영이. 다음 생엔 내 딸이 되어 달란 말은 하지 않을게. 이제는 편히 쉬거라. 영원히 사랑해줄게." 

서영지 기자 yj@hani.co.kr

--- 정기상씨가 지은 추모시 

시골 집 방에서 처음 만나 부모님 허락 하에주안상 앞에 두고 머뭇머뭇 쑥스러워얼굴 슬쩍 쳐다보니 긴 생머리 처녀 앞에 있네어느새 내 짝인가 그리하여 인연이 맺어졌네

인연의 맺은 결실 즐거운일 괴로운일있는 정 없는 정 알뜰살뜰 살아오며금덩어리 두덩어리 순금으로 만들어놓고인생에 재충전 재출발을 생각하며모든 것 버려놓고 그 길을 타고 갔네천천히 가도 되는 그 길을 따라 갔네

기도하며 보낸 시간 50여분 무거운 쇳덩어리 기우러져 가고구조의 손길은 오고 있다는데 학생 일반승객 침착하고질서있게 준비하고 무언가의 지시를 기다리며님에게 보낸신호 안전하다 동그라미 수신호기다린 게 잘못이라네 미리 탈출 못 시킨 게 내탓이라오

아! 왜 하필 그길 그 쇳덩어리에 탔을까?바다에 떠 있는 그 황천행 배를그게 바로 알로 알고보니 그 유명한 세월호라대한민국 부조리의 합작품인 배인 것을당신 혼자 가면 외로울텐데 같이가면 좋았을걸싫으면 싫다하고 좋으면 좋다하지떠나는 아침에 내 얼굴에 로션 흠뻑 발라주고그렇게 떠나갔네

황천길 가는 배를 개조한 주인공은 어디가고나 몰라라 하는 역대 현정부 책임자들무책임한 그 바람에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무고한 국민들만 님과 함께 먼길로 여행갔소

개혁한다 표달라 힘없다고 표달라받고나면 나 몰라라 흐지부지 하 세월후손들이여! 후에 조상들의 이 행위를비웃지나 마라주소 책임회피 각종비리 당파싸움그때 그 시절은 당연한 일이였다고그때 그 시절은 국민들이 미개했다고알면서도 못 바꾸는 내 자신을 탓하리라

떠나가신 님이여! 먼길 떠난 힘든 길을다 내려놓으시고 편히가소서살아있는 우리들이 증인이 되고두 금덩어리 잘 성장시켜가신님의 한을 풀어 올릴테니용서하소서 극락왕생하소서

표창원 "50~80대 선배분들, 다음 세대를 위해 악영향만은 끼치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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