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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잡기 임시 반상회 가 보니..주민 반응은?

박은하 기자 입력 2014. 06. 13. 22:06 수정 2014. 06. 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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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유병언 검거 관계로 긴급 반상회를 개최하오니 주민들께서는 오늘 8시 ○○동 회의실로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13일 오후 7시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의 한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도 집집마다 반상회 개최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수배 중인 유병언 부자를 잡기 위해 전국적으로 임시 반상회를 개최한다는 안전행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특정인 검거를 위해 반상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반상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아직도 반상회란 걸 해?", "유병언 때문에 한대잖아."

약 1시간 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젊은 부부는 안내문을 읽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화를 나누고 회의실이 아닌 주차장으로 향했다.

2000세대가 입주해 있는 아파트단지 회의실에 모인 인원은 14명. 그 중 2명은 통·반장이었다. 회의실 책상에는 주민들을 위한 차와 과자, 음료 그리고 화재예방 안내문과 흑백으로 된 유병언, 유대균 부자의 수배 전단지가 올려져있었다. 동대표들이 몇몇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 회사다", "못 간다"는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주민 12명이서 반상회를 하기로 하고 통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평소 반상회를 안 해서 오랜 만입니다만 일단 나라에서 하라고 하는 것이니까 조금 있다 경찰관들도 방문하신다니 설명을 잘 들어봅시다. 모인 김에 아파트 현안 이야기도 나누고…."

주민들은 유병언 부자에 관해 떠도는 소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까 TV보니까 벌써 필리핀으로 도망갔다는데요?", "그럼 우리나라에 없는 거야?", "방송에서 다 알려주잖아. 도망가라고 하는 거 아냐?" "박근혜(대통령) 빼놓고 다 유병언이 뇌물을 먹어서 무서워서 못 잡는대."

주민들끼리 수다를 떨던 중 약 10분 후 사복차림의 경찰관 1명과 정복차림 경찰관 2명이 방문했다. 사복 경찰관은 관내 경찰서 강력팀장이었다. 경찰관들이 주민들에게 유병언·유대균 부자의 전단지를 돌린 뒤 강력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주민 여러분께서도 뉴스 등을 보셔서 유병언이를 왜 잡아야 하는 지는 익히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인상착의를 말씀드리면 일단 언론에 나온 것보다 키가 작다고 합니다. 160㎝ 가량? 반면 굉장히 뚱뚱해서 거구래요.90~100㎏쯤 된다고 하네요. 왼손에 검지 손가락이 없고 가운데 손가락이 휘어져 있습니다. 요렇게 한쪽 손을 넣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저도 금수원 다녀왔는데, 지금 경기경찰 대부분이 거기 투입돼 있다고 봐도 돼요. 현상금도 유병언이 5억, 유대균이 1억 아시죠? 하루빨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주민들의 박수가 터졌다. 한 주민이 에너지 음료 2병을 건네며 경찰관들을 격려했다."

"정말 고생이 많아요. 오죽하면 금수원에서 낮잠을 잤겠어요."

"아, 낮잠 잔 사람들은 저희가 아니라 검찰인데…."

경찰관들은 다른 곳에도 방문해야 한다며 설명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이윽고 지구대장이 방문해 비슷한 내용의 설명을 진행했다. 반상회 시작 20분 만에 도착한 지구대장은 "다른 곳에 들르느라 늦었다"며 "관할 지역에 10만 명이 사는데 모든 경찰관들이 애쓰고 있으니 꼭 좀 협조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구대장 역시 매우 지친 표정이었다. 주민들은 박수를 통해 다시 한 번 격려했다.

경찰관들이 모두 나간 뒤 통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게시판에 붙이라고 하는데 엘리베이터에 붙여야 더 많이 보니 엘리베이터에다 붙여놓는 걸로 합시다. 나라에서 시키는 것이니…뭐 빨리 잡히면 좋겠죠?"

이윽고 주민들은 유병언 검거가 아닌 단지 내 현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아파트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이나 불량배들을 단속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오간 뒤 반상회는 40분 만에 끝났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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