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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비서실장 "언론은 모두 입을 다물라"

입력 2014. 06. 15. 09:23 수정 2014. 06. 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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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의 언론사 상대 소송 줄이어…"김기춘의 의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김기춘(75)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두 달 간 청와대와 언론사 간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검찰 후배를 고소하고 해당 발언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를 함께 고소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언론에 대한 유례없는 강경대응은 진보·보수 언론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와 김기춘 비서실장이 위기에 놓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먼저 청와대는 김기춘 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 등 4명이 시사저널을 상대로 지난 4월 22일 8000만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사저널이 "청와대 비서진 3인방과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씨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5월 9일 시사저널과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일요신문을 상대로도 4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대통령비서실 명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청와대는 민사소송과 함께 해당 사건을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청와대는 정정 보도를 요구했으나 언론중재위에선 반론보도로 중재했다. 이에 시사저널은 반론보도를 내보냈다. 통상적으로 이 경우 소는 취하되거나 효력을 잃는다. 시사저널의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청와대는 소장에서 청와대에 권력암투가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을 비판했는데 우리는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했으며 틀린 사실이 없었기에 정정보도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 김기춘 비서실장.ⓒ연합뉴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지난 4월 16일 이후에도 소송은 이어졌다. 대통령비서실과 박준우 정무수석 등은 지난 5월 12일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8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앞서 한겨레신문은 지난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해 세월호 생존자 권지연(5)양을 만난 것을 두고 아이를 섭외해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인터넷판에서 이를 보도했다. 그러자 대통령비서실은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한겨레신문에 소장을 제출한 같은 날 CBS와 소속 기자 3명을 상대로도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을 당시 박 대통령이 위로한 할머니가 청와대에서 섭외한 인물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CBS노컷뉴스의 보도가 대통령비서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소송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출입기자는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예민한 내용의 보도가 나가자 김기춘 비서실장이 의지를 갖고 (소송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뒤 "하지만 청와대는 MB정부 때나 참여정부 때에 비해 소송건수가 적다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이명박 정부 때 공영방송을 비롯한 주요 언론이 순치되며 박근혜 정부는 유리한 언론상황을 등에 업고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여론이 정부에 등을 돌리며 보수언론마저 정부를 비판하자 청와대가 소송전에 나선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10월 청와대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신청했다가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일보가 자사보도를 뒤집는 보도를 하며 소를 취하한 바 있다. 하지만 CBS와 한겨레신문은 끝까지 소송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CBS지부는 "CBS의 모든 구성원은 늘 그래왔듯 이번 싸움에도 한 치 물러섬 없이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기춘 비서실장.ⓒ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김기춘 비서실장은 지난 5월 25일 심재륜(70) 전 부산고검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1991년 오대양사건 재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 실장이 "재수사를 방해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심 전 고검장은 지난달 25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인터뷰에서 "김 실장은 (오대양사건 재수사) 당시 영향력을 행사해서 구원파를 탄압한 게 아니고, 무관심이라든가 방관 또는 어떤 면에서는 (검찰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게 방해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기춘 실장은 자신을 두고 과거 구원파로부터 뇌물을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도 고소했다. 심 전 고검장의 주장을 담은 기사 < "김기춘, 오대양 재수사 때 이례적 검사교체" > 를 쓴 조동주 동아일보 기자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야말로 고소의 연속이다.

이를 두고 한겨레신문은 < 인적쇄신의 걸림돌 김기춘 실장 > 이란 제목의 지난 5월 30일자 사설에서 "과거의 낡은 틀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이 인사쇄신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실에서부터 이미 참사는 예고된 셈이다"라며 안대희 총리 내정자 낙마를 언급한 뒤 "상황이 이쯤 됐으면 김기춘 실장이 곧바로 사표를 내는 것이 상식에 맞다. 하지만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엉뚱한 소식만 들려온다. 세월호 사건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니 또다시 명예훼손 타령이니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와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제기는 정부가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어야 할 공공기관임을 정부 스스로 잊어버린 행위다"라고 비판한 뒤 "소송제기는 정부비판보도를 하지 말라는 경고의 목적이 크다"며 "의도적인 사실왜곡이 없는 한 정부가 매번 소송제기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도한 잇따른 언론사 상대 소송은 결국 현 정부에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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