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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8회] '황제 도피' 유병언, 그는 과연 어디에?

손용석 입력 2014. 06. 15. 23:18 수정 2015. 03. 04.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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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검찰과 경찰에 이어 군까지 동원하고, 심지어 반상회까지 여는 등 유병언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의 행적은 물론, 그림자도 쫓지 못하고 있습니다.

탐사플러스 취재진이 검경의 유병언 추적로를 따라가 봤습니다.[기자]

전남 순천의 한 휴게소입니다.

평일 대낮이지만 휴게소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바로 옆 염소탕 식당도 임시휴업 중입니다.오랜만에 이 곳을 찾은 손님들은 아쉬워합니다.[인근 주민 : 우거지국이랑 잘해요. 싸고, 염소탕 같은 것도 잘하고.]하지만 일반 식당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고 말합니다.[인근 주민 : 식당 안에 아해 사진 있고. 아해 사진 걸어놓고 자랑하던데.]아해, 바로 사진작가로 활동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 제가 사진 여러장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진 여러장인지 하튼 270만장은 넘으니까. 이 사진을 가지고 인간에게 필요한 무엇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 전 회장의 행적을 쫓던 검찰이 이 염소탕 식당을 급습한 건 지난달 25일 새벽입니다.당시 검찰은 식당을 압수수색하고 주인 변모 씨 부부를 체포했습니다.유 전 회장의 도피를 지휘하던 측근 추모 씨에게 차명 전화기를 제공한 혐의입니다.검찰이 전국에 유 전 회장에 대한 공개 수배를 내린 지 사흘 만입니다.당시 경찰은 유 전 회장 도피를 도와주던 구원파 측근들로부터 받은 진술과 정보를 통해 순천 인근을 수색하고 있었습니다.[전남 보성 주민 : (경찰이) 욕실까지 다 보고 갔어. 유병언씨 사건 때문에 집에 볼 것이 있다고. 유병언 관련 있는 사람들이 여기 지나가면서 통화를 했는지 휴대폰 추적으로….]하지만 검찰은 염소탕 식당의 변씨 부부 등 측근들을 조사하다 또 다른 사실을 발견합니다.유 전 회장이 휴게소가 아닌, 바로 옆 별장에 머물렀다는 겁니다.지난달 25일 밤, 검찰은 최초로 식당을 압수수색한 후 20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수사관들을 급파했지만, 유 전 회장은 이미 사라진 상황이었습니다.유 전 회장 도피를 도와준 것으로 의심되는 30대 여성 신모 씨만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별장에선 유 전 회장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신발과 생수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별장에서 발견된 DNA가 경기도 안성 금수원의 유 전 회장 집무실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검찰은 유 전 회장의 DNA만 붙잡은 모양새가 됐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검찰이 별장의 존재도 파악하지 못하고 식당만 찾았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전남 순천 주민 : 참 답답하게 생각합니다. 주민들한테 물어봤으면 (별장이 있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 점에 대해선 주민들이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특히 휴게소 주위엔 별장은 물론 기독교복음침례교회 연수원이 있는 등 구원파 신도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순천 별장 인근 주민 : (기독교복음침례회 다니세요?) 아, 묻지 말라니까요. 내가 답변할 권리가 없잖아요! 책임도 없고! 그러니까 묻지 마세요.]

[배모씨/별장 인근 구원파 신도 :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기 때문에(유병언 설교) 들어보니까 너무 확실해요. 양심에서 이뤄지는 일이라서. (다른사람들은) 몰라요. 본인들이 깨닫기 전엔 몰라요.]

결국 검거에 자신감을 보였던 검찰이 금수원에 이어 또다시 허탕을 친 겁니다.여론이 악화되자 검찰총장이 직접 검거를 약속합니다.

[김진태 검찰총장 : 어쨌든 우리가 빨리 잡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성원을 해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잡도록 하겠습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한 보상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올리고, 유 전 회장이 변장한 모습 등을 예상해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유 전 회장이 도주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은색 쏘나타 차량도 수배했습니다.

오리무중이 된 유 전 회장 도피 정황이 다시 포착된 건 지난달 29일 밤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이었습니다.

유 전 회장이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진 차량이 발견된 겁니다.

CCTV에선 해당 차량 조수석에서 유 전 회장으로 의심되는 남성이 내렸고, 운전석에선 유 전 회장보다 키가 조금 큰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이 나옵니다.

이들은 장례식장을 향하는 듯 입구까지 들어가더니 다시 장례식장 앞에서 등을 돌린 채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가 주변 주유소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건물 외벽엔 CCTV가 3개나 있었는데 이들의 얼굴이 찍힌 영상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차량에서 내린 남성은 유 전 회장이 아니었습니다.

유 전 회장 측이 '가짜 유병언'을 내세워 일종의 연막작전을 구사해 검찰과 경찰을 혼란에 빠뜨린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해당 차량에서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됐던 남성이 모자를 쓴 채 다리를 절면서 나가는데, 마치 유 전 회장이 다리를 다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김근식 경남대 교수 : 저 차량이 전주에서 굉장히 쉽게 발견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순천에 주력을 했던 경찰병력이나 수사병력의 일종의 검문지역을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혼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쏘나타 차량을 몰면서 검찰과 경찰을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은 다름 아닌 측근 양회정 씨였습니다.

양 씨는 검찰이 순천 별장을 급습했던 지난달 25일 오전, 전주까지 쏘나타를 몰고 온 후 장례식장에서 SM5로 갈아타고 경기도 안성 금수원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양씨가 전화로 당시 상황을 보고한 '김 엄마'라는 실세 여성 신도가 유 전 회장의 도피 행각을 총괄 지휘했다고 밝혔습니다.

'엄마'는 여성 신도들의 조직인 '어머니회'의 지도자급에게 붙는 호칭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김 엄마가 신도들의 집단 시위에 개입하고 도피 자금을 끌어모으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재옥 교수가 체포된 뒤, 유 전 회장의 도피 과정을 김 엄마가 총괄 지휘하고 있다는 겁니다.

구원파 측은 도피를 총괄할 만한 여성 신도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태종/구원파 임시 대변인 : 성경에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가르침이 있어서 여성분 중에 교회 내에서 중책을 맡으신 분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김 엄마의 경우 30년 이상 구원파에 몸담아 온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힙니다.

[신모 씨/김 엄마 지인 : 김 엄마는 30년 이상 활동한 구원파예요. 본명이 김명숙으로 나오는데 본명은 김명순이죠. 서울 월계동이나 하계동에 있을 것이고 김 엄마 명의로 된 유병언의 땅이나 돈이 있을 걸로 추정합니다.]

결국 검찰은 유 전 회장을 쫓기는커녕 측근들의 그림자만 쫓아간 셈입니다.

유 전 회장 측근들이 수사진을 교란시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달 18일 이재옥 씨는 금수원을 언론에게 공개하며 금수원 안에 유 전 회장이 있는 듯한 말로 혼선을 줬습니다.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 이사장 : 여기서 크게 목소리를 지르면 (유병언 전 회장이) 혹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외쳐 보실래요?]

하지만 유 전 회장은 수사진이 금수원에서 신도들과 대치상황을 벌일 때 안성을 빠져나와 순천으로 넘어왔고, 수사진이 순천 은신처를 급습하려 하자, 측근들을 통해 도주로를 다시 교란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 전 회장 검거에 수사진이 번번이 허탕을 치자, 검찰이 초동 수사에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임준태/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초동수사를 다소 느슨하게 하지 않았느냐 생각이 듭니다. 물론 대체로 정재계 재벌이나 정치인의 경우 사전에 검찰이 충분히 증거를 수집한 후에 소환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구속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사건도 일반적인 화이트칼라 범죄 절차처럼 했던 것이 적절했느냐는…]

또 정보를 쥐고 있는 검찰과 지역 사정에 밝은 경찰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임준태/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수배를 한 후에 순순히 소환에 응하지 않게 되니까 다급해진 경찰에서 수사팀을 구성해서 급파했지만 사실 뒷북을 쳤다, 허탕 친 경우 여러 번 있었죠. 그런 과정에서 경찰이 동원되기는 했지만 중요한 정보는 아마 검찰에서 거의 독점하고…. ]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지난달 25일 밤, 경찰 급습을 앞두고 비서 신씨까지 남겨둔 채 별장을 급하게 빠져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유 전 회장은 어떻게 경찰을 따돌렸을까.취재진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별장 뒤 숲속길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유 전 회장의 예상 도주 경로를 따라가 봤습니다.

별장 뒤 숲속길을 따라 5분만 가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폐터널이 등장합니다.

폐터널을 25분쯤 걸어가자 입구가 나오고, 양봉장이 있는 마을이 등장합니다.

17번 국도를 낀 이 마을에선 여수, 완도 등 남해안 도시는 물론, 구례 지리산 내륙 도시까지 도로로 연결돼 있습니다.

[전남 순천 주민 : 여기서 얼마냐 하면 구례까지 약 8km 될 거예요, 자동찻길로.]

특히 위쪽 구례로 들어가면 남원이나 경남 하동 등 어디로 갔는지 종잡기 어렵습니다.

검찰도 빨치산 토굴이 많은 지리산으로 숨어들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유 전 회장이 한달 가까이 검·경의 총력 추적을 피할 수 있는 바탕엔 체력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올해 73살인 유 전 회장이지만 평소 태권도와 유도를 즐기며 강연에서 발차기까지 하며 노익장을 과시해 왔기 때문입니다.

[유병언 전 회장 :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자. 되는가 안 되는가. (내가) 떨어지면 여러분들 주워 가십시오. 폼 재도 되겠습니까. 날 한 번 던져보라고.]

비호세력이 탄탄하다면 차량을 타고 남쪽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따라가본 결과, 별장을 빠져나와 폐터널을 지나고, 17번 국도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40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별장 수색 당시 유 전 회장 측근인 신씨와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전 회장은 도주로를 빠져나와 충분히 남해안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특히 17번 국도를 통해 구원파 신도들이 많은 여수나 보성, 고흥, 완도 등 항구도시를 통해 밀항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전남 순천 마을주민 : (여기선) 바로 빠져나가버리지 뭐. 여수로 가려면 여기로 넘어가면 여수로 빠져버리고.]실제 유 전 회장 측근의 차량이 해남 인근 CCTV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검찰 역시 유 전 회장의 밀항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황교안/법무부 장관 :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일단 차단하도록 조치를 해 놓았고, 국내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검·경이 같이 노력해서 검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취재진은 유 전 회장 밀항 가능성이 높은 항구 도시들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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